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웅 판사(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는 개인적인 의견을 전제로 “공익소송에서 패소했는데, 원고한테 소송 비용까지 부담하라는 건 너무 가혹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유형웅 판사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유형웅 판사

박주민ㆍ양정숙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ㆍ공익인권법재단 공감ㆍ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ㆍ정보인권연구소ㆍ전국언론노조ㆍ진보네트워크센터ㆍ진실탐사그룹 셜록ㆍ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ㆍ참여연대ㆍ천주교인권위원회는 7월 5일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패소자부담주의 일률 적용은 공평한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 토론자로 나선 유형웅 판사(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는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본 의견은 소속기관의 의견이 아니라 개인 의견”이라며 “판사들 사이에서도 이 이슈에 대해서 견해가 뚜렷하게 어떤 방향성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는 전제를 달았다.

유형웅 판사는 “어떤 판사는 (공익소송이라고 패소자부담주의를 면제하는 것은) 불평등하지 않냐고 하고, 어떤 판사는 ‘정보 공개 소송은 어차피 국가를 상대로 딱 고정된 범위의 소송이니까 가능할 것 같다’고 하시는 분도 있다”며 “나머지는 (범위가) 너무 모호하다고 의견을 주신 판사도 있고, ‘전향적으로 검토해 볼 수 있지 않느냐’고 하는 판사도 있고, 원고가 일부라도 이겼을 때 그냥 각자 부담해서 소송 비용 이슈가 안 생기게 하자는 판사도 있다”고 전했다.

유형웅 판사는 “그에 비해 변호사 보수 산입 규칙으로 넘어가서, 변호사 보수를 감액해서 인정하는 케이스는 상대적으로 좀 드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무변론에 준하는 변론으로 쉽게 이겨버렸는데 성과는 엄청나게 큰 경우는 (각자부담이) 가능할 수 있다는 정도로 이해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형웅 판사는 “그런데 공익소송은 성격상 효과는 그렇게 안 클 수 있는데, 사건의 난도는 꽤 높다”며 “그래서 이 토론문에 제목을 붙인다면 ‘법원의 입장에서 본 관점’ 정도로 생각하면 될 거 같다”고 설명했다.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유형웅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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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웅 판사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2013년에 있긴 있었지만, 2018년 이후에 특히 얘기가 많이 되는 것 같다”며 “그때보다 변호사 보수가 많이 올라서, 이제 5000만 원짜리 소송은 440만원이고 1억원짜리 소송은 740만원인데, 2018년 전에는 5000만원이면 310만원이고, 1억이면 480이었다”고 소송 비용 부담이 예전보다 커진 이유를 댔다.

유형웅 판사는 “저희 사법정책연구원에서 독일에서 10만 유로짜리 소송을 제기했을 때 얼마가 드는지 계산을 해봤다”면서 “10만 유로가 1억보다는 많지만, 법원에 내는 재판 비용이 3,387유로, 변호사 보수 부가세 포함해서 내는 게 4,947유로였다”고 밝혔다.

유형웅 판사는 “원으로 환산하면 인지대가 3300만원, 변호사 보수가 500만원이 되기 때문에, 인지는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라면서도 “반대로 변호사 보수는 1유로와 천원이 같지는 않지만, 오히려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할 수도 있어, 이 문제가 현실적으로 대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해석했다.

유형웅 판사는 “2022년 1월에도 박주민 의원실에서 토론회를 했던 것 같은데, 그때는 판사가 오진 않고 서기관 사무관, 법원공무원이 온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왜냐하면 소송 비용 개선하는 실무가 지금 다 사법보좌관한테 가 있다 보니까 법원공무원들이 좀 더 제도에 대해서 이해도가 높은데, 그때 아마 남소와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얘기가 대충은 나오지 않았을까 짐작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유형웅 판사는 “기본적으로는 비슷한 얘기를 재탕하는 걸 수도 있는데, 조금 다른 관점에서 의견을 전하려고 한다”고 본격적인 토론을 시작했다.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유형웅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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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웅 판사는 “이 주제를 봤을 때, 이 소송이 공익소송인지 아닌지 나름 판단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근데 그 판단을 두고 다른 판사, 특히 상급심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까는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유형웅 판사는 “그래서 법안을 만든 입장에서는 공익성이라는 기준을 통해서 어느 정도 컨트롤할 수 있지 않겠냐고 기대하실 것 같은데, 사실은 논리적으로 극단적으로 말하면 모든 손해배상 소송에는 약간의 공익성이 다 있다”면서 “왜냐하면, 불법 행위를 저지른 사람이 그 책임을 지지 않고 빠져나가는 건 어쨌든 공익에 해롭다. 그래서 어떤 종류의 손해배상 소송이든 공익성은 있고 그것은 어떤 질적인 차이보다는 양적인 차이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안번호 18651호)을 두고 유형웅 판사는 “그래서 아마 장애인차별금지법처럼 특별법에 넣는 방안도 시도가 된 것 같은데, 이제 실무자로서는 특별법에 넣으면 그걸 간과하기가 쉽다”면서 “입법 기술상으로는 이런 건 민사소송법이 들어가는 게 맞다는 게 개인적인 소견”이라고 말했다.

