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판사 출신 오지원 변호사가 무려 40년 전인 1971년 사법파동 당시 최영도 서울형사지방법원 판사가 작성한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는 사례’를 공개했는데, 검사들의 믿기 어려운 내용들이 담겨있다.

오지원 변호사는 “40년 전부터 검찰이 어떤 식으로 법관들을 압박했는지, 그것이 판사들에게 얼마나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했는지 알 수 있다”며 “이번 판사 사찰 문건은 아무리 살펴봐도 공소유지용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검찰을 지적했다.

판사 출신 오지원 변호사

5일 오지원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진정 국민의 검찰이 되고 싶다면 넘어야 할 산>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오 변호사는 “(1971년) 1차 사법파동 당시 최영도 판사님이 작성한 ‘사법부 독립 침해 사례’라며 서울형사지방법원이라고 적힌 노트에 작성된 2장의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는 사례’를 공개했다.

오지원 변호사는 “40여년 전부터 검찰이 어떤 식으로 법관들을 압박했는지, 그것이 판사들에게 얼마나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했는지 알 수 있다”며 “신원조사, 예금통장 조회, 무죄판결 시 공공연한 비난”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사법파동 당시 최영도 서울형사지법 판사가 작성했다는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는 사례’를 보면 다음과 같다.

오지원 변호사가 공개한 최영도 판사의 문서
오지원 변호사가 공개한 최영도 판사의 문서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는 사례>

① 반공법, 국가보안법 위반 등 피고사건의 영장에서 판결까지 검찰과 견해를 달리 할 때 그 법관을 용공분자로 취급하여 공공연한 압력을 가하고, 신원조사를 하는 등 불안을 조성한다.

② 행정부에서 관심이 있는 사건의 담당법관에게 검사가 자기의 생명이 걸렸다는 말까지 하며 전화, 내방 등으로 압력을 가한다.

③ 일반사건에 있어서 검사가 무리한 구속영장을 청구, 무리한 공소제기, 공소유지를 태만히 하여 영장이 기각되거나, 무죄, 집행유예 등의 판결이 선고되었을 때 법관이 부정한양 공공연히 비난하는 언동을 자행한다.

④ 법관에 대하여 예금통장의 조사, 미행, 가정조사, 함정수사 등을 감행. 불쾌함 내지 불안감을 조성한다.

⑤ 구속영장을 검사가 법원에 접수시키지도 아니하고, 직접 판사실로 가져와 발부를 간청하는 등 압력을 가한다.

⑥ 법원 내에서 사건이 발생하면 그 진상을 보사하기도 전에 무고한 법관을 피의자 취급하며 협박, 폭언을 자행한다.

⑦ 이번 사건의 경우.

▲미행 및 함정수사
▲피의사실공표.
▲영장 계속 청구의 의도는 강제수사에 있는 것이 아니고, 법관을 망신시켜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려는데 있다.
▲제2, 제3의 희생자를 얼마든지 만들어 검찰이 (중략) 좌우하려는 (중략)

오지원 변호사는 “과거 없는 현재는 없다”며 “관행은 규정보다 힘이 세다. 그 관행 속에 있는 사람들은 관행과 윗사람을 거역하기 어렵고, 문제의식을 가지기 어렵다. 그래서 더 알려줘야 한다”고 짚었다.

오 변호사는 “그리고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가만히 있어서는 우리 스스로의 인권을 지킬 수 없다”며 “(논란으로 사회가 떠들썩하면) 그들은 침묵하다, 기회가 되면 또 관행대로 행동할 것”이라고 봤다.

오지원 변호사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에 대한 기무사, 해경, 경찰 등의 사찰은 40~50년 전부터 민간인 학살 사건에 대해 진상조사를 요구했던 유가족들을 사찰하고, 반국가단체 혐의를 씌웠던 과거 관행이 이어진 사례”라고 말했다.

특히 오지원 변호사는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을 도왔던 일부 변호사들과 교수 등에 대해, 검찰이 금융거래내역을 조회하고 그 이유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던 것도 40여년 전부터 판사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행하기 위해 검찰이 취했던 것과 다르지 않은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오 변호사는 “이렇다 보니 그때나 지금이나 검찰이 국민과 인권을 지켜주고 있는지는 의문이 들고, 조직과 기관장, 자기 식구를 지켜주기 위해 애쓰는 건 확실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오 변호사는 “(검찰은) 정권하고는 붙었다 싸웠다 하면서, 거대언론과는 각종 정보를 주고받는 오랜 친분관계”라고 봤다.

판사 출신인 오지원 변호사는 “이번 판사 사찰 문건은 아무리 살펴봐도 공소유지용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공소유지용이라면 (법관이) 우리법연구회라든지 가족관계 등을 기재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구나 대검에서 (‘주요사건 재판부 판사들에 대한 문건’) 자료를 생산할 이유도 없다”고 지적했다.

오지원 변호사는 “이번 기회에 독재정권 아래 검찰이 했던 일들 중 일부가 여전히 관행으로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이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변호사는 끝으로 “대검 인권정책관실에서는 이런 일을 해야 하는 거 아닐까”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는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 및 수사가 위법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진정이 있었다면서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가 인권정책관실에 대검 감찰부를 조사하라고 지시한 것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검 인권정책관실에서 대검 감찰부에 대한 진상확인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오는 7일 ‘전국법관대표회의’ 회의가 예정돼 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각 법원에서 대표를 선출한 대표판사들이 모인 회의체다.

오지원 변호사는 2005년 대전지방법원 판사로 임관해 수원지방법원 판사를 거쳐 2011년 2월 법복을 벗고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2013년에는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 제2부회장,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피해자지원점검과장, 대한변호사협회 여성아동특별위원회 위원, 변협 생명존중재난안전특별위원회 위원,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사무처장 등으로 활동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