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지난 9일, 안성 아양지구 폴리프라자 신축공사현장에서 데크플레이트가 붕괴해 베트남에서 온 형제 노동자 2명이 숨졌다. 이에 전국건설노동조합은 10일 ‘안성 신축공사현장 데크플레이트 붕괴 사고 긴급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건설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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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노조는 이날 오후 1시 20분 국회 소통관에서 “무리한 속도전과 위험한 데크플레이트 공법에 건설노동자는 산 제물이냐”며 “중대재해처벌법을 온전히 시행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설노조는 “사고 현장은 지하 2층에서 지상 9층 규모”라며 “재해는 9층 바닥에 콘크리트를 타설하던 중 바닥면이 8층으로 무너지면서 일어났고, 8층에서 작업중이던 베트남 노동자 2명이 콘크리트와 철근 더미에 매몰돼 목숨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건설노조는 “무리한 속도전이 맞물린 데크플레이트 시공이 재해의 원인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며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데크플레이트공법 중단 또는 전면 보강 ▲중대재해처벌법의 온전한 시행”을 촉구했다.

안성 신축공사현장 데크플레이트 붕괴사고 현장(건설노조 제공)
안성 신축공사현장 데크플레이트 붕괴사고 현장(건설노조 제공)

건설노조는 2022년 4월 9일 대전 하늘채 스카이앤 신축공사(부상 4명), 2022년 7월 27일 대전 한신더휴 리저브(부상 3명), 2022년 10월 21일 안성 KY로지스 저온물류창고 신축공사(사망 3명, 부상 2명)을 같이 언급했다.

건설노조는 “사고 현장 모두 데크플레이트(바닥재 혹은 거푸집 대용 철강 패널) 공법을 쓰고 있다”며 “데크플레이트는 동바리 없이 시공해 자재비 경감 및 신속성을 들어 건설사들이 선호하는 공법”이라고 설명했다.

건설노조는 “(일반 공법에서는) 알폼이나 유로폼으로 거푸집, 틀을 만들어 벽과 바닥을 만들고 동바리로 밑을 받친 후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것과 달리 데크플레이트는 공장에서 찍어낸 구조물을 이어붙이면 된다”고 덧붙였다.

(사진=건설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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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노조는 “아무리 데크플레이트여도 층고나 면적 등 현장 여건에 따라 무게중심을 분산하기 위해 지지대를 받치는 게 필요할 수 있다”며 “사고 현장에선 이 지지대를 충분히 받쳐놓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건설노조는 “현재 문제가 되는 무량판 구조처럼 데크플레이트공법 역시 신속한 시공을 위해 선호하지만, 한국 건설현장에 뿌리 깊게 내려 있는 불법 다단계 하도급과 ‘빨리빨리 속도전’이 맞물려 건설노동자들에겐 ‘공포의 공법’이 되고 있다”며 “건설노동자는 속도전의 제물인가. 데크플레이트공법에 얼마나 많은 건설노동자가 콘크리트 철근 무덤에 산 제물이 돼야 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사진=건설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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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노조는 “무게중심이 쏠려 무너지면 가운데 부분이 붕괴하기 때문에 데크플레이트 시공 시 현장 노동자들은 웬만하면 가운데 부분을 가지 않으려고 한다”며 “건설사들이 공정의 필요에 따라 타설공을 채용ㆍ투입하기 때문에 시공사에서 작업배치를 일단 하면 타설 노동자들은 이 공법이 제대로 시공됐는지조차 전혀 알 수 없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또 건설노조는 “더욱이 재해 현장에선 사고 전날 안전점검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안전점검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나고, 폭우 중 타설을 했다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건설노조는 “게다가 타설 중 붕괴사고는 대부분 중대재해로 이어져 여러 명이 동시에 재해를 당한다”며 “노동조합은 기술적으로는 위험한 데크플레이트 시공법 중단 또는 보강을 요구하며, 더불어 중대재해처벌법의 온전한 시행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사진=건설노조)
(사진=건설노조)

한편 건설노조는 “2022년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다”면서도 “500건이 넘는 사망재해가 있었고, 200건이 넘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사업장이 발생했으나 실제 기소건수는 21건이 고작”이라고 지적했다.