최혜영 의원은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장애운동가 출신 국회의원으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금지된 차별행위를 시정하기 위해 제기된 소송의 경우 ‘민사소송법’에도 불구하고 소송의 공익성 등을 고려해 패소한 당사자가 소송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패소한 당사자가 부담해야 할 소송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면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내용으로 했다.

유형웅 판사는 “그다음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법률(국가소송법)’ 관련해서 오늘 법무부에서 나올 줄 알았는데 안 나왔다”면서 “그래서 일단은 민소법(민사소송법)이 개정되면 국가소송법 문제는 좀 상대적으로는 덜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오늘은 민소법에 대해서만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유형웅 판사는 “모든 법률은 정도의 차이는 있는데 명확성이 부족할 수 있다”면서 “이게 극복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은 안 되는데, 다만 대안은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공익소송’의 모호함에 대한 지적을 반박했다.

유형웅 판사는 “지금 민소법에 따르면, 내가 전부 승소했는데 뭔가 소송 비용이 나한테 불리하게 배정이 됐다고 했을 때, 그거에 대해서만 불복하는 방법은 막혀 있다”면서 “그러니까 내가 원고 승소인데 소송 비용을 원고가 부담해야 한다고 해도, 내가 이겼으니까 항소가 된다”고 설명했다.

유형웅 판사는 “근데 ‘내가 소송 비용을 부담하니까 나 그거 때문에 항소할래요’ 이거는 안 된다고 보는 게 지금 민소법 규정도 그렇고, 상고에 관한 판례이긴 한데 그렇게 대체로 해석하고 있다”면서 “이 법(국가소송법)이 통과되면 이런 일이 벌어질 것 같다”고 첨언했다.

유형웅 판사는 “예를 들어서 제조물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했는데, 원고가 지고 기업이 이기고도 소송 비용은 기업이 부담하라고 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이런 경우, 독일에서는 소송 비용과 권한 재판의 결과를 따로 보는 상황들이 종종 생긴다. 그러면 독립적인 불복 방법을 마련해 놓는 그런 시스템들이 있다”고 사례를 들었다.

유형웅 판사는 “그것이 좋은지 나쁜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렇게 소송 비용의 재판에 관해서만 독자적으로 불복할 수 있다고 하면, 명확성의 문제는 어느 정도 타협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유형웅 판사는 “패소자부담주의나 각자부담주의, 어느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며 “패소자부담주의를 했을 때의 장점은 예를 들면, 소가가 작을 경우인데, 내가 500만원 받을 소송인데 변호사비가 400만원이면 소송을 제기할 실익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유형웅 판사는 “근데 패소자부담주의라서 내가 이기면 전부 다 회수할 수 있다고 하면, 그 소송은 해볼만한 동기가 생기는 것”이라며 “그런 관점에서 패소자부담주의가 더 낫다고 하는 사람도 있어서 이거는 입법 정책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어느 쪽으로 가든 원칙 하나를 세우면 되는 것”이라고 뒷받침했다.

또 유형웅 판사는 “우리가 만약 각자부담주의로 되돌리면 공익소송 문제도 자연히 해결된다”면서 “그런데 만약에 패소자부담주의를 유지하면서 공익소송에 대해서만 특례를 인정하겠다고 하면 특례를 인정할 수 있는 근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형웅 판사는 “피고가 주로 국가나 기업이 될 텐데 국가나 기업 자체가 돈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국가가 소송 비용 다 부담한다고 하면, 그건 결국 세금으로 부담하는 거고, 기업이 부담한다고 하면 주주의 이익으로 부담하는 것”이라며 “그러므로 소송비용 부담 면제를 정당화할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유형웅 판사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유형웅 판사

유형웅 판사는 공익소송의 소송비용 부담 면제를 주장하는 근거는 다음 세 가지로 압축된다며 정리했다.

