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부당합병ㆍ분식회계’ 의혹 재판에서 “만약 이 사건에 대해 법의 엄격한 잣대로 책임을 물어야 할 잘못이 있다면, 그것은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며 “평생 회사를 위해 헌신해 온 다른 피고인들은 선처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재용 회장은 11월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2부(재판장 박정제) 심리로 열린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의혹 관련 결심공판에서 이 같이 밝혔다.

검찰은 이재용 회장에 대해 징역 5년에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날 최후진술 기회를 얻은 이재용 회장은 재판부에 “지난 3년 동안 사려 깊게 심리를 진행해 주시고, 변호인과 피고인들에게도 충분한 변론 기회를 주신 데 대해 깊이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이재용 회장은 “삼성 가족, 주주님,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도 많은 심려를 끼쳐드려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이재용 회장은 “제가 40대 중반이던 2014년 아버님께서 병원으로 쓰러지신 뒤 지금까지 너무나 많은 일들이 있었다”며 “개인적으로는 세 번의 영장실질심사와 1년 6개월에 걸친 수감생활도 겪었다”고 했다.

이재용 회장은 “오늘까지 106차례의 공판이 진행되는 동안 합병과 로직스의 회계 처리과정에서 있었던 여러 일들과 목소리들을 보다 세밀하게 보고 들을 수 있었다”며 “때로는 어쩌다 일이 어떻게 엉클어져 버렸을까 하는 자책이 들기도 하고, 때로는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이재용 회장은 “하지만 저와 삼성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 수준은 훨씬 높고 엄격한데, 미처 거기까지 이르지 못했다는 것을 절감하기도 했다”며 “대한민국 1등 기업, 글로벌 기업에 걸맞게 더 높고 엄격한 기준과 잣대로 회사에 있어야 했는데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자성했다.

그는 “중요한 회사 일을 처리하면서 한 번이라도 더 신경 쓰고 더욱 신중하게 살펴봤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였던 것 같다”며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자세를 낮췄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재판장과 공판 부장검사들에게 “저에게 많은 불찰과 부족함이 있었습니다만 그래도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며 “외람되지만 지금 세계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그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용 회장은 “글로벌 공급망이 광범위하게 재편되고 있고, 생성형 AI 기술이 반도체 시장은 물론 전 세계 사업에 영향을 끼치는 등 상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기술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그런데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 일들은 사전에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그래서 저는 오래전부터 사업의 선택과 집중, 신사업, 신기술 투자, M&A를 통한 모자란 부분의 보완, 지배구조 투명화 등을 통해 이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이를 통해 회사의 존속과 성장을 지켜내고 회사가 잘 되어 임직원과 주주, 고객, 협력 회사 임직원, 그리고 국민 여러분의 사랑을 받는 것이 저의 목표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두 회사의 합병도 그런 흐름 속에서 추진되었던 것”이라며 “그런데 이런 차원에서 제가 외국 경영자, 저희 주요 주주님들, 그리고 투자기관 관계자들과 나눈 대화 내용이 재판 과정에서 전혀 다른 의미로 오해되는 것을 보면서 너무나 안타깝고 허무하기까지 했다”고 답답해했다.

이재용 회장은 “저는 합병 과정에서 개인의 이익을 염두에 둔 적이 없다”며 “더욱이 제 지분을 늘리기 위해 다른 주주분들께 피해를 입힌다는 생각은 맹세코 상상조차 한 적이 없다”고 억울해했다.

이재용 회장은 “저와 다른 피고인들은 이 사건 합병이 두 회사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지배구조를 투명화, 단순화하라는 사회 전반의 요구에도 부응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장님과 두 부장판사님 앞에서 검사님들이 주장하시는 다른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힌다든가 다른 주주들을 속인다든가 하는 그런 의도가 결단코 없었던 것만은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용 회장은 “삼성이 세계 수준의 일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삼성에 몸 담아왔던 수많은 임직원들의 헌신과 희생 덕분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애정 어린 시선으로, 때로는 비판의 눈초리로 삼성을 바라보는 주주님들과 국민 여러분의 관심과 지지 덕분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용 회장은 “저에게는 기업가로서 지속적으로 회사의 이익을 창출하고 미래를 책임질 젊은 인재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해야 하는 기본적인 책무가 있다”며 “이병철 회장님이 창업하시고, 이건희 회장님이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신 삼성을,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시켜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것을 늘 가슴에 새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용 회장은 “두 분 회장님들이 경영하실 때와 지금의 경영 환경이 많이 다르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며 “정말 기라성 같은 글로벌 초강, 초일류 기업과 경쟁, 협업하면서 친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지배구조를 더욱 선진화시키는 경영, 소액 주주분들에 대한 존중, 성숙한 노사관계를 정착시켜야 하는 새로운 사명도 주어져 있다”면서 “이러한 책무를 다하기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고 했다.

이재용 회장은 “삼성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며 “부디 저의 모든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이재용 회장은 “오랜 기간 재판을 받으면서 제 옆에 계신 피고인들께 늘 미안하고 송구스러웠다”며 “만약 이 사건에 대해 법의 엄격한 잣대로 책임을 물어야 할 잘못이 있다면, 그것은 제가 감당해야 할 몫입니다. 평생 회사를 위해 헌신해 온 다른 피고인들은 선처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당부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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