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1980년 전두환 정권 당시 ‘삼청교육대’의 근거가 됐던 계엄포고 13호가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위헌ㆍ위법해 무효라는 대법원 결정이 나왔다. 이에 당시 계엄포고로 인한 유죄판결에 대한 재심의 길이 열렸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이 전국으로 확대됐고, 1980년 8월 4일 당시 계엄법 제13조에서 정한 계엄사령관의 조치로서 계엄포고 제13호(‘이 사건 계엄포고’)가 발령됐다.

이 계엄포고는 폭력사범, 공갈 및 사기사범, 사회풍토 문란 사범을 검거한 후 일정 기준에 따라 분류ㆍ수용하고 순화교육과 근로봉사 등으로 순화시켜 사회에 복귀하게 한다는 것으로(소위 삼청교육대), 순화교육 및 근로봉사 기간 중 지정 지역을 무단이탈하거나 난동, 소요 등 불법행동을 일절 금지하며, 이를 위반하는 때에는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수색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OO씨는 이 계엄포고에 의해 불량배로 검거돼 근로봉사대원으로 폐자재를 운반하던 중 작업 장소를 빠져나가 이탈했다.

이로 인해 이씨는 계엄법 위반으로 기소돼 제1군단계엄보통군법회의에서 1980년 12월 징역 10월을 선고받아 항소했고, 육군고등군법회의에서 1981년 2월 항소기각 판결을 선고받았으며, 그 무렵 판결이 확정됐다.

이씨는 2015년 12월 30일 부산지방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는데, 제1심 법원은 필요 서류가 첨부되지 않는 등 법률상의 방식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기각결정을 했다.

이에 이씨가 서류를 보완해 항고를 제기했다. 항고심(원심)은 “이 사건 계엄포고가 구 계엄법 제13조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발령됐고, 영장주의를 전면 배제하고 신체의 자유와 거주ㆍ이전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ㆍ무효”라고 판단해, 제1심 결정을 취소하고 사건을 제1심 법원에 환송하는 결정을 했다.

그러자 검사가 불복해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이 사건 계엄포고’가 구 계엄법 제13조의 발령요건을 갖추었는지, 그 내용이 헌법과 법률에 위배돼 무효인지 여부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12월 28일 삼청교육대에 관한 내용인 계엄포고 제13호에 의해 검거돼 근로봉사대원으로 편성됐다고 무단이탈해 계엄법 위반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이OO씨의 재심청구를 인용한 원심결정이 정당하다고 판단해, 검사의 재항고를 기각했다. (대법원 2017모107)

재판부는 “이 사건 계엄포고는 구 계엄법 제13조의 발령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그 내용이 위헌ㆍ위법해 무효”라며 “이와 같은 근거로 재심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한 원심결정은 정당하므로, 검사의 재항고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고 판단했다.

그 근거로 재판부는 “이 계엄포고는 비상계엄 전국 확대 이후 동요 우려가 있는 시민사회를 안정시키기 위한 것이었을 뿐이고, 그 발령 당시 국내외 정치ㆍ사회 상황이 구 계엄법 제13조에서 정한 ‘군사상 필요할 때’에 해당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또 “이 계엄포고의 내용은 국민의 신체의 자유와 거주ㆍ이전의 자유를 침해하고 영장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또한 계엄포고의 내용 중 ‘난동, 소요 등 불법행동을 일체 금한다’는 부분은 구 계엄법 제15조에서 정한 계엄사령관의 조치에 해당해 범죄의 구성요건이 되는데, 그 내용이 추상적이고 모호할 뿐만 아니라 적용범위가 포괄적이어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계엄포고는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발령됐고, 그 내용도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위헌이고 위법한 것으로 무효”라며 “형벌에 관한 법령이 당초부터 헌법에 위반돼 법원에서 위헌ㆍ무효라고 선언한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서 정한 ‘무죄를 인정할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은 재심사유가 있다고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재심청구를 기각한 제1심 결정을 취소하고 사건을 제1심으로 환송하는 결정을 내린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이를 다투는 검사의 재항고는 이유 없다”며 기각했다.

한편, 이번 결정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과거 긴급조치 또는 계엄 등의 법령은 국민의 인권을 심각하게 탄압하는 도구가 되었고, 이러한 법령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형사상 범죄로 유죄판결이 내려졌다”며 “대법원은 이 계엄포고가 위헌ㆍ위법해 무효라고 선언함과 동시에 유죄판결에 대한 재심의 길을 열어줌으로써 국민의 기본권보장 및 법치주의 확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충실하게 구현했다”고 평가했다.

대법원은 “이와 같은 취지에서 이 결정은 ➀긴급조치 제1호의 위헌ㆍ무효를 선언한 2010년 12월 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0도5986), ➁2013년 4월 18일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ㆍ무효를 선언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2011초기689), ➂2013년 5월 16일 긴급조치 제4호의 위헌ㆍ무효를 선언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1도2631) 등과 궤를 같이 하고, ➃2018년 11월 29일 부마민주항쟁과 관련한 계엄포고 제1호의 위헌ㆍ무효를 선언한 대법원 판결(2016도14781), ➄1972년 10월 17일자 계엄포고 제1호의 위헌ㆍ무효를 선언한 2018년 12월 13일 대법원 판결(2016도1397)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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