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5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면서 대형 로펌에 63개의 법률의견서를 작성해 주고 18억원을 받은 권영준 대법관 후보자에 대해 “대법관이 아닌 실력있는 학자로서의 명성을 누려가기를 바란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권영준 대법관 후보자가 서울대 로스쿨 교수로 재직하면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대형 로펌(법무법인)에 국내소송과 국제중재 등 사건의 법률의견서 63건을 작성해 주고 18억 1563만원(세전)을 받은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국회 인사청문회특별위원회(인청특위)는 권영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심사경과보고서 채택 논의를 7월 17일로 연기했다.

권영준 후보자는 1993년 제35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1999년 서울지방법원 판사로 임관했다. 수원지법 판사,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판사 등을 지내고, 2006년 서울대 법과대학 조교수가 됐다. 그는 변호사 자격이 있으며, 현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형근 경희대 로스쿨 교수
정형근 경희대 로스쿨 교수

이와 관련, 정형근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15일 페이스북에 ‘권영준 대법관 후보자 사퇴 촉구의 글’을 올렸다.

정형근 교수는 “권영준 후보자가 변호사법을 위반하지 않았는지 문제 된다”며 “권영준 후보자가 상당히 장기간 계속적으로 특정사건을 수임한 로펌의 의뢰를 받아 의견서를 작성해 준 행위는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하지 아니하고 변호사의 직무를 수행한 변호사’(변호사법 제112조 제4호)에 해당되는 것과 같은 외양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변호사 자격이 있는 정형근 교수는 “변호사 자격이 있으면서도 변협에 (자격) 등록과 개업신고를 하지 않고, 변호사 직무를 수행하면 처벌한다”며 “권영준 후보자가 특정 로펌이 수임한 사건의 의견서를 작성해 준 행위가 ‘학문 연구’ 차원의 것이 아니라면, 변호사 직무를 수행한 것에 해당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형근 교수는 “교원이 법적 분쟁 중에 있는 일방 당사자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의견을 학문적 소신과 객관적 이론으로 제시하는 등 어떤 형식을 갖더라도, 그 핵심은 로펌이 수임한 사건의 의뢰인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목적은 부정하기 어렵다고 본다”며 “이는 의견서 작성자에게 지급되는 엄청난 보수가 말해준다”고 짚었다.

정형근 교수는 그러면서 “권영준 후보자가 5년에 63건에 대한 18억원의 보수를 받았다면, 이를 수치상으로 계산해 보면, 1개월에 1건가량의 의뢰를 받아 월평균 3000만원 상당의 돈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며 “이처럼 5년에 걸쳐서 특정 의뢰인을 대리하는 로펌의 의뢰하에 자문의견서를 작성해 준 것은 마치 그 로펌과 공동대리를 하는 것과 같은 모습을 갖는다는 측면에서 보면, 변호사의 직무를 수행한 것이라고 일응 말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정형근 교수는 “실제로 권영준 후보자가 변호사법을 위반했는지는 ‘교원은 학생을 교육ㆍ지도하고 학문을 연구’하는 것을 임무로 한다는 조항(고등교육법 제15조 제2항)과 비교해 검토해야 한다”며 “로펌이 의뢰하는 의견서 작성행위가 교원의 임무에 해당하는 ‘학문을 연구’하는 차원이라는 주장도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교원이 작성하는 자문의견서는 의뢰한 기관의 이익을 위해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입장에서 법의 해석에 관한 의견을 밝히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이때 의견서 작성에 대한 보수는 20~30만원이나 그보다 조금 높은 정도의 금액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그래서 교원은 이런 의견서 작성을 봉사 차원에서 수행한다”며 “이 점에서 교원이 특정사건을 수행하는 로펌이 자기 의뢰인과 로펌의 이익을 위해 의뢰해 작성되는 의견서하고는 차원을 달리한다”고 덧붙였다.

정형근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나는 법조윤리와 변호사법을 연구해 온 입장에서 권영준 후보자의 행적이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하느냐 측면보다는, 그가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갖는 대형로펌들과 이해관계를 함께 하는 관계로 비춰지는 외관이 형성돼 있는 가운데서, 대한민국 최고법원의 대법관이 되는 것이 과연 법조윤리적인 차원에서 바람직한 것인지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정형근 교수는 1992년 제34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24기 수료했다.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법전원) 원장을 역임했다. 법무부 변호사제도개선위원회 위원, 변호사시험 출제위원, 법조윤리협의회 자문위원, 경력법관 임용 면접위원 등을 지냈다. 현재는 변호사로서 법무법인 한미에서 공증인, 경희대 로스쿨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형근 교수는 “법관윤리강령은 법관은 교육이나 학술 또는 정확한 보도를 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구체적 사건에 관해 공개적으로 논평하거나 의견을 표명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법관이 공개적으로 어떤 사항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면, 재판관계인들은 그 말을 신뢰할 것이다. 그런데 그 법관이 나중에 그와 다른 내용의 판결을 하면 법원과 판결에 대한 신뢰는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정형근 교수는 “권영준 후보자는 우리나라 대형로펌들과 고액의 보수를 받고 법적 조력을 제공한 관계에 대한 우려를 알고서인지 ‘그간 관계를 맺은 로펌은 모두 신고하고, 그 로펌이 수임한 사건은 회피 신청을 하겠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고 했다.