첫째, 결과적으로는 졌는데, 어쨌든 이 소송이 공공에 유익하다.

둘째, 법원이나 법률의 무제로 패소를 했지만, 실제 공익 측면은 존재한다.

셋째, 패소는 했는데 원고한테 소송 비용까지 부담하라는 건 너무 가혹하다.

유형웅 판사는 셋째 근거가 가장 적합하다고 주장하며, 첫째와 둘째 근거가 빈약하다고 뒷받침했다.

유형웅 판사는 “첫 번째는 논쟁적일 수 있는데, 법원으로서는, 민사소송은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수단이기 때문에 어떤 공적인 이슈를 올리는 수단은 아니”라며 “공익소송이 됐든 무슨 소송이 됐든 일단 법원에 접수된 이상은 한정된 사법자원을 놓고 서로 경합하는 관계에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첫 번째를 가지고 ‘공익소송이니까 특례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은 조금 더 실증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정리했다.

이어서 유형웅 판사는 “그리고 소가를 최소한으로 해서 소를 제기하는 방법도 있지만, 한국에서는 잘 안될 것”이라며 “예를 들어서 어떤 장애인 안전시설을 설치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하면 그 소가를 그냥 고정적으로 5000만 원으로 매겨버린다. 그러면 최소한 440만원 정도의 리스크는 생긴다”고 말했다.

둘째 근거에 대해서 유형웅 판사는 “소송 제도나 법률, 법원을 고쳐야 하는 문제지, 이걸 소송 비용만 면해주겠다고 하는 것은 정공법이 아니다”라며 “예를 들어, 의료소송 중에 과오가 입증이 안 돼서 패소했다고 하자. 그런데 실제로는 의료 과오가 있었는데도 원고가 패소한 것이라면, 의료 사고를 입증할 수 있게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맞다”고 정리했다.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유형웅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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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히려 가능성이 높은 근거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는 유형웅 판사는 “사실 소송구조는 이 문제에 대해서 전혀 해법이 안 된다”며 “소송구조는 내 변호사 보수를 나라가 대신 내주는 거지, 내가 졌을 때 물어줄 돈에 대해서는 전혀 책임지지 않는다”고 설명을 붙였다.

유형웅 판사는 “이건 복지적인 문제일 수 있는데, 패소했을 때 소송 비용 부담이 굉장히 가혹할 수가 있다”며 “그럴 때 예외 규정을 둘 필요가 있고, 예외를 행사할 수 있는 재량의 근거 규정이 있다면, 때에 따라서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유형웅 판사는 “걱정인 것은, 요즘은 법원이 재량을 인정하는 것에 대해, 특히 양형 재량과 관련해서, (대중 여론이) 갈수록 좀 회의적인 것 같다”고 우려하면서도 “그래서 과연 이런 방향으로 입법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차원에서의 특례가 오히려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유형웅 판사는 지난 2011년 9월 K-2 공군기지 주변 주민들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소음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대리한 변호사가 최종 승소 후 배상액의 15%에 지연이자 288억원을 더해 총 365억원을 챙기려고 했다가 주민들의 반환소송에서 패해 지연이자 중 80%를 주민에게 돌려준 사건을 언급했다.

유형웅 판사는 “그런 집단소송도 분명히 공익적인데, 그런 것도 만일 패소했을 때 소송 비용을 면제해야 하느냐”며 “(집단 소송은) 이미 위험을 분산시켜 비즈니스의 영역으로 간 것이기 때문에 소송의 성격을 (공익적이라는 이유로) 획일적으로 다뤄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유형웅 판사는 “당사자의 처지, 형편을 감안해 일반적으로 재량을 줄 수 있을 필요가 있다”면서 “그래서 박주민 의원 안을 예로 든다면, 1호(인권, 국민의 건강과 안전, 환경, 소비자의 이익, 공정한 경쟁 및 이에 준하는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에 관한 사건인 경우)보다는 2호(소송 당사자의 사정, 소송의 성격 및 경위 등을 고려할 때 패소자에게 소송 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이 현저히 부당한 경우)가 더 의미 있을 것 같다”고 정리했다.

한편 이 자리에는 백제병원 비리 고발 공익제보자 김인규 씨, 생명다양성재단 김산하 사무국장, 한국장애인총연맹 권재현 사무차장,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실행위원 최용문 변호사가 증언자로, 좌장으로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 사회로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김태일 팀장이 참석했다.

박호균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 조미연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 최용문 변호사가 발제자로, 유형웅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주보배 진실탐사그룹 셜록 기자가 토론자로 참가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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