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회와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29일 “정부의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면제 발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대규모 SOC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계획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공동논평을 내고 “정부가 대규모 토목건설 SOC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계획은 국민의 혈세가 대규모로 투입되는 사업에 재정집행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예비타당성 조사의 도입 취지는 물론, 생활SOC사업을 확충하겠다던 정부의 기존 정책 방향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비판하면서다.

두 단체는 “대형 신규사업의 신중한 착수와 재정투자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는 예비타당성 조사 제도는 국가재정의 건전성을 위해 반드시 준수되어야 할 원칙”이라며 “그런데도 정부가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의 대규모 건설사업의 장기적인 경제성이나 사업 타당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경기부양만을 목표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할 경우, 4대강이나 경인운하(아라뱃길)와 같이 국민 혈세 낭비를 되풀이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어 “4대강이나 경인운하도 이명박 정부가 경기를 살리려고 추진했던 사업”이라며 “경인운하는 개통 이후 8년이 지난 지금도 예상 물동량의 8.7%에 불과하며, 매년 수백억원의 유지 관리비용을 세금에서 충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경제성 없는 토목 사업에 투자하면 결국 시설 유지와 운영을 위해 세금으로 적자를 메우는 일이 반복된다”며 “정부가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이유로 지역균형발전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 또한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짚었다.

두 단체는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그동안 지자체들이 사업 타당성이 부족해 추진하지 못했던 토건 SOC사업이 재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우려할 부분이 크다”며 “무엇보다 지역균형발전은 장기적 전략을 세우고 지방산업의 전략적 육성과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재정을 투자해야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국내총생산 대비 토목ㆍ건설사업에 과도하게 세금을 쏟아 붓는 정책은 한국의 산업경쟁력 제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미 2016년 한국의 건설투자 비중은 GDP 대비 15% 수준으로 OECD 평균 10%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반면 경기 침체와 자동차, 유통 등 주요 산업의 구조 조정으로 저소득층의 실업과 빈곤 등 경제적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토목ㆍ건설사업 보다는 사회복지SOC사업에 대한 정부의 과감한 재정 투자가 필요하다. 복지재정을 과감하게 확대하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면서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재정 지출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장기공공임대주택 확대를 비롯해 안정적인 보육서비스 제공을 위한 국공립어린이집, 공공요양시설 등 복지시설 확충을 위한 사업들은 대기업이 대규모 기계, 장비를 동원하는 토목ㆍ건설SOC와 달리 일자리 확대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 일감이 돌아가는 효과도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일자리와 저소득층의 사회안전망을 확보하는 과감한 경기부양 정책을 펼쳐야 할 시점에서, 묻지마식 토건 재정 확대로 경기부양을 추진하겠다는 정부 정책은 수년 뒤 문재인 정부의 실책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정부는 대규모 SOC사업들에 대한 예비타당성을 면제 방침을 철회하고 정부의 재정 운영 기조와 방침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남부 부총리(사진=기획재정부)
홍남부 부총리(사진=기획재정부)

한편, 정부는 29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19년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한다”고 밝혔다.

예비타당성 면제 대상은 23개 사업 24조 1000억원 규모다. 구체적으로 R&D 투자 등을 통한 지역전략산업 육성에 3조 6000억원, 지역산업을 뒷받침할 도로ㆍ철도 등 인프라 확충에 5조 7000억원, 전국 권역을 연결하는 광역 교통ㆍ물류망 구축에 10조 9000억원, 지역주민 삶의 질 개선에 4조원이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2019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중 지역전략산업 R&D 투자 지원. (인포그래픽=기획재정부)
2019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중 지역전략산업 R&D 투자 지원. (인포그래픽=기획재정부)

홍남기 부총리는 “예비타당성 조사제도의 흔들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며 “금번의 예타면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국가재정법에서 정한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특히 “금번 프로젝트는 과거에 추진했던 4대강 사업과는 사업내용과 추진방식 등에서 다르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첫째, “SOC 외에도 R&D 투자 등 지역 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사업을 함께 포함했다”, 둘째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Top-down방식이 아닌 지역이 제안한 사업을 지원하는 Bottom-up방식으로 추진했다”, 셋째 “환경ㆍ의료ㆍ교통 시설 등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직결되는 사업도 포함했다. 아울러 절차적으로도 국가재정법이 정한 법적 절차인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한 점도 과거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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