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변협 부협회장 김관기 ‘변호사사무실 테러, 6월 9일 기억하자’
[칼럼] 대한변협 부협회장 김관기 ‘변호사사무실 테러, 6월 9일 기억하자’
  • 로리더
  • 승인 2022.06.13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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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원이 아니라 변호사의 업무상 가능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변호사 보수 기준을 설정하는 것도, 변호사 신규 배출을 조정하는 것도, 인접 직역의 신규 확장을 중단하는 것도, 법률보험을 제도화하는 것도, 변호사 공제회를 운영하는 것도 제각기 각론으로서 가치가 있겠다”
김관기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2022년 6월 9일을 기억하자>

2022년 6월 9일. 잊어버리기 힘든 날이다. 안 되는 소송을 여러 건 제기한 자는 패소 확정에 앙심을 품었던 것으로 보인다. 상대방 소송대리인 변호사 사무실에 침입하였다. 흉기를 휘둘러 두 사람을 찔렀고, 불을 질렀다. 건물 전체가 열과 연기로 피해를 입었다. 해당 사무실에서는 다른 변호사와 사무직원 모두 6명이 돌아가셨다. 피어 보지도 못하고 져 버린 꽃이 되어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가신 분들의 명복을 빈다.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을 따라 부협회장인 필자도 빈소에 다녀왔다. 한동훈 법무부장관도 먼 길을 달려와 반문명적 테러에 대한 슬픔을 표시하고, ‘이런 일을 막는 것이 국가의 임무’라고 말했다. 우리가 국민국가를 구성하여 정부에 충성하고 세금을 내는 것은 그 보호를 받기 위함이니 지당한 말씀이다.

누가 아무리 위로한들, 유족들의 슬픔이 얼마나 감해질 것인가. 생계를 잃어버린 유족들을 위해 모금운동을 해야겠지만 얼마나 지원한들 이 분들에게 충분한 생계대책이 되겠는가. 우리 변호사들은 이 날을 영원히 기억하여야 한다. 이것은 남의 일이 아니고 우리들의 일이다.

어찌 변호사들 뿐이랴. 가족들도 사무직원들도, 그리고 다른 법률종사자들의 일이기도 하다. 민주공화국에서 사는 시민들의 일이기도 하다. 아니 기억하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되겠다. 반문명적 테러를 저지르는 변종들은 어딘가에서 발호할 것이고, 이를 막을 국가는 때로는 너무나 멀리 있다. 이런 테러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도록 자구조치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래도 사고는 일어난다. 남은 사람들 대책을 세워야 한다.

물론 사법 종사자들이 신변의 위협을 받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죄 지은 자를 처벌하는 형사사법에서든 자원을 배분하는 민사사법에서든, 국가는 어떤 사람에게는 만족을 주지만 반대편 당사자에게는 폭력으로 다가서게 된다. 마땅히 수긍하여야 할 정당한 수사와 재판이라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멘탈리티를 가진 변종이 있고, 어떤 경우는 설득력이 부족할 수 있다.

오해와 불만은 판사와 검사에게 향할 것이 예상되지만, 이들은 국가의 강력한 보호를 받는다. 법원과 검찰청사는 인가받은 자만 통과할 수 있는 스크린도어가 있고 소지품을 검사하는 보안검색대를 운영한다. 물론 경비인력도 충분히 있다. 이들에게 함부로 접근하면 공무집행방해죄로 형사처벌을 받기도 한다.

변호사는 그렇지 못하다. 일부 대형로펌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의 변호사는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 재정적 현실이다.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 바와 같이 변호사는 돈을 제대로 벌지 못한다. 미국에서 총기난사 사고는 주로 학교에서 일어나는 것이 그렇듯이, 테러범은 자신이 마음대로 범행할 수 있는 약한 곳을 노리는데, 변호사는 매우 취약한 것이다. 변호사에 대한 부당한 접근이 특별히 형사법으로 문제되지도 않는다. 그냥 일반인인 것이다.

변호사가 사고를 당하면 부양가족이던 유족들은 보통 생계 대책을 잃어버린다. 판사나 검사는 공무원으로서 재해에 대하여 연금을 받을 수 있지만, 변호사는 독립된 사업자로서 스스로 벌어서 노후와 사후를 대비할 것이 가정된다. 사무직원은 산업재해에 대하여 보상이라도 받을 수 있지만, 사업주로 지목되는 변호사는 그나마도 해당이 없다.