건설노조는 “그나마 법의 취지에 맞게 처벌을 받은 사업주는 없다”며 “또한 법의 취지에 맞게 중대재해를 예방하는 관리 감독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재차 지적했다.

또 “중대재해처벌법은 재해 예방을 위해 안전보건관리체계구축을 규정하고 있다”면서 “반면 건설현장엔 현장 노동자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구조도 없고, 건설사의 안전점검은 형식적이거나 서류 위주이기 일쑤”라고 비판했다.

건설노조는 “윤석열 정권 들어 69시간 노동을 운운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이 무력화되면서 건설현장에선 노동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단언컨대, 제2 제3의 붕괴사고는 예고된 일. 중대재해처벌법을 온전히 시행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 자리에는 이은주 정의당 국회의원, 타설 노동자 김용기 씨,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위원회 강한수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건설노동자가 산 제물인가 중대재해처벌법을 온전히 시행하라!>

대개는 가운데 부분에 무게중심이 쏠린다. 붕괴사고 시, 타설 하던 노동자들은 어찌할 도리 없이 순식간에 빨려 들어간다. 운 좋게 가장자리 부분에 있거나 잘 뛰어내리거나, 철근 등을 부여잡아 살기도 한다. 많은 경우엔 타설하던 콘크리트와 각종 자재들과 뒤엉켜 추락사한다. 뛰어내렸어도 추락방지망이 없거나 철근 같은 구조물 때문에 죽기도 한다. 콘크리트와 철근 더미가 무덤이 돼 버린다. 무리한 속도전과 위험한 데크플레이트공법에 건설노동자는 산 제물인가.

1. 대한민국에 안전한 데크플레이트공법은 없다.

첫 번째 문제는 속도전을 치르며 이윤을 남기는 건설현장에 안전한 데크플레이트공법은 없다는 것이다. 건설사들은 동바리를 받치지 않아도 되는 등의 편의성과 신속성 때문에 데크플레이트공법을 택한다. 따라서 규격에 맞는 지지대를 기대하긴 어렵다. 데크플레이트 용접이 제대로 돼 있다고 바라기도 어렵다. 대충 받쳐놓는 시늉을 하고, 대충 때워놓고 콘크리트를 붓는다.

2. 콘크리트 붕괴사고는 반복되고 건설노동자는 계속 떨어진다.

두 번째 문제는 반복된다는 것이다.

같은 안성 지역에서 1년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지난해엔 3명, 올해엔 2명이 데크플레이트 타설 중 목숨을 잃었다. 이는 속도전과 맞닿아 있다. 2022년 안성 사고 현장은 공사 마감 시점을 3개월 남겨둔 상황에서 공정률이 56%였다. 이 정도면 어떻게 공사했을지 안 봐도 눈에 선하다. 올해 재해 현장에선 폭운 중에도 타설이 진행돼 주변 시민들이 불안에 떨었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가장 무서운 점은 이런 사고는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란 점이다. 건설노동자의 재해 정도가 다를 뿐이다.

3. 중대재해처벌법이 무력화 되고 있다.

세 번째 문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그 취지에 맞게 시행되지 않고 있다.

500건이 넘는 사망재해가 있었고, 200건이 넘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사업장이 발생했으나 실제 기소 건수는 21건이 고작이었다. 그나마 법의 취지에 맞게 처벌을 받은 사업주는 없다. 또한, 법의 취지에 맞게 중대재해를 예방하는 관리 감독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재해 예방을 위해 안전보건관리체계구축을 규정하고 있다. 반면 건설현장엔 현장 노동자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구조도 없고, 건설사의 안전점검은 형식적이거나 서류 위주이기 일쑤다.

윤석열 정권 들어 69시간 노동을 운운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이 무력화되면서 건설현장에선 노동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단언컨대, 제2 제3의 붕괴사고는 예고된 일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을 온전히 시행하라.

2023년 8월 10일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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