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유흥주점 업주가 손님으로 가장한 단속 경찰관의 요구로 성매매 여성을 알선한 사건에서 1심과 2심(항소심) 재판부는 ‘경찰의 위법한 함정수사’로 판단해 잇따라 공소기각 판결했다.

‘공소기각’은 죄의 성립 유무에 대해서 판단을 하지 않고 재판을 종결하는 판결인데, 법원은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해 무효인 때 등 공소기각 사유가 있는 때에는 공소기각 판결을 해야 한다.

검찰의 범죄사실에 따르면 유흥주점 업주 A씨(40대)는 2017년 3월 자정쯤 손님으로 가장한 경찰관으로부터 주류 제공과 성매매 비용 명목으로 40만원을 받고 여종업원을 방으로 안내해 성교행위를 하도록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기소됐다.

2018년 4월 1심 재판부는 “경찰관들이 단속 실적을 올리기 위해 손님을 가장하고 성매매를 할 수 있는 도우미를 불러 줄 것을 요구하는 등의 위법한 함정수사를 했다”는 이유로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했다.

이에 검사는 “성매매 요청을 받은 후의 A씨의 태도, A씨가 단속 이전에도 성매매를 알선한 사실이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단속은 범의 유발형 함정수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그럼에도 이 단속을 범의 유발형 함정수사로 봐 공소를 기각한 원심판결은 위법하다”며 항소했다.

의정부지방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오원찬 부장판사)는 지난 4월 18일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성매매알선 등) 혐의로 기소된 유흥주점 업주 A씨에 대한 항소심(2018노1311)에서 공소기각 1심 판결을 유지하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결론부터 정리하면 재판부는 1심과 같이 ‘경찰의 위법한 함정수사’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나아가 예비적 판단도 했는데, 단속 경찰관과 접대부가 실제로 성매매를 하지 않기에 손님으로 위장한 단속 경찰관에게 성판매 의사가 있는 접대부를 알선했더라도 성매매알선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함정수사’에 대해 우리나라는 성매매 단속과 처벌 실무에 애로가 많다는 이유로 함정수사를 허용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반면 성매매를 단속하기 위해 국민을 범죄인으로 유인해서는 안 되고, 법치국가에서 수사기관이 계략과 사술에 의한 함정수사를 하는 것은 성매매에 관한 것이라도 허용할 수 없다는 의견 등 분분하다.

재판부는 먼저 “무죄추정이라는 헌법상 원칙에 비추어 예컨대 형법 310조와 같은 입증책임에 관한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함정수사의 거증책임이 피고인에게 있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검사가 함정수사가 아니었음을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구체적인 사건에서 위법한 함정수사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해당 범죄의 종류와 성질, 유인자의 지위와 역할, 유인의 경위와 방법, 유인에 따른 피유인자의 반응, 피유인자의 처벌 전력 및 유인행위 자체의 위법성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경찰관들이 고가의 주류를 주문함으로써 피고인으로 하여금 금전적 유혹과 압박을 받게 한 점, 직장 내 승진을 위한 상관 접대 필요성 운운으로 동정심이나 감정 호소 등의 수단을 사용한 점 등은 함정수사로 판단할 수 있는 사정이 되는 반면에, 위법한 함정수사가 아니었다고 볼 만한 검사의 증명은 없으므로, 경찰관들의 단속은 범의 유발형 함정수사에 해당한다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2005년 10월 28일 대법원은 “본래 범의(犯意)를 가지지 않은 자에 대해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써서 범의를 유발케 하여 범죄인을 검거하는 함정수사는 위법함을 면할 수 없고, 이러한 함정수사에 기한 공소제기는 그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해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며 “따라서 본래 범의를 가지지 않은 자에 대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써서 범죄를 유발케 하여 범죄인을 검거하는 함정수사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결(2005도1247) 했다.

한편, 이번 항소심 재판부는 예비적 판단으로 단속 현장의 위장 경찰관에 대한 알선 범죄가 성립하는지 여부도 살폈다.

유흥주점의 사업주가 업장에 손님으로 위장해 단속 나온 남성 경찰관의 요구에 따라 접대부로 하여금 음주 이후에 근처 숙박업소로 옮겨가 남자 손님과 성매매를 하도록 주선하자마자 단속 경찰관에 의해 즉시 체포되고, 그와 같은 성매매알선 사실로 공소제기된 사례들에서 사업주에게 유죄가 선고되고 있는 현실이다.

실제로 2015년 9월 10일 대법원은 손님으로 가장한 경찰관으로부터 유사성교행위 대가로 현금 10만원을 받고 밀실로 안내한 후 유사성교행위를 하게 하기 위해 성매매여성을 밀실로 들여보냄으로써 성매매를 알선했다는 마사지 업소 운영자였던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한 하급심 판결에 대해, 피고인이 수사기관의 함정수사를 이유로 제기한 상고를 기각한 판결(2015도10759)을 내리기도 했다.

이에 반해 2008년 10월 23일 대법원은 노래연습장 업주가 손님으로 위장해 단속 나온 남성 경찰관의 요구로 그에게 접대부를 알선함으로써 업소에서 현행범 체포되고 공소제기까지 된 사안에서, 원심이 함정수사라고 판단한 것이 정당하다고 판시함으로써 제1심의 공소기각 판결을 확정한 판결(2008도7632)도 있다.

이번 사건에서 의정부지법 재판부는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 제1호 위반죄를 풍속 보호를 위한 추상적 위험범이라고 볼 근거가 없다”며 “오히려, 동법 제23조에 미수범 처벌 규정이 있는 것을 볼 때, 구체적이면서 현실적인 성매매의 실현 가능성을 전제로 한 처벌규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장 경찰관은 성을 ‘실제로’ 매수를 하려는 당사자가 아니었음이 명백하다. 따라서 단속 경찰관과 접대부 사이의 성매매는 이를 수 없었다고 봄이 마땅하다”며 “결국 유흥주점 업주가 손님으로 가장한 단속 경찰관에게 성판매 의사가 있는 접대부를 알선했더라도, 성매매알선처벌법 위반죄가 성립하는 것도 아니다”고 판시했다.

경찰의 위법한 함정수사로 판단한 재판부는 “이 점에서도 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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