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11일 코스트코(대표 조민수) 하남점 노동자 사망사건과 관련해 “필요한 인력을 채용하지 않고 비용절감을 위해 쥐어짜듯 일을 시키고,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들을 제때 구비 하지 않아 노동자를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 코스트코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비스연맹 강규혁 위원장
서비스연맹 강규혁 위원장

마트산업노동조합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위원장 박주민)는 이날 오전 9시 20분 국회소통관에서 ‘코스트코 하남점 혹서기 노동자 사망 관련 유족 및 노동조합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규탄발언에 나선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20대의 젊은 노동자가 일터에서 갑자기 쓰러져 돌아가셨다. 너무나 안타까운 죽음”이라며 “생때같은 아들, 소중한 형제를 잃은 유가족분들에게 삼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는 말로 발언을 시작했다.

코스트코 하남점에서 근무하던 김OO(29세)씨는 지난 6월 17일부터 주차장에서 폭염 상황에 노출된 채 장시간 카트 및 주차 관리로 땀 흘리며 과로하다가 19일 온열에 의한 과도한 탈수로 발생한 폐색전증으로 사망했다.

강규혁 위원장은 “코스트코 하남점에서 4년 2개월 간 근무한 고인은 평소 힘든 일도 도맡아 하고, 성실하기로 주변 동료들이 입 모아 칭찬하는 노동자였다”며 “사망하기 며칠 전부터 이미 고인은 가슴 조임과 호흡곤란으로 힘들어했고, 업무 중 땀을 비 오듯 흘리며 안색이 급격히 나빠져 동료 직원들은 걱정할 정도였다고 한다”고 전했다.

강규혁 위원장은 “하지만, 현장에서는 고인을 위한 아무런 배려나 조치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계속해서 강규혁 위원장은 “부족한 인력에 주말에 사람이 아무리 몰려도, 불평 없이 연장근무까지 하며 열심히 일했다”며 “캐셔로 일할 때나, 주차장 관리 일을 할 때나 주변에 몸을 잠시 기댈만한 의자나 휴게공간이 없었지만, 반나절을 선 채로 또는 하루 4만 보가 넘게 걸으며 분주히 일했다”고 설명했다.

강규혁 위원장은 “3일간(6월 17일~19일) 폭염이 계속됐지만, (고인은) 에어컨은 고사하고 시원한 생수 한 병 지급 받지 못해도 묵묵히 일했다”며 “회사 취업규칙에도 6대까지만 끌라고 돼 있는 무거운 카트를 한 번에 20대를 옮기며, 하남지점의 인력 부족이 고객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일했다”고 말했다.

강규혁 위원장은 “(고인은) 그리고, 너무 몸이 안 좋아 쉬거나 병원에 가고 싶어도 맡은바 업무를 다 했다”며 “노동자의 이 성실함, 이 묵묵함의 대가가 죽음이라니…이런 현실이 너무나 원통하고 참혹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서비스연맹 강규혁 위원장
서비스연맹 강규혁 위원장

코스트코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서비스연맹 강규혁 위원장은 “필요한 인력을 채용하지 않고 비용절감을 위해 쥐어짜듯 일을 시키고,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들을 제때 구비 하지 않아 노동자를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 코스트코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코스트코는 사측의 과실로 인한 산재임을 인정하고, 제대로 책임지고, 제대로 재발 방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족과 마트산업노동조합에 따르면, 코스트코는 유족의 산업재해 신청에 비협조적이라고 전했다. 유족은 김OO씨 사망 다음날(6월 20일) 코스트코에 산업재해(산재) 처리 협조를 요청했으나, 인사담당자는 ‘산재 처리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또 사망 일주일 뒤인 6월 26일, 유족은 코스트코 하남점장에게 CCTV 영상 복사본을 요구했으나 개인정보 유출을 이유로 거절됐다. 경찰의 중재 하에 고인 외의 인물에 모자이크 처리하고, 처리비용을 유족이 부담하는 것으로 합의했으나, 27일 점장이 직접 ‘본사 회의를 거쳐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CCTV 사본 제공 불가’를 통보했다고 한다.

한편 유족은 하남점장에게 근무기록지도 요구했으나, 점장은 ‘그런 것 자체가 없다’고 답변하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유족은 별도 경로를 통해 근무기록지의 존재를 확인하고 일부 내용을 확인했다.

