마트노조 코스트코지회 박건희 지회장
마트노조 코스트코지회 박건희 지회장

[로리더] 코스트코 노동조합 박건희 지회장은 2일 “코스트코홀세일 코리아 조민수 대표는 현장에서 직원이 사망했음에도 입막음에만 급급해하고 있다”면서 “대표를 포함한 상위 관리자들이 코스트코 노동자들의 처우를 외면한 채 얼마나 파렴치하고 본인 처세만 생각하는지 알 것 같다”고 분노했다.

마트산업노동조합(위원장 정민정)은 이날 오전 10시 코스트코 광명점 본사 앞에서 “혹서기 코스트코 카트노동자 사망 49재 추모집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코스트코 조민수 대표가 카트노동자 김동호씨의 사망사건에 대해 유가족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고 마음을 다해 보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트노조는 “폭염 속 과도한 탈수로 인해 사망한 코스트코 하남점 카트관리원 김동호 씨가 사망한 지 오는 8월 6일이면 49재가 된다”며 “코스트코는 일시적인 휴게시간 확대, 아이스박스 냉수 지급 등 임시방편만 진행할 뿐,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유가족에 대한 사과나 보상, 인력충원, 제도 개선 등 근본적인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코스트코 광명본사
코스트코 광명본사

마트노조는 “코스트코에서는 ‘유족들이 돈 더 받으려고 하는 거다’, ‘지병으로 죽었는데 노조가 거짓 선동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코스트코 대표이사ㆍ임원들은 장례식장에서 ‘지병이 있었다’, ‘병을 숨기고 입사했다’는 막말을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마트노조는 “노동부에 조사받으러 출석하는 직원들에게 부담을 주게끔 사측 변호사를 동의 없이 동석시키는 일도 있었다”며 “유족들에게 두 번 세 번 죄를 짓고 있는 코스트코는 더 이상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트노조 정민정 위원장, 코스트코지회 박건희 지회장
마트노조 정민정 위원장, 코스트코지회 박건희 지회장

마트노조는 “조민수 대표는 유족과 국민에게 사과하고, 철저한 재발방지대책을 약속해야 한다”면서 “코스트코 글로벌 본사는 한국의 책임자를 처벌하고, 매년 한국에서 배당과 로열티를 받아만 갈 것이 아니라, 인력을 충원하고 근본적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추모사를 맡은 마트산업노동조합 코스트코지회 박건희 지회장은 “고(故) 김동호 님은 29살의 젊고 꽃다운 나이에 35℃의 폭염 속에서 4만 보를 걸으며 성실히 일하다 죽음에 이르렀다”며 “당연한 산업재해 사망사고”라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마트노조 코스트코지회 박건희 지회장
마트노조 코스트코지회 박건희 지회장

유족과 마트노조에 따르면, 김동호씨(29세)는 2019년 4월 코스트코에 입사해 하남점에서 계산대(캐셔) 업무를 보다가, 지난 6월 5일부터 카트 및 주차관리 업무로 전환됐다.

김동호씨는 코스트코 주차장에서 6월 17일, 18일, 19일 3일 동안 폭염 상황에 노출된 채 장시간 카트 및 주차관리로 과로했다. 특히 17일(토)에는 방문 차량이 너무 많아 1시간 연장 근로까지 했다.

스마트폰 앱을 보면 김동호씨는 3일 평균 22㎞를 걸었고, 17일에는 4만 3712보 26.42㎞를 걸었고, 18일에도 3만 6658보, 22.01㎞를 걸었고, 사고 당일 19일은 2만 9107보, 17.36㎞를 이동했다.

당시 가족과 동료에게 가슴이 답답하고 호흡 곤란을 호소했던 김동호씨는 19일 오후 7시경 주차장에서 쓰러져 있었고, 인근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으나 사망했다.

담당의사의 최초 사망원인 진단은 ‘폐색전증’으로 기록됐다. 이는 응급실 도착 후 코스트코 직원이라는 설명만 듣고 사망진단을 폐색전증으로 표기한 것이라고 한다.

유족은 장례 이후 담당의사를 찾아 고인의 업무 및 환경에 대해 설명했고, 담당의사는 ‘왜 처음부터 설명을 제대로 안 했냐’며 혈액검사 결과를 보고 암모니아 수치가 높아 탈수와 연관성이 있음을 발견, 폐색전증의 원인으로 ‘온열에 의한 과도한 탈수’를 기입한 사망진단서를 재발급했다.

박건희 지회장은 “그러나 40여 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코스트코와 조민수 대표는 단 한마디의 유감 표명이나 사과조차 없다”며 “오히려 조민수 대표는 고인의 장례식장에서 ‘고인이 지병을 숨기고 입사했다’며 병사로 몰고 가려는 파렴치한 발언을 입에 담았다”고 밝혔다.

