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 전국의 농민ㆍ어민과 환경단체들이 서울로 상경해 SK본사 앞에 모여 규탄 대회를 열었다. 뿔난 이들은 “SK, 태영은 겉으로는 친환경ㆍESG경영을 내세우지만, 전국 곳곳에서 무분별하게 산업폐기물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농어촌 주민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현재 산업폐기물 처리 정책의 현주소”라며 국회에 호소했다. 이제 고통을 호소하는 주민들과 대기업의 문제로만 놔둘게 아니라, 국회와 기업, 자치단체 그리고 농어민들이 머리를 맞대로 풀어갈 문제다. 이날 집회를 들여다봤다. 2탄]

​SK서린빌딩 앞에 모여 규탄 집회하는 농어민들
​SK서린빌딩 앞에 모여 규탄 집회하는 농어민들

[로리더] 사천 대진산업단지 산업폐기물처리장 반대 곤양면ㆍ서포면 공동대책위원회 강호천 위원장은 “왜 SK는 고향의 선량하고 불쌍한 사람들이 이렇게 똘똘 뭉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며 “산업폐기물을 가져와서 땅에다 묻는다고 하는데, 어떻게 지자체에서 정치하는 사람들이 그걸 들어오게 만드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천 대진산업단지 산업폐기물처리장 반대 곤양면ㆍ서포면 공동대책위원회 강호천 위원장
사천 대진산업단지 산업폐기물처리장 반대 곤양면ㆍ서포면 공동대책위원회 강호천 위원장

환경운동연합과 공익법률센터 농본, 지역환경운동연합 및 산업폐기물 주민대책위원회 등 35개 단체는 3월 14일 오전 11시 SK 본사가 있는 종로구 서린빌딩 앞에서 ‘산업폐기물 처리의 공공성 확보를 요구하기 위한 집중행동’에 나섰다.

이날 전국에서 새벽부터 전세버스를 타고 상경한 참가자들이 모였는데, 농민ㆍ어민들이다. 서린빌딩 앞에서 진행된 SK규탄 집회에는 약 200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모였고, 이들은 “기업만 배 불리는 산업폐기물 정책 OUT” 등이 적힌 손피켓을 들고 참여했다. 또 “시민에게 사기 치는 SK는 떠나라”라고 적힌 플래카드도 눈에 띄었다.

산업폐기물 처리의 공공성 확보를 요구하기 위한 집중행동
산업폐기물 처리의 공공성 확보를 요구하기 위한 집중행동

집회 주최 측은 “정부는 전체 폐기물 중에서 산업폐기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90%에 육박함에도 불구하고, 산업폐기물 처리를 대부분 민간업체들에게 맡겨 놓고 있다”며 “그로 인해 업체들이 무분별하게 규제가 느슨한 전국의 농어촌 곳곳에서 매립장, 소각장, SRF소각시설과 유해재활용 시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주최 측은 “인ㆍ허가만 받으면 막대한 이익을 올릴 수 있다는 생각에 SK나 태영과 같은 대기업들과 사모펀드들까지 산업폐기물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며 “그 결과 이익은 기업들이 가져가고, 피해는 지역주민들이 입고, 사후관리나 피해대책은 국가나 지자체가 세금으로 책임져야 하는 기막힌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북환경운동연합 이정현 대표
전북환경운동연합 이정현 대표

이 자리에서 집회 사회를 맡은 전북환경운동연합 이정현 대표는 “SK는 친환경 기업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환경기업 사냥꾼”이라며 “이 사냥꾼은 여러분이 사는 고향 산천에 쓰레기를 버리고 국가에서 이윤을 얻는다”고 직격했다.

이정현 대표는 “쓰레기는 국가가, 지자체가, 그리고 쓰레기를 만든 사람이 치워야 한다”며 “우리는 이 원칙을 각 정당에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북환경운동연합 이정현 대표가 SK 본사를 향해 손짓을 하고 있다.
전북환경운동연합 이정현 대표가 SK 본사를 향해 손짓을 하고 있다.

이정현 대표는 “사람은 서울에만 사는 것이 아니다.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중요성 강조로 농촌과 시골 마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농촌이 살아야 국가가 살고, 농촌이 살아야 SK가 산다”고 강조했다.

이정현 대표는 “쓰레기는 만든 사람이 치워야지, 자기는 배불리 먹고 똥은 다른데다 싸놓고 치우라고 하면 되겠느냐”며 “이건 정의롭지 못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정현 대표는 “대기업들이 사회공헌 사업으로 1, 2위를 다투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면 좋겠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SK는 태양광, 친환경, ESG 경영이라고 사회에 기여도 하고, 나누고 베푼다고 하지만, 사실은 다 짝퉁”이라고 꼬집었다.

