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 전국의 농민ㆍ어민과 환경단체들이 서울로 상경해 SK본사 앞에 모여 규탄 대회를 열었다. 뿔난 이들은 “SK, 태영은 겉으로는 친환경ㆍESG경영을 내세우지만, 전국 곳곳에서 무분별하게 산업폐기물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농어촌 주민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현재 산업폐기물 처리 정책의 현주소”라며 국회에 호소했다. 이제 고통을 호소하는 주민들과 대기업의 문제로만 놔둘게 아니라, 국회와 기업, 자치단체 그리고 농어민들이 머리를 맞대로 풀어갈 문제다. 이날 집회를 들여다봤다.]

SK서린빌딩 앞에 모여 규탄 집회하는 농어민들
SK서린빌딩 앞에 모여 규탄 집회하는 농어민들

전국 각지의 산업폐기물 처리시설 관련 주민대책위와 환경운동연합, 공익법률센터 농본 등 시민ㆍ환경단체들은 3월 14일 서울로 상경해 SK그룹, 태영본사 앞에서 산업폐기물 처리의 공공성 확보를 요구하기 위한 집중행동에 나섰다.

SK서린빌딩 앞에 모여 집회하는 농어민들
SK서린빌딩 앞에 모여 집회하는 농어민들

이날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앞에는 새벽부터 전세버스를 타고 전국에서 상경한 참가자들이 모였는데, 이들은 농민ㆍ어민들이다. 서린빌딩 앞에서 진행된 SK규탄 집회에는 약 200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모였고, 이들은 “기업만 배 불리는 산업폐기물 정책 OUT” 등이 적힌 손피켓을 들고 참여했다. 또 “시민에게 사기 치는 SK는 떠나라”라고 적힌 플래카드도 눈에 띄었다.

SK서린빌딩 앞에 모여 규탄 집회하는 농어민들
SK서린빌딩 앞에 모여 규탄 집회하는 농어민들

조곡산업단지반대주민대책위원회는 “산업단지라는 이름의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짓고 쓰레기 팔아 돈 버는 SK는 주민의 피눈물이 보이지 않는가?”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참여했다.

‘조곡산단’은 예산군과 SK에코플랜트가 예산군 신암면 조곡리와 예림리 일대에 147만 4115㎡ 규모로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집회 사회를 진행한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대표는 “SK는 친환경 기업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기업을 인수 합병하는 환경기업 사냥꾼”이라며 “이 사냥꾼은 여러분이 사는 고향 산천에 쓰레기를 버리고 국가에서 이윤을 얻는다”고 돌직구를 던졌다. 이정현 대표는 또 “SK는 태양광, 친환경, ESG 경영이라고 사회에 기여도 하고, 나누고 베푼다고 하지만, 사실은 다 짝퉁이더라”라고 불신을 드러냈다.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대표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대표

이정현 대표는 사회를 진행하면서 다음과 같은 구호를 선창했고, 참석자들이 크게 따라 외쳤다.

“주민의 피눈물이 보이지 않느냐, 쓰레기 팔아 잇속 챙기는 SK 규탄한다!”
“마을 주민 다 죽이는 산업페기물 처리장 결사 반대한다!”
“환경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 쓰레기는 싼 놈이 치워라!”

SK서린빌딩 앞에 모여 규탄 집회하는 농어민들
SK서린빌딩 앞에 모여 규탄 집회하는 농어민들

집회 주최 측은 “이번 집중행동은 전국 곳곳의 농어촌에서 무분별하게 산업폐기물 사업을 추진하는 대표적인 기업인 SK와 태영을 규탄하고, 산업폐기물 처리의 공공성 확보 등의 정책요구서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를 비롯한 여야 정당에 전달하고, 총선공약에 반영할 것을 촉구하기 위해 진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주최 측은 “정부는 전체 폐기물 중에서 산업폐기물(건설폐기물, 사업장폐기물, 지정 폐기물, 의료폐기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90%에 육박함에도 불구하고, 산업폐기물 처리를 대부분 민간업체들에게 맡겨 놓고 있는 실정”이라며 “그로 인해 민간업체들이 무분별하게 전국의 농어촌 곳곳에서 매립장, 소각장, SRF소각시설과 유해재활용 시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SK서린빌딩 앞에 모여 규탄 집회하는 농어민들
SK서린빌딩 앞에 모여 규탄 집회하는 농어민들

주최 측은 “대한민국 전체 폐기물 중 생활계 폐기물의 비중은 11.5% 수준이지만(2021년 기준) 정부는 국민들에게 생활폐기물 감축 홍보를 하면서 산업폐기물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다”며 “그 틈새를 파고들어 민간업체들이 전국 곳곳에 산업폐기물 매립장, 소각시설, 유해재활용시설들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최 측은 그러면서 “민간기업들은 인가ㆍ허가만 받으면 막대한 이익을 올릴 수 있다는 생각에 SK, 태영 등 대기업들과 사모펀드들까지 산업폐기물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며 “그 결과 이익은 기업들이 가져가고, 피해는 지역주민들이 입고, 사후관리나 피해대책은 세금으로 책임져야 하는 기막힌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SK서린빌딩 앞에 모여 규탄 집회하는 농어민들
SK서린빌딩 앞에 모여 규탄 집회하는 농어민들

민간업체들이 입지의 적절성을 따지지 않고 인허가만 받으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농어촌지역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고, 환경오염, 주민건강 우려 등이 속속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한 마디로 “현재 산업폐기물 처리 정책의 현주소”라고 일침을 가했다.