박건희 지회장은 “국내에 진출한 미국 자본 코스트코는 5년 동안 7000억 원의 돈을 미국으로 가져갔다”며 “사람이 죽어도 한국에서 돈만 벌면 된다는 코스트코와 조민수 대표의 생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트노조 코스트코지회 박건희 지회장
마트노조 코스트코지회 박건희 지회장

박건희 지회장은 “(코스트코는) 현장에서 직원이 사망했음에도 입막음에만 급급해하고 있다”며 “많은 언론에서 취재하기 위해 코스트코를 찾고 있지만, 코스트코는 관리자들을 앞세워 직원들의 입까지 막아서고 매장 자체의 출입을 하지 못하게 하는 파렴치한 행동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박건희 지회장은 “조민수 대표를 포함한 상위 관리자들이 코스트코 노동자들의 처우를 외면한 채 얼마나 파렴치하고 본인 처세만 생각하는지 알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박건희 지회장은 “얼마 전 하남점에 근무하는 모 팀장은, 하남점 식당과 휴게실에서 ‘(사망한 노동자가) 원래 병이 있었던 것 아니냐, 왜 탈수 증세가 오기까지 쉬지 않고 물을 마시지 않았냐’며 사측에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려고 악의적으로 얘기하는 일이 있었다”고 밝혔다.

박건희 지회장은 “그 팀장 사번이 1998년인데, 1998년도부터 이 회사에 다녔으면 본인이 더 잘 알 텐데 어떻게 그런 말을 입에 담을 수 있느냐”며 “코스트코 회사 시스템이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는 시스템인가. 본인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휴게실이 제대로 마련돼 있느냐”고 따졌다.

박건희 지회장은 “현장에서 중간관리자가 당당하게 이딴 말을 내뱉을 수 있는 것은, 고인의 장례식장에서도 지병으로 사망했다는 말을 입에 담는 코스트코의 조민수 대표 때문일 것”이라며 “노동조합으로 뭉쳐서 싸워 바꿔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족과 마트노조는 코스트코 주차장 내 열기를 식힐 냉방장치는 없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주차장 천장 공기순환장치 역시 절전을 이유로 꺼둘 때가 많았다고 전했다.

또한 코스트코 사내 취업규칙 안전수칙에 따르면 쇼핑카트는 한 번에 최대 6대 이상 끌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으나, 하남점은 일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한 번에 20여 대를 끌어야 하는 상황이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고 한다.

유족과 마트노조에 따르면, 코스트코는 유족의 산업재해 신청에 비협조적이라고 전했다. 유족은 김동호씨 사망 다음날(6월 20일) 코스트코에 산업재해(산재) 처리 협조를 요청했으나, 인사담당자는 ‘산재 처리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박건희 지회장은 “아직도 전국의 현장에서는 ‘콤보 제도’를 운운하며 계속 인력 쥐어짜기로 사람을 갈아 넣고 있다”며 “하남점에서 단기 아르바이트생을 채용해 이 상황을 모면하고 넘어가려고 하고 있다”고 알렸다.

박건희 지회장은 “콤보제와 시즈널 사원은 안정적인 인원이 아니”라며 “코스트코의 꼼수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박건희 지회장은 “우리가 뭉쳐서 싸우지 못하면 코스트코는 계속해서 인력을 갈아 넣을 것”이라며 “시간이 흘러 조용해지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건희 지회장은 “(코스트코는) 원래 그랬다”며 “라돈 베개를 팔았을 때도, 무단 오ㆍ폐수를 방류할 때도, 의무휴업 강제 영업할 때도, 직장 내 어린이집 미설치할 때도 모두 다 돈이면 된다는 코스트코였다”고 직격했다.

박건희 지회장은 “뭉쳐 있는 노동자들을 경험해 보지 못한 조민수 대표의 무지한 경험에서 나온 결과물”이라며 “그걸 바꿀 방법은 우리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건희 지회장은 “시간이 흘러 여러분의 관심이 사그라지면 남아있는 것은 우리 노동조합과 코스트코뿐일 것”이라며 “여기 모인 코스트코 동료 여러분, 현장으로 돌아가시면 주위 동료들에게 함께 하자고 말해달라”고 연대를 요청했다.

박건희 지회장은 “우리의 힘으로 이 코스트코를 바꾸자고 얘기해 달라”며 “우리가 뭉쳐서 회사를 바꾸자”는 말로 추모사를 마쳤다.

한편 이 자리에는 마트노조 정민정 위원장, 정준모 조직국장, 코스트코지회 박건희 지회장, 권도연 일산분회장, 서비스연맹 김광창 사무처장, 진보당 홍희진 청년진보당 공동대표, 고(故) 김동호씨 친형 김동준씨 등을 포함해 수십 명의 마트노조 조합원이 모여 고인을 추모했다.

추모 집회를 지켜보던 코스트코 광명점 관계자들은 집회 참여자들에게 생수를 지급하려고 했으나 마트노조 정준모 조직국장은 “웃기지도 않는다”고 비꼬았고, 조합원들은 “그딴 생수, 왜 고인에게는 주지 않았느냐”며 분노했다.

주최 측은 추모집회 마지막 순서로 코스트코 광명본사 입구에서 헌화하기도 했다. 참가자 중 일부는 헌화하며 눈물을 훔치거나 오열하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사회를 맡은 정준모 조직국장의 선창에 따라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마트노조 정준모 조직국장
마트노조 정준모 조직국장

“지병이 아니라 산재다! 코스트코가 책임져라!”
“더 이상 죽을 수 없다. 정규인력을 충원하라!”
“사인 왜곡 책임회피 조민수 대표는 사과하라!”
“우리는 노예가 아니다. 노동환경 개선하라!”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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