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위법”…7년 만에 노동조합 지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위법”…7년 만에 노동조합 지위
  • 신종철 기자
  • 승인 2020.09.03 1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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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더]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 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3일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가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낸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전교조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이 해직 교원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다는 이유로 정부가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 처분을 한 것이 위법하다고 판단함으로써, 전교조는 7년 만에 다시 노동조합 지위를 회복할 수 있게 됐다.

김명수 대법원장을 포함해 대법관 10명은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가 위법하다’고 판단했고, 반면 이기택ㆍ이동원 대법관은 ‘정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전교조는 1989년 5월 28일 전국의 국ㆍ공립학교와 사립학교의 교원을 조합으로 해 설립됐다.

고용노동부는 1999년 7월 전교조에 대한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수리해, 전교조는 노조로 활동해 왔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9월 23일 고용노동부는 전교조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해직자의 조합원 가입을 허용하는 규약을 시정하도록 명했으나 이행하지 않았고, 실제로 해직자가 조합원으로 가입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는 이유로 규약 개정과 해직 교원의 탈퇴처리 등 시정을 요구했다.

전교조 6만여 조합원 중에 해직자가 9명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고용부는 시정요구서에 전교조의 조합원으로 가입해 활동하고 있는 해직 교원 9명을 구체적으로 특정하고, “만약 2013년 10월 23일까지 시정요구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교원노조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할 예정이니 유념하시기 바랍니다”라고 기재했다.

전교조는 부당하다며 시정요구를 이행하지 않았다.

그러자 고용노동부는 2013년 10월 24일 전교조에 대해 “교원노조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했다. 즉 ‘법원노조’ 통보를 했다.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은 “노동조합이 설립신고증을 교부받은 후 노동조합법 제12조 제3항 제1호에 해당하는 설립신고서의 반려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행정관청은 30일의 기간을 정하여 시정을 요구하고 그 기간 내에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해당 노동조합에 대하여 노동조합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전교조는 “법외노조 통보가 위법하다”고 주장하면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제1심과 항소심은 법외노조 통보를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사건은 전교조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고, 대법원장이 재판장을 맡고, 대법관 12명 전원이 참여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이 사건을 다뤘다. 다만, 김선수 대법관은 변호사 시절 이 사건을 대리해 전원합의체 심리에 참여하지 않았다.

대법원 청사
대법원 청사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도로 원심법원에 환송한다”며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전원합의체는 “법외노조 통보는 적법하게 설립된 노동조합의 법적 지위를 박탈하는 중대한 침익적 처분으로서 원칙적으로 국민의 대표자인 입법자가 스스로 형식적 법률로써 규정해야 할 사항이고, 행정입법으로 이를 규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률의 명시적이고 구체적인 위임이 있어야 한다”며 “그런데 노동조합법 시행령 조항은 법률의 위임 없이 법률이 정하지 않은 법외노조 통보에 관해 규정함으로써 헌법상 노동3권을 본질적으로 제한하고 있으므로 그 자체로 무효”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무효로 판단한 구체적인 이유를 제시했다.

전원합의체는 “노동조합 설립신고의 수리는 법에서 정한 설립요건을 갖춘 노동조합을 법상 노동조합으로 인정함으로써 노동조합법이 정한 권리와 혜택을 향유할 수 있는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고, 법외노조 통보는 이미 적법하게 설립된 노동조합에 결격사유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노동조합으로부터 법적 지위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외노조 통보를 받은 노동조합은 더 이상 노동조합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고, 사용자가 단체교섭을 거부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하더라도 적절히 대응할 수 없게 되는 등 노동조합으로서의 활동에 지장을 받게 된다”며 “물론 법외노조가 되더라도 노동조합으로서의 지위 자체를 상실하는 것은 아니므로 노동3권의 일반적인 행사는 가능하다고 볼 수 있으나, 그렇다하더라도 현실적인 제약과 불이익을 피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전원합의체는 “노동3권은 노동조합을 통해 보장될 수 있는데, ‘노동조합’이라는 명칭조차 사용할 수 없는 단체가 노동3권을 실효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고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라며 “결국 법외노조 통보는 형식적으로는 노동조합법에 의한 특별한 보호만을 제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을 본질적으로 제약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짚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가 전교조에 대해 법외노조 통보를 한 다음날 교육부장관은 각 시도 교육청에 공문을 보냈다. 내용은 법외노조 통보에 따라 전교조가 노동조합 명칭 사용, 단체교섭 등과 같은 노동조합으로서의 지위 및 권한을 상실하게 됐으니 노동조합 전임자에 대한 휴직허가 취소 및 복직 발령, 전교조에 지원한 사무실 퇴거 및 사무실 지원금 반환 요청 등의 후속조치를 이행하고 보고하라는 것이었다.