정형근 교수는 “권영준 후보자는 7개 로펌이 선임된 당사자 사건은 회피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힘으로 법관윤리강령이 금지하는 ‘구체적 사건에 관하여 의견을 표명’한 것과 같은 상태가 됐다”며 “그럼에도 권영준 후보자가 대법관으로 임명된 후 그간 의견서를 써준 로펌이 대리인이 돼 있는 사건의 재판 판결문에 ‘대법관 권영준’ 이름이 기재돼 있으면, 곧바로 공정성 시비가 생길 수밖에 없다. 대법관이 거짓말을 한 것이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형근 교수는 “권영준 후보자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7개 로펌의 의견서를 작성해 주었다고 한다. 7개 로펌이 어느 곳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로펌일 가능성이 매우 높고, 대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 중, 이 7개 로펌이 수임한 사건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이들 로펌이 수임한 사건을 재판하지 않겠다고 이미 선언한 상태이기 때문에, 권영준 후보자는 그런 사건을 맡을 수 없다고 해야 한다”며 “그런데 이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가?”고 반문했다.

정형근 교수는 “우리나라 대법원은 재판해야 할 수많은 사건 때문에 14명의 대법관만으로는 신속한 재판을 할 수 없는 상태임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권영준 후보자의 말대로 한다면, 대형로펌이 수임한 사건에서는 우리 대법원은 13명의 대법관을 갖는 거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정형근 교수는 “그런데 이렇게 직무수행의 한계를 가진 대법관이 임명된다는 것은, 국민이 대법원에서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된다”며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도 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권영준 후보자가 회피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고 짚었다.

특히 정형근 로스쿨 교수는 “권영준 후보자 스스로 그간 관계를 맺은 로펌 사건을 회피하겠다는 것은, 이해충돌상태가 돼 있어 불공정 시비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고백한 것”이라면서 “대법관은 모든 사건의 재판이 가능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형근 교수는 “법관윤리강령은 법관은 공정성을 의심받을 염려가 있는 행위를 하지 말도록 한다”며 “이는 현직 법관에 대한 내용이지만, 권영준 후보자는 비록 자신의 노력에 대한 보수이지만, 대형로펌으로부터 큰돈을 받은 거래관계에 있었기 때문에 권영준 후보자의 판결은 공정성에 의심받을 염려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쩌면 의뢰인들은 권영준 후보자가 주심을 맡은 사건에 관해 변호사를 선임할 때 의견서 작성을 의뢰했던 대형로펌을 찾아가는 현상도 발생할 것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정형근 교수는 “법관윤리강령은 법관은 재판의 공정성에 관한 의심을 초래하거나 직무수행에 지장을 줄 염려가 있는 경우에는, 금전대차 등 경제적 거래행위를 하지 않으며 증여 기타 경제적 이익을 받지 않도록 한다”며 “이 역시 현직 법관에 대한 규정이지만, 권영준 후보자는 장차 재판당사자가 될 로펌들과 사적인 경제적 거래행위를 하여 왔기에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의심초래와 직무수행에 지장을 줄 상태라고 할 수 있다”고 짚었다.

정형근 교수는 “이해충돌방지법은 공직자는 직무를 수행할 때에 자신의 사적 이해관계가 관련돼 공정하고 청렴한 직무수행이 저해되거나 저해될 우려가 있는 상황인 이해충돌을 피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그런데 권영준 후보자는 이미 대법원의 주요 사건당사자로 등장하거나, 등장돼 있는 대형로펌들과 금전수수 등의 경제적 거래행위로 엮어져 있기 때문에 잠재적 이해충돌 상태가 조성돼 있다”고 지적했다.

정형근 교수는 “그럼에도 만약 권영준 후보자가 대법관으로 임명되면, 대형로펌은 노골적으로 향후 대법관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있는 교원을 상대로 각종 의견서 작성을 의뢰해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려는 풍토가 조성될 것”이라고 우려하며 “바로 이런 현상은 정부가 타파를 주장하고 있는 전형적인 ‘이권 카르텔’ 형태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형근 교수는 “결론적으로 권영준 후보자는 대법관이 아닌 실력있는 학자로서의 명성을 누려가기를 바란다”며 “대법관의 꿈을 품고 있었다면, 재판 당사자들과 금전거래는 자제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