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이명박 정부 4대강 사업저지 국민소송 변호사단의 대표로 활동했던 임통일(사법연수원 20기) 변호사가 29일 문재인 정부가 국가균형발전 사업을 추진하며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면제 발표에 대해 혹평하며 “이명박 삽질을 닮아가는 것 같아 매우 걱정스럽다”고 쓴소리를 냈다.

임통일 변호사(사진=페이스북)
임통일 변호사(사진=페이스북)

임통일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다.

임 변호사는 먼저 “나는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1만명의 국민소송단이 정부를 상대로 벌인 4대강 사업저지 소송을 대리한 국민소송 변호사단의 대표로 일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임통일 변호사는 “‘운하반대 전국교수모임’의 교수님들과 몇몇 환경단체의 지원 아래 외롭게 소송을 준비하고 수행하는 동안 우리 변호사들은, 권력과 토건세력에 놀아나는 언론과 학문적 진실을 배반하는 어용학자들, 환경과 생태에 극도로 무관심한 대중들, 행정부의 시녀 역할에 앞장 선, 비굴한 사법부의 실체를 접하고 놀랐다”고 비판했다.

임 변호사는 국민소송단의 4대강 저지 소송에 대해 “엄청나게 답답하고 지루한 세월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국민소송이 1심부터) 대법원까지 오는 6년 동안 법원이 재판다운 재판을 하는 것조차 두려워하며, 원고들의 입증의 기회를 한사코 거부하고 재판진행조차 외부의 압력을 받는 모습이 너무 심해서 어떤 재판장에게는 기피신청까지 하여 맞선 일도 있다”고 밝혔다.

임통일 변호사는 “그러니 (전국적으로 진행된 4대강 관련) 판결 결과도 매번 실망이었지만 상식과 논리도 없는 몇 줄의 글로 씌여진 성의 없는 판결에 더 화가 났다”고 분개했다.

임 변호사는 “최근의 양승태 재판거래 사태를 보면서 씁쓸했던 그 때의 기억과 분노가 되살아나곤 했다”고 토로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박근혜 청와대와 재판거래 등을 했다는 게 이번 사법농단 사태다.

임통일 변호사는 “한반도 운하에 집착한 이명박의 지시를 받은 국토부, 기획재정부가 꼼수를 부려 환경영향평가를 형식만 갖추어 졸속으로 하고, 재정낭비사업을 거르기 위해 마련된 국가재정법상의 예비타당성조사도 아예 하지 않은 것도, 우리가 주장한 4대강 사업계획의 위법 취소 사유였다”고 설명했다.

임 변호사는 “국민은 물론 (4대강) 영향지역 내 주민들 중 4대강 사업계획의 내용을 정확히 아는 사람들이 없었다. 일정도, 계획도, 알리지 않고, 연 의견수렴절차, 기존 자료만으로 흉내만 낸 사업시행자의 환경영향평가도 위법하지 않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국가재정법에 없는 예비타당성 조사의 면제사유 조항을 살짝 시행령에다 넣으면서 ‘재해 예방ㆍ복구’ 규정을 근거로, 흐르는 강 중간에 용수계획도 없이 댐을 막아 가두어두는 것이 홍수예방사업이고 수생태 복원사업이라고 언론을 통해 선전했고, 반대자는 몰아내고 찬동자는 기용했다”고 비판했다.

임통일 변호사는 “법에 없는 것을 국무회의 의결로 시행령에 넣어 면제한 것은 명백한 위헌ㆍ위법이다”라면서 “부산고법은 그래서 낙동강사업계획은 위법이라 판단하면서도, 공사를 해버려 취소는 못한다는 이상한 판결을 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부산고등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김신 수석부장판사)는 2012년 2월 10일 국민소송단이 4대강 사업의 하나인 ‘낙동강 살리기 사업을 취소해달라’며 국토해양부장관 등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치지 않은 건 국가재정법 위반이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재정법에 500억원 이상 대규모 국책사업의 경우 경제성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야 한다는 규정과 낙동강 사업 중 보의 설치, 준설 등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누락해 행정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막대한 예산의 낙동강 살리기 사업의 공정이 90% 이상 거의 완성돼 원상회복이 불가능하며, 국가재정의 효율성을 고려하는 등 공공복리를 감안해 사업을 취소하지 않는 사정판결을 했다.

‘사정판결(事情判決)’은 원고의 청구이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행정처분을 취소하는 게 현저하게 공익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원고의 청구를 기각할 수 있다는 행정소송법 제28조 제1항에 따른 것으로,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내려지는 판결이다.

김신 수석부장판사는 위 판결 몇 달 뒤인 그해 7월 대법관 후보로 지명을 받았다.