​SK서린빌딩 앞에 모여 규탄 집회하는 농어민들
​SK서린빌딩 앞에 모여 규탄 집회하는 농어민들

집중행동 주최 측은 “특히 SK, 태영 등은 겉으로는 친환경, ESG경영을 내세우지만, 전국 곳곳에서 무분별하게 산업폐기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주최 측은 “태영그룹은 KKR이라는 사모펀드와 손잡고 ‘에코비트’라는 회사를 만들어서 여러 곳에서 산업폐기물 사업을 하고 있고, 최근에는 강릉시 주문진읍에서 ‘태영동부환경’이라는 자회사를 별도로 설립해 대규모 산업폐기물매립장을 추진하고 있다”며 “천안시 동면에서도 천안에코파크(주)라는 업체를 설립해 대규모 산업폐기물매립장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최 측은 “SK그룹도 기존 산업폐기물 업체를 인수하는 한편, 충남의 5군데 지역(서산시 대산읍, 아산시 선장면, 예산군 신암면 조곡, 공주시 의당면, 당진시 합덕읍ㆍ순성면)에서 산업단지와 산업폐기물매립장을 패키지로 추진하고 있다”며 “경남 사천시에서도 기존에 추진되던 대진일반산업단지를 산업폐기물매립장을 포함한 산업폐기물처리 단지로 통째로 바꾸려는 일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주최 측은 “에스케이에코플랜트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경기도 연천의 의료폐기물소각장 운영 업체인 도시환경(주)는 2021년 114억 매출액 대비 2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고 전했다.

반면 주최 측에 따르면 전국 곳곳에서 사고와 주민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2012년 충북 제천에서는 산업폐기물 매립장 에어돔이 붕괴해 침출수가 유출되는 사고가 있었고, 국비와 지방비 98억원을 들여서 복구했지만, 지금도 주변 지하수에서 페놀 등 유해물질이 기준치 이상 검출되고 있다고 한다.

2021년 충남 당진 현대제철 자가 매립장에서는 맹독성 물질인 ‘시안’이 유출된 사건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사후관리가 안 되어서 지방자치단체가 세금으로 사후관리를 해야 하는 매립장(당진시 고대부곡 매립장, 화성시 우정읍 주곡리 매립장, 성주군 성주일반산업단지내 매립장 등)이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SK서린빌딩 앞에 모여 규탄 집회하는 농어민들
SK서린빌딩 앞에 모여 규탄 집회하는 농어민들

산업폐기물 소각장이 3개나 밀집한 청주시 북이면의 경우 소각장이 들어선 뒤 암으로 60명(폐암 31명)이 숨졌고, 호흡기ㆍ기관지 질환자 45명이 발생했다고 주민들이 호소하기도 했다. 시멘트소성로, SRF(고형연료) 소각시설과 납2차제련업체들로 인한 주민피해도 끊임없이 호소되고 있다.

주최 측은 “산업폐기물의 경우 운영 주체가 민간업체이고, 처리시설이 사유재산이라는 이유로 주민들이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위험성이 더 큰 시설에 대한 주민들의 감시권리가 생활폐기물 시설만큼도 보장되고 있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현실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전국의 주민대책위와 시민ㆍ환경단체들이 상경 집회를 하고 집중행동에 나서게 된 것이라고 한다.

이날 집중행동은 농어촌과 환경을 위협하는 SK, 태영 등의 행태를 규탄하고, 이를 방치하고 있는 정치권에 산업폐기물 처리의 공공성 확보, 발생지 책임의 원칙 적용, 주민감시권 보장 등을 요구하는 순서로 진행했다.

SK서린빌딩 앞에 모여 규탄 집회하는 농어민들
SK서린빌딩 앞에 모여 규탄 집회하는 농어민들

이날 상경집회는 SK서린빌딩 앞 집회를 시작해서, 여의도 태영본사 앞에서도 집회를 했다. 그리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앞으로 행진해서 ‘정책요구서’를 전달하고 각 정당에 응답을 촉구했다.

이미 지난 8일에 산업폐기물 정책의 대전환을 요구하는 정책질의서 및 정책요구서를 각 정당에 발송해 놓았다. 정책요구안에서는 ▲산업폐기물처리의 공공성 확보 ▲발생지 책임 원칙 확립 ▲주민감시 보장과 실태조사 ▲환경영향평가제도 개선 ▲정책전환을 위한 국회 주관의 정ㆍ민ㆍ관 합동 TF 구성이라는 5가지 해결 원칙을 제시했다.

예산조곡그린컴플렉스 반대대책위원회 장동진 위원장
예산조곡그린컴플렉스 반대대책위원회 장동진 위원장

한편, 이날 SK서린빌딩 앞 집행행동 집회에서는 SK 피해지역 주민 4명이 대표로 나서 다음과 같이 성토하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SK서린빌딩 앞에 모여 규탄 집회하는 농어민들
​SK서린빌딩 앞에 모여 규탄 집회하는 농어민들

◆ “SK는 대기업인데,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물건을 만들어서 수출해야지 쓰레기 장사를 하는 게 말이 되나?”

◆ “사천시와 시민에게 사기 치는 SK는 떠나라. 똥은 SK가 싸고, 똥은 우리가 먹으란 말이냐”

◆ “SK는 떼돈 벌고 고통은 주민이 받는 산업폐기물 처리장 결사 반대한다!”

◆ “우리는 정확히 30년 전에 폐기물 싸움에서 전국 최초로 이겼다. 그다음부터는 줄줄이 지고 있고, 특히 SK 얘기만 나오면 개인적으로 치가 떨린다.”

뿔난 농어촌 주민들의 현장 발언도 이어 보도 예정이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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