(왼쪽부터) 마트노조 코스트코지회 박건희 지회장,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서비스연맹 강규혁 위원장
(왼쪽부터) 마트노조 코스트코지회 박건희 지회장,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서비스연맹 강규혁 위원장

서비스연맹 강규혁 위원장은 “고온 환경에서 과도한 탈수로 인한 사망이라고 적혀진 사망진단서를 오늘 유족분들이 공개했다”고 소개하며 “사망 전후 여러 가지 미비한 조치도 오늘 노동조합에서 준비한 자료에 밝혔다”고 말했다.

유족과 마트노조에 따르면, 김OO씨(29세)는 2019년 4월 9일 코스트코에 입사해 2023년 6월 4일까지 4년 2개월간 하남점에서 계산대(캐셔) 업무를 보다가, 6월 5일부터 카트 및 주차관리 업무로 전환됐다.

김씨는 주차장에서 6월 17일(토), 18일, 19일 3일 동안 폭염 상황에 노출된 채 장시간 땀을 흘리며 과로했다. 주말에 내방 고객이 증가해 업무가 증가했고, 특히 17일에는 방문 차량이 너무 많아 1시간 연장 근로까지 했다.

스마트폰 앱을 보면 김씨는 온열에 의한 과도한 탈수로 발생한 폐색전증으로 사망하기 직전 3일 평균 22km를 걸었고, 17일에는 최대 26.42km, 사망 당일에도 17.36km를 걸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는 근무 당시 가족과 동료에게 가슴이 답답하고 호흡 곤란을 호소했다.

당시 동료 직원이 잠시 쉬라고 하고 와보니 김씨는 주차장에서 쓰러져 있었고,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으나 사망했다. 담당의사의 최초 사망원인 진단은 ‘폐색전증’으로 기록됐다. 이는 응급실 도착 후 코스트코 직원이라는 설명만 듣고 사망진단을 폐색전증으로 표기한 것이라고 한다.

유족은 장례 이후 담당의사를 찾아 고인의 업무 및 환경에 대해 설명했고, 담당의사는 ‘왜 처음부터 설명을 제대로 안 했냐’며 혈액검사 결과를 보고 암모니아 수치가 높아 탈수와 연관성이 있음을 발견, 폐색전증의 원인으로 ‘온열에 의한 과도한 탈수’를 기입한 사망진단서를 재발급했다.

그리고 당시 김씨가 근무하던 5층짜리 지상주차장 건물에는 직원 휴게실이 5층에 하나 있는데 등받이 의자 1개가 비치돼있었다. 주차장은 차량 엔진과 폭염에 달궈진 차량 표면 열기까지 더해져 체감 온도는 더욱 높았다고 한다.

유족과 노조는 주차장 내 열기를 식힐 냉방장치는 없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주차장 내 천장 공기순환장치 역시 절전을 이유로 꺼둘 때가 많았다고 전했다. 인근 스타필드 주차장에는 국소냉방장치가 설치돼있었는데, 코스트코 하남점 주차장에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한다.

고인의 재해현장인 1층 주차장에서 물이 있는 5층 휴게실까지 왕복 이동시간 10분가량 소요돼, 폭염시 10~15분 규칙적인 휴식을 부여하도록 한 ‘고용노동부 온열질환 예방가이드’는 무용지물이라고 했다.

또한 코스트코 사내 취업규칙 안전수칙에 따르면 쇼핑카트는 한 번에 최대 6대 이상 끌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으나, 하남점은 일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한 번에 20여 대를 끌어야 하는 상황이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고 한다. 노조는 코스트코 하남점은 재해발생 직후에도 직원 한 사람이 20여 대의 카트를 밧줄로 묶어 끌고 있었다고 사진을 공개했다.

서비스연맹 강규혁 위원장은 “고용노동부는 이를 참고해 꼼꼼히 중대재해를 조사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현장을 엄격히 지도ㆍ감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규혁 위원장은 “서비스연맹과 마트산업노조는 코스트코 하남점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던 청년노동자의 삶과 죽음을 기억하겠다”며 “철저히 진상규명하고 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그리고 다른 모든 마트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앞장서서 투쟁하겠다”고 선언했다.

기자회견 자리에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이원정 국장, 마트산업노조 김성익 사무처장, 서비스연맹 강규혁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박주민 위원장, 강민정 의원, 조오섭 의원이 참가했다. 고(故) 김OO 노동자의 부친이 작성한 유가족 입장문은 마트산업노조 코스트코지회 박건희 지회장이 대독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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