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초등학교에 지문인식출입시스템 도입에 대해 “아동의 지문정보를 수집ㆍ관리하는 것은 법률적 근거 없이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해당 교육감에게 “아동의 기본권을 최소한으로 제한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26일 밝혔다.

지난 1월 A광역시 교육감은 24시간 안전한 학교 환경 조성을 위해 관내 229개 모든 초등학교에 2019년 3월부터 지문인식을 통한 건물출입통제시스템을 전면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건물출입통제시스템이 학교 건물 주출입문에 설치되면, 초등학교의 모든 학생과 교직원은 학교 건물 출입을 위해 지문인식기에 지문을 등록해야 하고, 해당 출입문 하나로만 건물을 출입해야 한다. 발표 이후 A교육감은 지문인식 외 카드인식 방식을 병행하겠다고 수정해서 다시 밝혔다.

그러나 “이 역시 학생들과 교직원들의 지문정보를 과도하게 수집 이용하는 것”이라는 진정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됐다.

그런데 교육청은 진정 제기 이후 현재까지 건물출입통제시스템 도입을 보류 중이다.

이에 인권위는 “이 진정은 장래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사안에 관한 것으로 실제 피해를 입은 피해자가 없으므로, 국가인권위원회가 진정사건으로 조사할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각하 결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권위는 “향후 관내 229개 모든 초등학교에 도입된다면, 이는 생체정보인 지문의 수집 이용에 관한 것으로 아동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 기본권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고 판단된다”며 의견표명을 검토했다.

국가인권위 아동권리위원회(위원장 정문자)는 “해당 교육청이 도입하고자 하는 지문인식을 통한 건물출입통제시스템 설치가 학생들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학생들의 지문정보를 수집 관리하게 되고, 이는 학생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행위이므로 법률상 근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그러나, 관내 초등학교 학생의 지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없고, 시ㆍ도 교육청, 학교의 자체 규정이나 지침도 마련되어 있지 않아, 이러한 정보 수집을 허용하는 근거 규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해당 교육청은 지문인식을 통한 건물출입통제시스템을 운영함에 있어 학생 지문 등록시 학생 및 보호자를 대상으로 개인정보처리에 대한 동의를 받을 예정이라고 한다.

인권위는 “학생은 학교의 규칙에 따라야 하고, 학교에서 시행하고자 하는 규칙이나 정책을 따르지 않을 경우 어떤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고, 이러한 이유로 지문정보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결정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또한, 같은 이유로 지문정보를 제공하겠다는 동의를 했다고 하더라도 자유로운 의사에 기초한 동의가 아니거나, 정보처리 상황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의 동의일 수도 있다”고 봤다.

또 “지문정보처리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학생과 보호자가 동의를 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고, 충분히 이해했다 하더라도 학교와 학생의 관계에서 학생 등의 동의가 자유로운 의사에 기반하지 않았을 수도 있음이 우려된다”고 짚었다.

인권위는 “학생 및 보호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충분한 설명을 제공받은 상태에서 지문정보를 제공하기로 동의했다 하더라도,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덜 제한하는 건물출입통제시스템을 갖출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러한 방법을 채택하는 것이 인권보장의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어 “학교 출입을 위해 지문인식기를 설치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은 외부인의 무분별한 출입 등으로부터 학생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고자 하는 것으로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지문정보를 제공받아 이를 이용하는 건물출입통제시스템을 설치하는 것은 지문정보가 등록된 학생들만 출입할 수 있고 학교와 관련 없는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할 수 있으므로, 외부인들로부터 학교

건물 내에 있는 학생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적합성은 인정된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그러나 “지문인식기를 통해 모든 아동의 건물 출입의 시간, 횟수 등의 정보가 전산에 기록될 수 있고, 그렇다면 아동 개개인의 행적을 파악할 수도 있어 사생활의 자유가 침해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학생들의 안전을 위한 외부인 출입의 통제는 지문정보처리 방식이 아닌, 보다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침해가 덜한 방식으로 가능한데, 해당 교육청에서도 제시하듯이 학교보안관을 추가 배치해 현재 교문에만 배치돼 있는 학교보안관을 지문인식기가 설치될 건물 주출입문에도 배치하거나, 교내 사각지역에 고화소 CCTV를 추가로 설치하는 방식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며 “지문이 아닌 출입기능을 탑재한 카드를 사용하는 방안도 지문정보처리를 하는 출입통제방식보다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침해 여지가 덜 하다고 볼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인권위는 나아가 “학교에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함으로써 얻어지는 학생의 안전이라는 공익에 비해, 신체 자체로부터만 획득될 수 있는 강한 일신전속성을 가지는 생체정보인 지문정보가 유출되는 경우 피해회복이 어렵고, 정보의 관리주체가 교육청인지, 학교인지, 외부 용역업체인지 분명치 않은 상황에서 관리소홀의 위험성도 있으므로, 정보주체의 불이익의 위험성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로리더 신혜정 기자 shin@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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