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최저가낙찰제로 실시된 입찰에 참여해 착오로 입찰금액을 총액으로 기재하지 않고 단가(1215원)로 기재해 낙찰 받았다가 이후 착오사실을 깨닫고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업체에 대해 3개월간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구지방법원과 판결문에 따르면 공기업 한국수력원자력은 2018년 6월 28일 활성탄 구매입찰공고를 했고, 활성탄 제조업체인 A사를 포함한 4개 업체가 응찰했다. 입찰금액은 아라비아숫자와 한글로 작성하며,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총액을 입력하도록 했다.

입찰과정에서 3개 업체들은 입찰금액을 7217만원, 1억 2081만원, 2억 710만원으로 기재했다. 그런데 A사는 입찰금액을 1215원으로 기재했다.

한수원은 2018년 7월 4일 4개 업체 중에서 A사가 가장 낮은 금액(1215원)으로 입찰금액을 기재했다고 봐 A사를 낙찰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A사는 이날 한수원에 “입찰을 단가입찰로 착오해 입찰금액을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총액 대신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단가로 잘못 기재했다”고 알리면서 낙찰을 포기한다는 내용의 서류를 제출하고, 한수원과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그러데 한수원은 2018년 9월 21일 A사에게 ‘입찰의 낙찰자로 선정됐음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 등에 따라 2018년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의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했다.

이에 A사는 “입찰을 단가입찰로 오인해 입찰금액에 활성탄의 단가를 기재했다가, 이후 입찰이 총액입찰이라는 것을 알고 곧바로 낙찰포기 의사를 밝혔다”며 “이런 입찰금액 착오에 의한 응찰은 민법에 따라 취소할 수 있으므로,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것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수원이 공고하는 입찰에 처음 참가한 A사가 입찰금액을 오인하게 된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A사를 공공기관운영법의 ‘공정한 경쟁이나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한 법인’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해명했다.

A사는 “이 사건 처분은 공공기관운영법 상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에 관한 규정과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처분으로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해 위법하다”며 소송을 냈다.

대구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박만호 부장판사)는 활성탄 제조업체인 A사가 한수원을 상대로 낸 ‘입찰참가자격제한취소처분’ 소송(2018구합24263)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한 부정당업자 입찰참가자격 제한 3개월 처분을 취소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처분의 근거인 공공기관운영법 제39조가 부정당업자의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제도를 둔 취지는 향후 공정한 경쟁이나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되는 자에 대해 일정기간 동안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함으로써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유사한 공적 피해를 예방함과 동시에 당해 입찰과 계약 이행의 공정성과 충실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리고 제39조에서 ‘공정한 경쟁이나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하다’는 것은 공기업ㆍ준정부기관의 계약당사자가 계약체결과 이행과정에서 불공정한 행위를 해 계약의 공정성과 적정성을 해치고 계약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적을 해할 수 있는 자라는 것이 확실한 상태에 있는 것을 가리킨다”고 덧붙였다. 이는 헌법재판소 결정(2011바99)이기도 하다.

재판부는 “원고는 피고가 공고하는 입찰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착오로 총액으로 기재해야 할 입찰금액을 단가로 기재했다가 착오사실을 깨닫고 곧바로 피고에게 낙찰포기의사를 밝히고 피고와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원고가 계약체결과정에서 불공정한 행위를 해 계약의 공정성과 적정성을 해치고 계약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적을 해할 수 있는 자라는 것이 확실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이 처분은 그 처분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위법해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입찰에서 정한 활성탄의 품질, 수량, 계약기간, 원고 이외의 다른 3개 업체가 기재한 입찰금액, 원고가 개찰 직후 곧바로 피고에게 낙찰포기의사를 밝힌 점 등을 감안하면 원고가 입찰금액을 1215원으로 기재한 것은 명백한 착오에 의한 것으로 보이고, 달리 원고가 공정한 입찰경쟁을 저해하기 위해 고의로 현저히 적은 금액으로 입찰에 참가했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다”고 봤다.

또한 A사가 착오를 한 데에는 한수원 구매입찰 공고문의 표현상 문제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입찰 공고문에 ‘단가계약’이라는 표현이 여러 차례 언급돼 있었고, 피고의 계약규정시행세칙에서 반복적인 조달 청구가 예상되는 물품에 대해서는 단가계약을 체결할 수도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 사건 입찰공고에서도 활성탄의 인도조건을 단가계약 인도지시서에 의한 분할납품으로 기재했다”며 “원고는 위와 같은 공고문의 표현, 계약조건으로 인해 입찰을 단가입찰로 착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수원 역시 입찰공고문에는 응찰자가 입찰금액을 기재함에 있어 참고할 만한 기초금액이나 관련 예시가 제대로 기재돼 있지 않았고, ‘공고문에 단가계약으로 표기돼 피고가 공고한 입찰에 처음 참여하는 업체 입장에서 혼동할 여지가 있고 고의가 없는 단순 착오였음’을 고려해 A사에 대한 제재기간을 절반으로 감경하고 A사의 대표자에 대한 제재는 면제하기로 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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