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유니온 구교현 위원장
라이더유니온 구교현 위원장

[로리더] 라이더유니온 구교현 위원장은 12일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청년들의 개인정보 처리방침이 올해 네 번 바뀌었다. 앱이 업데이트되며 약관이 바뀌면 라이더들에게 동의할지 묻는다. 동의를 안 하면 일을 못한다”며 “명확하게 회사가 자신의 의지대로 약관을 바꾸고 의미가 없는 동의 절차를 거치는 방식”이라고 성토했다.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지부 구교현 위원장은 “배달 플랫폼의 시스템을 만들고 개선하는 핵심적인 재료는 라이더들이 제공했다”며 “개인정보를 제공했는데 어떻게 활용했고,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영업비밀’이라며 알려주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라이더유니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디지털정보위원회, 정보인권연구소, 진보네트워크센터는 이날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11간담회실에서 ‘플랫폼의 비밀 알고리즘과 개인정보 열람청구권’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아름다운재단이 후원했다.

플랫폼의 비밀 알고리즘과 개인정보 열람청구권 토론회
플랫폼의 비밀 알고리즘과 개인정보 열람청구권 토론회

이 자리에서 배달 플랫폼에 대한 개인정보 청구 당사자로서 토론에 나선 라이더유니온 구교현 위원장은 “2019년부터 배달의민족(배민)에서 일하면서 그 방식은 꾸준히 바뀌어왔다”며 “처음 배민라이더를 시작했을 때, 주문 리스트가 뜨면 라이더가 어떤 주문을 처리할 것인지 선택하는 방식이었지만, 2020년 2월부터 AI 자동 배차가 생겼다”고 전했다.

구교현 위원장은 “리스트가 아닌 특정 콜을 받을지 말지 메시지가 뜨는데, 이게 저한테만 뜨는 건지, 여러 사람에게 동시에 뜨는 건지도 모른다”며 “짧은 기간 동안 무수히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밝혔다.

구교현 위원장은 “처음 AI 자동 배차가 들어왔을 때, 라이더들 사이에서 불만이 많았지만, 회사에서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는 답변을 계속했다”며 “처음 시스템을 바꿨으니 기준이 될 데이터가 없었을 테니 납득은 간다”고 말했다.

구교현 위원장은 “그런데 이제는 데이터를 쌓았을 것이고, 그걸 토대로 개선했을 것”이라면서 “그런데 그게 누구의 입장에서 개선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라이더유니온 구교현 위원장
라이더유니온 구교현 위원장

라이더유니온 구교현 위원장은 “라이더들이 모든 데이터를 제공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핵심적인 정보는 전국의 라이더들이 일하면서 특정 시간대, 특정 날씨, 어떤 기후 상황의 어떤 지역 등 여러 조건에서 배달 업무를 수행하며 기록된 것”이라며 “여기서 궁금한 점은 그러면 그 정보를 어디에 어떤 목적으로 썼느냐는 것”이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구교현 위원장은 “설명을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으므로 노동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썼을 수도 있다고는 생각한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자에게 불리한 방식으로 썼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구교현 위원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면서 배달 업종은 대한민국에서 산업재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업종이 됐다”며 “혹시 알고리즘의 변화로 인해 라이더들이 더 위험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기업에는 효율성이 극대화되는 방식으로 변화한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라이더유니온 구교현 위원장
라이더유니온 구교현 위원장

또 구교현 위원장은 “회사는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전혀 설명하고 있지 않다”며 “사측에 여러번 말해도 다 동일한 답변만 한다”고 설명했다.

라이더유니온 구교현 위원장은 “언제까지 영업비밀이라는 말로 계속 방어할 수 있는 문제겠느냐”며 “한번에 모든 것을 설명하진 못하겠지만 분명히 어느 정도 공개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교현 위원장은 “토론문의 제목은 핵심적으로 ‘왜 이것은 개인정보가 아니란 말인가?’로 썼다”며 “개인정보 열람을 청구하면 이름, 주민등록번호, 보험 가입 정보 등은 너무 잘 알려주지만, 배달의민족 일을 하면서 생성된 정보와 그것이 어떻게 활용됐고,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핵심 개인정보임에도 안 알려준다”고 강조했다.

