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신종철 기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 대해 “민변 안에 북변(북한변호) 있다”고 표현한 하태경 의원에 대해 항소심은 민변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봤으나, 대법원은 명예훼손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국회의원은 2015년 3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국 대사를 피습한) △△△의 변호사 OOO(A) 민변 소속인데 머리 속은 북변이에요, 민주변호가 아니고 북한 변호라는 거죠. 민변 안에 북변인 분들 꽤 있죠”라는 등의 글을 올렸다.

이에 민변은 “A변호사는 회원이 아님에도 민변 회원 중에 A변호사를 비롯해 종복 변호사들이 여러 사람 있다는 취지의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가 훼손됐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43단독 양환승 판사는 2016년 5월 민변이 하태경 의원을 상대로 명예훼손에 따른 20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양환승 판사는 “피고가 A변호사는 민변의 회원이라고 잘못 표현하고 민변 회원들 중에 종북 성향을 가진 변호사들이 상당수 있다는 표현을 적시하기는 했으나, 위 표현을 원고 단체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적시라고 보기 어렵고, 그 표현으로 민변의 명예가 훼손됐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민변이 항소했고,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민사부(재판장 이태수 부장판사)는 2017년 4월 민변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봐 하태경 의원의 손해배상책임을 일부 인정해 “민변에게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하태경 의원의 글 중 ‘민변 안에 북변인 분들 꽤 있죠’라는 표현이 사실의 적시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북변’이라는 용어가 ‘비민주사회인 북한을 옹호하고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부인하는 사상을 가진 세력을 위한 활동을 하는 종북 변호사’라는 의미로 사용됐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는 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법률지원활동을 하면서 종북 세력을 변호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되므로, 민변의 법률지원활동이 원래 목적인 인권 옹호에서 벗어나 종북 세력을 비호하기 위한 방향으로 치우쳐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해, 피고의 글로 인해 민변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저하됐다는 이유로 명예훼손으로 인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피고(하태경)는 원고(민변)에게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이에 하태경의 의원이 상고했고, 대법원의 판단은 또 달랐다.

대법원 청사
대법원 청사

대법원 제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지난 12월 13일 민변이 하태경 국회의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라”며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로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글에서 ‘북변’이라는 용어가 원심이 설시하는 의미를 가진 ‘종북 변호사’를 뜻하는 것으로 사용됐는지가 명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종북’의 의미 자에가 현재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고, 그 의미를 객관적으로 확정하기 어려운 데다가, 이 표현의 전후문맥 등을 고려해보면 이 표현은 사실의 적시가 아닌 의견의 표명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원심이 이 사건 표현이 ‘의견 표명이 아닌 사실 적시’임을 전제로 명예훼손으로 인한 불법행위 성립을 인정한 데에는, 명예훼손에 의한 불법행위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케 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판시했다.

하태경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하태경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한편 하태경 의원은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하 의원은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표현의 자유를 재차 보장해준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태경 의원은 “비판적 의견을 위축시키고 통제할 목적으로 명예훼손 소송이 남용되어서는 안 된다”며 “그 어떤 집단이라도 대한민국에 해악을 끼치는 행위를 한다면, 앞으로도 주저 없이 쓴소리를 하겠다”고 말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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