전원합의체는 “노동조합법상 노동조합으로 인정되는지 여부는 헌법상 노동3권의 실질적인 행사를 위한 필수적 전제가 되고, 이미 적법한 절차를 거쳐 설립된 노동조합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는 아직 법상 노동조합이 아닌 단체에 대한 설립신고서 반려에 비해 침익성이 더욱 크다”며 “따라서 이처럼 강력한 기본권 관련성을 가지는 법외노조 통보에 관하여는 법률에 분명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에 부합한다”고 봤다.

이어 “그런데 현행 노동조합법은 제정 당시부터 현재까지 설립신고서 반려에 관하여는 이를 직접 규정하면서도 그보다 더 침익적인 법외노조 통보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이를 시행령에서 규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전원합의체는 “법외노조 통보는 이미 법률에 의해 법외노조가 된 것을 사후적으로 고지하거나 확인하는 행위가 아니라, 통보로써 비로소 법외노조가 되도록 하는 형성적 행정처분”이라며 “이러한 법외노조 통보는 단순히 노동조합에 대한 법률상 보호만을 제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헌법상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제약한다”고 말했다.

전원합의체는 “그런데 노동조합법은 법상 설립요건을 갖추지 못한 단체의 노동조합 설립신고서를 반려하도록 규정하면서도, 그보다 더 침익적인 설립 후 활동 중인 노동조합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이를 시행령에 위임하는 명문의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며 “더욱이 법외노조 통보 제도는 입법자가 반성적 고려에서 폐지한 노동조합 해산명령 제도와 실질적으로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노동조합법 시행령 조항은 법률이 정하고 있지 않은 사항에 관해, 법률의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위임도 없이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에 대한 본질적인 제한을 규정한 것으로서 법률유보원칙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전원합의체는 “노동조합법 시행령 조항은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돼 그 자체로 무효”라며 “따라서 시행령 조항에 기초한 법외노조 통보는 법적 근거를 상실해 위법하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도 시행령 조항을 유효하다고 봐 법외노조 통보를 적법하다고 판단한 원심은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 대법관들의 별개의견과 반대의견은?

이 판결에는 김재형 대법관의 별개의견, 안철상 대법관의 별개의견, 그리고 이기택 대법관, 이동원 대법관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했다. 한편 다수의견에 대한 박정화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 김상환 대법관, 노태악 대법관의 보충의견이 있다.

김재형 대법관은 별개의견에서 “전교조에 대한 법원노조 통보의 당부를 판단하기에 앞서 전교조를 법원노조로 보는 것 자체에 잘못이 있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법외노조 통보는 위법하다”며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은 파기돼야 한다”고 밝혔다.

안철상 대법관은 별개의견에서 “법외노조 통보가 위법한 것은 시행령 조항이 무효이기 때문이 아니라 전교조의 위법사항에 비해 과도한 것이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법외노조 통보를 적법하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수익적 행정처분의 철회 제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어, 원심판결은 파기돼야 한다”고 밝혔다.

◆ 이기택 대법관과 이동원 대법관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는 정당”

이기택, 이동원 대법관은 “원심이 전교조의 청구를 기각한 1심 판결을 유지한 것은 정당하다”며 다수 대법관과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두 대법관은 “전교조는 규약을 통해 해직 교원의 조합원 가입을 정면으로 허용하고 있고, 설립신고 당시 규약의 존재를 숨긴 채 행정관청을 기망해 수리를 받았으며, 이를 지적하는 정부의 반복적인 시정명령과 시정요구에도 응하지 않았으므로, 전교조에게 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기득권 내지 신뢰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두 대법관은 “법이 정한 요건을 지키지 않으면서 그 요건을 충족했을 경우에 주어지는 법적 지위와 보호만 달라는 식의 억지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법체계는 법치주의에 기반한 현대 문명사회에서 본재한 바 없고, 앞으로도 있어서는 안 된다”며 “고용노동부가 전교조에게 법외노조 통보를 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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