구교현 위원장은 “라이더유니온 조합원들은 간간히 ‘지금 콜이 안 들어오는데 내가 혹시 회사에 잘못한 게 있나’ 하는 얘기를 하기도 한다”며 “사실 근거 없는 얘기일 수 있는데, 설명을 듣거나 질문할 수 있는 길이 전혀 없어서 의구심을 갖게 된다”고 전했다.

구교현 위원장은 “어떤 라이더는 콜이 잘 들어오게 관리하고 있다고 얘기하는데, 그냥 경험적으로 체득한 충성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일했기 때문에 콜이 잘 들어올 것이라는, 해석된 알고리즘이 있다”며 “좋은 방향만 있으면 좋은데 어떤 라이더는 패널티, 징계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구교현 위원장은 “계정 정지나 해지가 벌어지고 있음에도 구체적으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며 “이런 일이 발생하니까 라이더들 스스로 자기를 착취하고 쥐어짜면서 ‘더 열심히 해야지, 그래야 플랫폼이, 배달의민족이, 요기요가, 쿠팡이 나에게 더 좋은 권리를 줄 거야’하며 자발적인 충성심을 보여주게 된다”고 밝혔다.

라이더유니온 구교현 위원장은 “이것은 회사의 전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돈 하나 안 들이고 라이더들을 ‘자발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전략이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라이더유니온 구교현 위원장
라이더유니온 구교현 위원장

구교현 위원장은 “라이더들이 수년간 생성한 개인정보를 토대로 배달의민족, 쿠팡, 요기요에 알고리즘이 구축돼 있고, 그것에 의해 지휘 감독을 받아 일하고 있다”며 “그리고 알고리즘은 수시로 바뀌는데, 그럴 때마다 라이더들은 뭐가 바뀌는 건지 설명도 없어 긴장한다”고 전했다.

구교현 위원장은 “그렇기에 알고리즘은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에 해당하는 기준을 가지고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이더유니온 구교현 위원장은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청년들의 개인정보 처리방침이 올해 들어 6월 1일, 8월 1일, 8월 26일, 12월 6일 총 네 번 바뀌었다”며 “미비점을 보완하는 건 당연히 할 수 있지만, 앱이 업데이트되며 약관이 바뀌면 라이더들에게 동의할지 묻는다”고 말했다.

구교현 위원장은 “동의를 안 할 수도 있는건데, 그러면 일을 못한다”며 “명확하게 회사가 자신의 의지대로 약관을 바꾸고 사실상 의미가 없는 동의 절차를 거치는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구교현 위원장은 “동의할 수밖에 없어 선택권이 없고, 정보의 비대칭뿐만 아니라 권력의 비대칭이 매우 큰 상태”라고 덧붙였다.

라이더유니온 구교현 위원장(가장 왼쪽)
라이더유니온 구교현 위원장(가장 왼쪽)

한편 새로 신설된 개인정보보호법 제37조의 2에는 ‘정보주체는 완전히 자동화된 시스템(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시스템을 포함한다)으로 개인정보를 처리하여 이루어지는 결정이 자신의 권리 또는 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해당 개인정보처리자에 대하여 해당 결정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돼있다.

이에 라이더유니온 구교현 위원장은 “모 플랫폼사와 교섭을 하면서 당연히 우리는 자동화된 방식, 알고리즘으로 배차 등이 설계됐을거라 추측했다”면서 “그런데 한 회사가 ‘인간이 개입도 한다’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구교현 위원장은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한편으로는 완전 자동화라고 하면 절차상 법적으로 생길 문제를 방어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면서 “인간이 개입한다고 해버리면 더 이상 법적으로 문제시 할 수 있는 여지가 없어지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노동권연구소 장귀연 소장, 정보인권연구소 장여경 상임이사, 민변 디지털정보위원회 김병욱 변호사, 라이더유니온 구교현 위원장, 진보네트워크센터 오병일 대표, 마나 활동가,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오민규 연구실장,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김직동 개인정보보호정책과장,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정책과 이진백 주무관 등이 참석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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