이에 당시 대법관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위원인 우원식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2012년 7월 8일 기자간담회에서 “김신 대법관 후보자의 4대강 사업 판결은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우원식 의원은 “김신 대법관 후보는 부산고법 재판장으로서 4대강 낙동강 사업 소송에서 국가재정법을 위반했다는 절차적 위법을 판시했으나, MB정부 4대강 사업 논리를 일방적으로 수용해 사실상 사업을 정당화시켰다”며 “법률이 정한 예비타당성 조사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국가재정법을 위반한 하자가 존재해 위법하다고 판결했으나, 이미 공정이 90%이상 완료돼 원상회복이 불가능하며, 국가재정의 효율성을 고려하는 등 공공복리를 감안해 사업을 취소하지 않는 사정판결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판결은 행정청의 위법 부당을 사실상 적법한 것으로 추인하는 결과로 사법부가 무조건적인 국책사업의 강행에 따른 정부기관의 불법과 탈법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며 “국민적 반대가 심했던 이명박 정부의 4개강 사업에 대해 반대 측의 논리를 의도적으로 배척, 외면하는 일방적으로 정부 측 주장을 받아들인 전형적인 무소신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우원식 의원은 그러면서 “이 판결은 위법사실이 명백한 4대강 사업을 법원 자체가 위법을 저지르면서까지 결과적으로 합법화해준 판결로 김신 대법관 후보는 그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다시 임통일 변호사의 페이스북 글로 돌아온다.

임 변호사는 “박근혜 정부 때까지 사건을 심리도 않고 방치하던 대법원은 모든 강의 상고를 간단히 기각해 사법의 역할을 외면하고 대통령에게 충성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그날의 최종판결을 소개한 언론은 물론 한 군데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임통일 변호사는 “2014년 1월 1일 박근혜정부 시작되자마자 고쳐 시행한 것이 시행령상의 (예비타당성) 면제규정을 국가재정법 해당조항에 넣어 위법 논란을 차단해 버린 것이고, 문재인 정부는 반성 없이 이것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임 변호사는 “이번에 문재인 정부 국무회의가 예타 면제시킨 지방사업 중에는 새만금간척지에 공항을 건설하는 것도 들어있다고 한다”며 “식량안보를 위한 농지확보가 목적이라던 새만금방조제 간척지인데, 거기에 막대한 사회적 환경적 비용만 발생시킬 것이 뻔한 공항조성사업의 재정편성을 하면서 6개월이면 될 예비타당성조사조차 않겠다니!”라고 어이없어 했다.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은 새만금국제공항 건설에 8000억원이 투입된다. 홍남기 부총리는 “새만금개발이 속도감 있게 추진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임통일 변호사는 “예타 면제 사업 중에는 일부 R&D 예산도 포함되어 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촛불정국에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정체성마저 의심스러운 대목”이라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임 변호사는 “법치주의, 문화, 생태환경과 삶의 경제, 행복성장 등에 대한 가치관과 철학이 빈곤한 듯하고, 총선을 의식한 선심성 SOC 건설 추진방식이 이명박 삽질을 닮아가는 것 같아 매우 걱정스럽다”고 혹평했다.

홍남부 부총리(사진=기획재정부)
홍남부 부총리(사진=기획재정부)

한편, 정부는 29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19년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한다”고 발표했다.

예비타당성 면제 대상은 23개 사업 24조 1000억원 규모다. 구체적으로 R&D 투자 등을 통한 지역전략산업 육성에 3조 6000억원, 지역산업을 뒷받침할 도로ㆍ철도 등 인프라 확충에 5조 7000억원, 전국 권역을 연결하는 광역 교통ㆍ물류망 구축에 10조 9000억원, 지역주민 삶의 질 개선에 4조원이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2019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중 지역전략산업 R&D 투자 지원. (인포그래픽=기획재정부)
2019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중 지역전략산업 R&D 투자 지원. (인포그래픽=기획재정부)

홍남기 부총리는 “예비타당성 조사제도의 흔들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며 “금번의 예타면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국가재정법에서 정한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특히 “금번 프로젝트는 과거에 추진했던 4대강 사업과는 사업내용과 추진방식 등에서 다르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첫째, “SOC 외에도 R&D 투자 등 지역 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사업을 함께 포함했다”, 둘째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Top-down방식이 아닌 지역이 제안한 사업을 지원하는 Bottom-up방식으로 추진했다”, 셋째 “환경ㆍ의료ㆍ교통 시설 등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직결되는 사업도 포함했다. 아울러 절차적으로도 국가재정법이 정한 법적 절차인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한 점도 과거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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