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과 관련해 권순일 대법관과 이규진ㆍ이민걸ㆍ김민수ㆍ박상언ㆍ정다주 판사 등 6명의 법관은 탄핵소추 요건을 갖춘 만큼 국회는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이들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의결하라는 요구가 나왔다.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농단 피해자단체, 한국진보연대, 민주노총 등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는 30일 국회 정론관에서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사법적폐 법관을 탄핵하라 - 법관들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공개 제안하며’라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기자회견에는 천낙붕 변호사(민변 부회장, 민변 사법농단TF 단장), 서기호 변호사(민변 사법농단TF 탄핵분과장), 염형국 변호사, 최용근 변호사, 서희원 변호사, 전정환 변호사, 조미연 변호사, 박석운(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곽이경(민주노총 대외협력국장), 백승우(사법농단 피해자단체 연대모임 간사), 한정환(키코공동대책위), 이대수(긴급조치사람들) 등이 참여했다.

기자회견 하는 박주민 국회의원 사진=국회방송.
기자회견 하는 박주민 국회의원 사진=국회방송.

시국회의는 기자회견에서 “사법농단 사태의 전모는, 법원이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사법 권력을 남용해 구체적인 재판에 개입하고, 재판을 정치권력과의 거래 수단으로 활용해 왔음이 수사과정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며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여야 할 사법부가 권력과 법원조직의 이익에 철저히 봉사해 왔다는 이 참담한 현실 앞에서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날로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시국회의는 “사상 유래 없는 사법농단 사태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중심으로 법원행정처의 조직적 범죄에 적극 가담한 판사들은 현재까지도 법관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며 “현행 법관징계법상 최고 수위의 처분이 정직 1년에 불과해 설령 징계절차를 통해 최고 정직 1년의 처분을 받더라도 이들이 언제든지 재판업무로 복귀할 수 있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이들에 대하여는 일시적인 재판업무 배제에 그칠 것이 아니라, 파면을 통해 영구적인 재판업무 배제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행 헌법상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한다(헌법 제106조).

시국회의는 “그런데 법원은 전ㆍ현직 법관들에 대한 압수수색ㆍ구속 영장을 잇달아 기각하고 있고, 그 사이 사법농단의 증거자료들은 파기ㆍ훼손되고 있어 유죄 입증을 위한 구체적인 증거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설령 추후 기소돼 재판에 회부되더라도, 법원이 임종헌(전 법원행정처 차장 구속) 꼬리 자르기 등의 일환으로 ‘제식구 감싸기’식 면죄부 판결을 선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직무상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법관으로서의 기본적인 신뢰를 저버린 사법적폐 판사들에 대하여는 탄핵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며 “탄핵은 대상자가 형사상 범죄로 기소돼 유죄판결을 받을 것을 요건으로 하지 않고 있고, 형사상 범죄로 인한 법률 위반이 아니더라도 중대한 헌법과 법률위반을 한 관련자에 대한 탄핵 소추가 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국회의는 “이미 법원에서 자체 조사한 3차 조사보고서와 각종 문건들, 그리고 지금까지 나온 검찰의 수사결과만으로도 권순일 대법관과 이규진ㆍ이민걸ㆍ김민수ㆍ박상언ㆍ정다주 법관 등 이상 여섯 명에 대하여는 탄핵 소추 요건을 갖춘 상태인 만큼, 국회는 신속히 이들에 대하여서라도 우선적으로 탄핵소추 절차에 돌입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시국회의는 “이들은 양승태 대법원장과 차한성ㆍ박병대ㆍ고영한 법원행정처장 등의 포괄적 지시에 따라, 각자의 위치에서 행위를 분담해 ①고위법관들의 사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상고법원안 통과에 핵심 키를 쥐고 있는 청와대 및 정치권의 동향을 분석하고, 그를 위한 협력을 구하면서 그 대가로 이미 선고된 재판 결과 중 정권에 협조한 사례를 제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재판거래를 하고, ②강제징용 사건 등 정권이 관심이 갖고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판결 선고 이전부터 여러 방식으로 재판에 개입했으며, ③상고법원안에 반대하는 등 양승태 대법원장의 사법행정 방향에 비판적 입장을 가지고 있는 현직 법관을 사찰하고, 국제인권법연구회 등에 각종 불이익을 줬다”고 탄핵의 근거를 제시했다.

이는 공무원을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규정하고 공정한 직무수행의무를 명시한 헌법 제7조, 국가공무원법 제59조, 공직자윤리법 제2조의2 제3항, 부패방지권익위법 제7조 등을 위반한 것일 뿐만 아니라, 재판의 독립과 법관의 신분보장을 규정한 헌법 제103조 및 제106조를 위반함으로써 헌법 제12조, 제27조에 따른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기본권을 침해한 행위이고, 또한 법원행정처의 업무범위를 재판업무의 보조, 지원업무로 한정하고 있는 법원조직법 제19조제2항(이규진의 경우 법원조직법 제81조의2)을 위반한 것이라는 것이다.

시국회의는 “이와 같이 탄핵 대상 법관들은 헌법질서의 본질적 내용을 훼손하고, 이를 침해 또는 남용했다”며 “이는 헌법상 결코 침해되어서는 안 될 재판의 독립 원칙과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기본권을 침해한 행위로서 헌법질서에 부정적인 영향이나 해악을 미치는 정도가 매우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시국회의는 시민사회에서 마련한 탄핵소추안 초안을 각 정당에 전달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했다.

먼저 “국회는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권순일 대법관과 이규진ㆍ이민걸ㆍ김민수ㆍ박상언ㆍ정다주 이상 여섯 명의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하루빨리 발의하고 이를 의결하라”고 촉구했다.

또 “국회는 이들 법관의 탄핵소추 의결을 통해 헌법에 의해 신분이 강하게 보장되는 법관이라 할지라도 국민의 의사와 신임에 배반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는 탄핵될 수 있다는 준엄한 헌법 원칙을 재확인하고, 법원의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시국회의는 “우리는 향후에도 검찰의 수사진행에 따라, 새롭게 탄핵사유가 드러나고 있는 법관들에 대하여도 상황에 따라 별개로 탄핵소추안을 마련해 공개 제안할 것이며, 국민과 함께 탄핵 추진 범국민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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