사천 대진산업단지 산업폐기물처리장 반대 곤양면ㆍ서포면 공동대책위원회 강호천 위원장
사천 대진산업단지 산업폐기물처리장 반대 곤양면ㆍ서포면 공동대책위원회 강호천 위원장

이 자리에서 마이크를 잡은 사천 대진산업단지 산업폐기물처리장 반대 곤양면ㆍ서포면 공동대책위원회 강호천 위원장은 “저는 사천시 작은 시골마을 곤양면에서 마을 이장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강호천 위원장은 그러면서 “SK가 무서운 사람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고, 우리가 왜 이 큰 대기업 때문에 고향 하나만, 내 것 하나 없이 못 사는 이 선량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이렇게 똘똘 뭉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SK서린빌딩 앞에 모여 규탄 집회하는 농어민들
SK서린빌딩 앞에 모여 규탄 집회하는 농어민들

강호천 위원장은 “우리 지역엔 인근 2개 면이 있는데, 곤양면에는 3000명 밖에 되지 않는다”며 “가진 놈들의 행패로, 우리 주민들을 이간질해서 산업폐기물처리장에 찬성하는 사람이 있어서 너무 힘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강호천 위원장은 “우리가 100% 반대해도 가진 놈들을 이길까 말까 한 마당에, 미리 돈을 썼는지 찬성자들이 일일이 어르신들을 찾아다니면서 회유하고 다닌다”며 “오죽 답답해서 농본의 하승수 변호사를 초청해서 2시간 동안 강연까지 했다”고 밝혔다.

공익법률센터 농본 하승수 변호사
공익법률센터 농본 하승수 변호사

이날 집회에 참석한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인 하승수 변호사는 뜻밖에 자신의 얘기가 나오자 멋적은 웃음을 보였다.

강호천 위원장은 “그 결과 ‘이거는 아니구나’ 싶지만 지금 아직도 서로 찬반이 갈라져서 서로 인사도 안 해, 찬반이 다른 사람이 모는 택시는 타지도 않는다”고 주민들 간에 민심이 갈려있음을 우려했다.

사천 대진산업단지 산업폐기물처리장 반대 곤양면ㆍ서포면 공동대책위원회 강호천 위원장
사천 대진산업단지 산업폐기물처리장 반대 곤양면ㆍ서포면 공동대책위원회 강호천 위원장

강호천 위원장은 “사천시에는 광포만 갯벌이라는 커다란 습지보호지역이 지정돼 있다”며 “이 습지에는 천연기념물이 무지하게 많이 있어 인근 습지가 2023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돼 있고, 가까이에는 KB손해보험 연수원 있어 전국에서 연수하러 오는 연수원이 있다”고 설명했다.

강호천 위원장은 “처음에는 일반 산업단지를 한다고 선량한 주민들을 속였다가, 나중에 용도를 변경한다고 했다”며 “무엇으로 변경하냐고 하자, 돔을 지어서 쓰레기를 가져와 태워서 묻는다고 했다”고 말했다.

사천 대진산업단지 산업폐기물처리장 반대 곤양면ㆍ서포면 공동대책위원회 강호천 위원장
사천 대진산업단지 산업폐기물처리장 반대 곤양면ㆍ서포면 공동대책위원회 강호천 위원장

강호천 위원장은 “산업폐기물을 가져와서 땅에 묻는다고 하는데, 어떻게 지자체에서 정치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그걸 들어오게 만드는지 시골 사람들은 이해가 안 간다”며 “우리는 싸우려고 온 사람들이 아니다. 인원이 얼마 안 되니까 목소리를 내려고 해도 누구 하나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고 호소했다.

강호천 위원장은 “오늘 농본에서 이런 것을 한다고 하니 긴급히 관광버스를 하나 빌려서 새벽 5시에 출발해 아침 김밥 한 줄 먹고 왔다”며 “우리가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것이 아니라 후대들을 위해서, 우리 지역에 우리 자손들이 한 번씩 고향에 오게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천 대진산업단지 산업폐기물처리장 반대 곤양면ㆍ서포면 공동대책위원회 강호천 위원장
사천 대진산업단지 산업폐기물처리장 반대 곤양면ㆍ서포면 공동대책위원회 강호천 위원장

강호천 위원장은 “맨날 (지방에) 사람이 없으니 ‘기업을 유치해야 한다. 3000억원을 투자한다’는 말도 안 되는 입바른 소리를 해서 선량한 주민들을 반반으로 가르고 있다”며 “원래 욕도 잘 하지 못하고 살아왔는데 위원장을 맡으면서 욕이 무지하게 늘었다”고 밝혔다.