변호사는 사법기관의 보조자로서 공적인 역할을 해주는 기관에 해당할 수 있으니, 국가 예산으로, 또는 다른 공적인 자금을 마련하여 변호사 사무실에 대하여 경비원을 배치하고 스크린도어를 설치하고 보안검색을 하는 방식을 마련하자는 것이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겠다.

또 변호사에 대한 신체적, 정신적 침해를 가중처벌하는 형법조항을 신설하자는 논의도 가능하겠다. 어쩌면 공무원에 준하여 연금을 받을 자격을 부여하자는 이야기도 상상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것은 지금 같이 변호사들의 재정적 현실에 대한 오해가 퍼져 있는 상황에서는 정치적 실현가능성은 없다고 가정해야 한다. “돈을 많이 버는 변호사들에게 공적 자금을 들여 경호를 하다니, 말이 되는가?”라고 법안의 반대파 국회의원은 말할 것이다.

더 중요한 한계는, 변호사의 본질상 공적인 지원을 직접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변호사는 권력이 지켜 주지 않는 사람을 대변하여야 한다. 정치적인 힘이 없어 국회의원을 움직일 수 없는 사람, 죄를 지었다고 정부로부터 쫓기고 있는 사람, 그리고 정부와 권력자, 부자의 반대편에 섰다고 재산의 박탈과 처벌에 직면한 사람을 대변하여야 한다. 다른 사람과 생긴 모습이 다르고 출신이 다르고 생활방식이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변호사가 정부로부터 혜택을 받는다고 가정해 보자. 정부가 싫어하는 의뢰인을 옹호하는 변호사에게 지원을 거절함으로써, 정부는 합법적으로 약자, 소수자의 인권을 탄압할 수 있다.

물론 자유민주적 질서가 어느 정도 확립된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과거 존재하였고 또 현재도 남아 있는 전체주의 레짐은 예외 없이 변호사가 없던가 권력의 지배에 대한 장식으로 작용한다. 정부의 재정적 지원을 받는 변호사는 마치 네모난 삼각형rectangular triangle이라고 말하는 듯한 형용모순이다. 의뢰인은 자신의 주머니에서 변호사를 후원해야, 자신의 대변자인 변호사에 대하여 심리적 자존심을 유지할 수 있다.

변호사 폭행을 공무집행방해에 준하게 하는 것은 나름 현실성이 있겠지만, 인간의 문명에 순응하기를 거부하는 테러범에게는 별 소용이 없다. 결국, 6월 9일의 사건은 언제든지 되풀이될 수 있다고 가정해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것은 변호사들이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자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게 해 주어야 하는 것으로 귀착된다. 사무실 출입을 감시할 수 있도록 장벽을 두고 이를 지키는 사람을 추가 고용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몇 년간 개업한 변호사의 지속가능성은 현저히 침해 받았다.

총론적으로 말한다. 변호사 수입을 늘려야 한다. 정부 지원이 아니라 변호사의 업무상 가능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변호사 보수 기준을 설정하는 것도, 변호사 신규 배출을 조정하는 것도, 인접 직역의 신규 확장을 중단하는 것도, 법률보험을 제도화하는 것도, 변호사 공제회를 운영하는 것도 제각기 각론으로서 가치가 있겠다. 이러한 지속가능성의 기반이 확보되면서, 법치국가에서 변호사의 인권옹호 기능이 발휘되고 변호사는 사회적 인정을 받을 것이다. 이제 무엇인가 할 때이다.

수사와 재판에 설득력이 없으면, 증오범죄, 모방범죄는 계속 발생할 것이다. 총론적으로, 신뢰받지 못하는 사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판사나 검사들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국민의 참여로만 가능하다. 배심제를 실시하고 소송절차를 개혁하는 것이 각론적 시도가 되겠다. 재판 과정과 판결을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것이 속칭 전관예우라고 일컬어지는 부패를 줄이는 길이기도 할 것이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사람이 하는 일에 완벽한 제도란 없는 것이고, 테러를 근절하는 것도 불가능하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무엇인가 해야 하지 않겠는가. 6월 9일을 기억하자.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김관기 변호사(김박법률사무소)

<위 글은 법률가의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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