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주택 임차인(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규정한 ‘이른바 임대차 3법’이 불리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에서 2020년 7월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임차인이 일정한 기간 내에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절하지 못하도록 하고, 임대인이 실제 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한 후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목적 주택을 임대한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부담시키는 제6조의3, 임대차의 차임이나 보증금 증액청구 시 약정한 차임이나 보증금의 20분의 1의 금액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는 제7조 제2항 등이 신설됐다.

국내에 주택을 소유한 임대인들은 이들 조항의 대해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심판대상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의 계약갱신요구 조항, 차임증액한도 조항, 손해배상 조항 등이다.

헌법재판소(헌재)
헌법재판소(헌재)

헌법재판소 2월 28일 주택임대차보호법 6조의3 등 관련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에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과잉금지원칙 위배에 대해 헌재는 “임차인 주거 안정 보장이라는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임차인의 주거이동률을 낮추고 차임 상승을 제한함으로써 임차인의 주거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법익 균형성에 대해 헌재는 “주거안정은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며, 국가는 경제적 약자인 임차인을 보호하고 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지므로 임차인의 주거안정이라는 공익은 크다”며 “반면 임대인의 계약의 자유와 재산권에 대한 제한은 비교적 단기간 이루어지는 것으로 그 제한 정도가 크다고 볼 수 없어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는 계약갱신요구 조항에 대해 “임대인의 사용ㆍ수익권을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은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로 행사기간이 제한되고, 행사 횟수도 1회로 한정되며, 그로 인해 갱신되는 임대차의 법정 존속기간도 2년으로 규정돼 있다”고 봤다.

헌재는 “나아가 임대인이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사유를 규정해 임대인의 기본권 제한을 완화하는 입법적 장치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임증액한도 조항에 대해 헌재는 “차임증액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계약갱신요구권 제도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규제이며, 증액 범위를 일정 비율로 제한할 뿐 그 액수를 직접 통제하거나 인상 자체를 금지하지 않고, 갱신된 임대차계약 기간 동안의 제한에 불과하며, (인상률 제한인) 20분의 1의 비율이 지나치게 낮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손해배상조항 중 제6조의3 제5항의 경우, 헌재는 “임대인이 계약갱신요구의 회피 수단으로 갱신 거절을 남용하는 것을 방지함과 동시에 계약갱신요구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고, ‘정당한 사유’, 즉 갱신거절 당시 예측할 수 없었던 것으로서 제3자에게 임대할 수밖에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임대인이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있어 임대인의 재산권 제한이 과도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손해배상 조항 중 제6조의3 제6항의 경우, 헌재는 “손해액의 입증책임을 완화함으로써 손해배상액 산정에 관한 다툼을 예방하고 임차인의 신속한 피해 구제가 이루어지도록 해 분쟁을 조기에 해결할 수 있으며, 법정된 금액이 임대인이 제3자에게 임대함으로써 얻게 되는 이익이나 임차인이 입은 손해액 또는 임대인의 갱신거절 남용을 막을 수 있는 정도를 훨씬 상회한다고 볼 수 없으며, 사전에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합의를 함으로써 위 조항의 적용을 받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하므로, 임대인의 계약의 자유나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그러면서 “계약갱신요구 조항, 차임증액한도 조항, 손해배상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청구인들의 계약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월세와 전세 보증금의 전환율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한 것에 대해 헌재는 “주택 임대차계약에서 보증금과 차임의 시세는 주택 임대차의 수요와 공급 상황, 금리변동, 경제상황 등에 따른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인정되며, 임차인의 주거안정을 위한 전문적이고 정책적인 고려가 요구되므로 하위법령에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 당시 존속 중인 임대차 계약에도 개정 조항을 적용하도록 한 부칙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주택 임대차와 같이 임차인의 주거안정 보장이라는 공익에 기초해 사적인 계약관계를 규율하는 법률의 경우 임대차 시장의 상황 및 국민의 주거 안정 개선

의 필요성 등 사회적ㆍ경제적 상황에 따라 새로운 법적 규율을 가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기존의 법적 규율 상태가 앞으로도 존속할 것이라는 임대인의 기대 또는 신뢰의 보호가치가 크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헌재는 “개정 법률 시행 당시 존속 중인 임대차계약에 개정조항을 적용하지 않을 경우 임대주택의 공급 부족 또는 차임 상승 등의 부작용을 초래해 개정조항을 형해화할 우려가 있는 점, 임차인의 주거안정 보장이라는 공익이 임대인의 신뢰이익에 비해 큰 점 등을 고려할 때, 부칙조항은 신뢰보호원칙에 반해 청구인들의 계약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했다.

◆ 헌법재판소 결정의 의의

이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주택 임차인에게 계약갱신요구권을 부여하고, 계약갱신 시 보증금과 차임의 증액 한도를 제한한 조항, 실제 거주 목적으로 갱신거절을 한 후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임대한 임대인의 손해배상책임을 규정한 조항 및 개정법 시행 당시 존속 중인 임대차에도 개정조항을 적용하도록 한 부칙조항과, 이보다 앞서 개정된 보증금을 월차임으로 전환하는 경우의 산정률을 규정한 조항에 대해 처음 위헌 여부를 판단했다.

헌법재판소는 “임차인의 주거안정 보장이라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취지 등을 고려해 위 조항들이 과잉금지원칙, 명확성원칙, 포괄위임금지원칙, 신뢰보호원칙에 반해 임대인의 계약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합헌 내지 기각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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