강호천 위원장은 그러면서 “사천시와 시민에게 사기치는 SK는 떠나라”며 “똥은 SK가 싸고, 똥은 우리가 먹으란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SK서린빌딩 앞에 모여 집회하는 농어민들
SK서린빌딩 앞에 모여 집회하는 농어민들

예산조곡그린컴플렉스 반대대책위원회 장동진 위원장도 주민 발언에 나섰다.

예산조곡그린컴플렉스 반대대책위원회 장동진 위원장
예산조곡그린컴플렉스 반대대책위원회 장동진 위원장

장동진 위원장은 “예산에서 우리는 산업단지를 빙자한 SK의 쓰레기처리매립장을 반대하기 위해서 새벽부터 달려왔다”며 “물론 강릉이나 사천에 비하면 너무 가깝지만, 3월 바쁜 농번기에 온 주민들이 마을에서 일손을 놓고 오늘 하루 SK와 담판을 짓기 위해서 달려왔다”고 밝혔다.

장동진 위원장은 “그동안 충남도청, 예산군청에 가서 집회도 했지만, 우리의 목소리는 거기까지였다”며 “그래서 오늘 SK 본사에 찾아와서 결정을 낼려고 이렇게 달려왔다”고 말했다.

장동진 위원장은 “예산조곡그린컴플렉스가 들어설 지역은 청정지역으로, 말 그대로 예산에는 예산 저수지도 있고, 황새가 있고, 출렁다리가 있다”며 “그만큼 전통적으로 농업이 발달한 지역인데, 어느날 갑자기 산업단지를 빙자한 폐기물 처리장이 들어선다고 해서 온 주민들이 아닌 밤에 날벼락”이라고 호소했다.

이 자리에 조곡산업단지반대주민대책위원회는 “산업단지라는 이름의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짓고 쓰레기 팔아 돈 버는 SK는 주민의 피눈물이 보이지 않는가?”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참여했다.

‘조곡산단’은 예산군과 SK에코플랜트가 예산군 신암면 조곡리와 예림리 일대에 147만 4115㎡ 규모로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예산조곡그린컴플렉스 반대대책위원회 장동진 위원장
예산조곡그린컴플렉스 반대대책위원회 장동진 위원장

장동진 위원장은 “경기도에서 쓰레기가 발생하면 경기도에서 치워야지 왜 시골까지 와서, 깨끗한 지역에서 농사짓던 사람들을 못살게 구느냐”고 답답해했다.

또 장동진 위원장은 “SK는 대기업인데,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물건을 만들어서 수출해야지 쓰레기 장사를 하는게 말이 되느냐”며 “그리고 정부는 산업을 핑계로 만들어진 폐기물을 국가가 책임지고 안전하게 처리해야지 개인과 기업에 맡기고, 기업은 이익만 추구하면 그 쓰레기는 주민들이 평생 함께 옆구리에 끼고 살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예산조곡그린컴플렉스 반대대책위원회 장동진 위원장
예산조곡그린컴플렉스 반대대책위원회 장동진 위원장

장동진 위원장은 “이 문제는 우리 지역 주민들의 문제가 아니고, 국가가 백년대계를 바라봤을 때 분명히 해결해 가야 할 문제”라며 “그래서 오늘 담판을 지어서 SK가 더 이상 시골에 폐기물처리장을 안 만들고, 올바른 기업의 길로 갈 수 있도록 해주길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K서린빌딩 앞에 모여 규탄 집회하는 농어민들
SK서린빌딩 앞에 모여 규탄 집회하는 농어민들

한편 주최 측은 “산업폐기물 처리를 민간에 맡겨 놓아, 기업의 배만 불리고, 피해는 주민이 입고, 사후 처리는 지자체가 부담하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5가지의 해결방안을 정책요구안으로 제시한다”며 ①산업폐기물 처리의 공공성 확보 ②발생지 책임 원칙 확립 ③주민감시 보장과 주민피해 실태조사 ④환경영향평가제도 전면적 개선 ⑤정책전환을 위한 국회 주관의 정ㆍ민ㆍ관 합동 TF 구성 등을 요구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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