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신종철 기자] 재혼한 국가유공자가 병으로 쓰러진 전 아내가 사망할 때까지 간병하며 함께 생활했다면 재혼 아내가 있더라도 전 처에 대해 법률혼에 준하는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행정심판 결정이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박은정)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중앙행심위)는 국가유공자 전OO씨와 이혼한 배우자 A씨 사이의 자녀가 두 사람의 국립묘지 합장을 신청한 것에 대해 국립호국원이 A씨 사망 당시 전씨에게 법률상 배우자가 있었다는 이유로 합장을 거부하는 것은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했다고 3일 밝혔다.

6ㆍ25전쟁 참전유공자로 국립묘지 안장 대상자인 전씨는 1959년 6월 A씨와 혼인해 1980년 7월 이혼할 때까지 약 21년 동안 결혼생활을 하며 세 자녀를 두었다.

전씨는 A씨와 이혼 후 미국으로 이민을 가 1981년 B씨와 재혼했다. 하지만 전씨는 1985년 7월경 국내에 있던 A씨가 뇌출혈로 쓰러지자, 1988년 11월 A씨를 미국으로 데려온 뒤 자신과 A씨의 첫째 아들 집에서 함께 살면서 1990년 1월 A씨가 사망할 때까지 정성껏 간호했다.

한편 전씨와 B씨는 이혼하기로 합의해 미국 법원은 1989년 9월 전씨와 B씨의 이혼을 판결했다. 하지만 혼인관계 종료의 효력을 1990년 3월에 발생하도록 해 A씨 사망 당시 전씨의 법률상 배우자는 B씨였다.

2016년 12월 전씨 사망 후 전씨와 A씨의 자녀들은 2017년 3월 두 사람의 국립묘지 합장을 신청했지만, 국립호국원은 A씨 사망 당시 전씨의 법률상 배우자는 B씨였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이에 A씨의 자녀들은 A씨 사망 당시 전씨와 B씨는 이혼판결을 받은 상태였고, 전씨와 A씨는 사실상 혼인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으므로 국립호국원이 전씨와 A씨의 국립묘지 합장을 거부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중앙행심위는 전씨와 A씨 간의 사실혼 관계가 전씨와 B씨 사이의 법률혼 관계가 존재하는 시점에 성립한 중혼적 사실혼 관계일지라도, 전씨와 B씨는 이혼의사의 합치가 있었으며 법률혼이 형식상의 절차만 남아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전씨와 A씨의 사실혼 관계는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국립호국원이 두 사람의 국립묘지 합장을 거부한 것은 잘못이라고 결정했다.

한편, 오는 5월부터 신속하고 만족스러운 사건 해결을 위해 행정심판 조정제도가 도입된다.

행정심판위원회는 사건의 법적ㆍ사실적 상태와 당사자 및 이해관계자의 이익 등 모든 사정을 고려한 후 당사자의 동의를 받아 조정을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11월부터는 행정심판에 국선대리인 제도가 도입된다. 행정심판 청구인이 경제적 능력으로 대리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에 행정심판위원회에 국선대리인 선임을 신청할 수 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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