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던킨도너츠 운영 4년차 가맹점주 A씨는 “국산 오븐의 경우 80만원대인데, 기능상 차이가 없음에도 본사에서 10배나 비싼 수입 오븐을 구입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던킨도너츠 본사의 값비싼 장비 강요의 불합리를 공개했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22일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가맹본사의 갑질인 ‘프랜차이즈 필수물품 피해사례 발표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필수물품 관련 피해를 입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의 현장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마련됐다.

가맹점주들의 신원 노출을 우려해 사진 모자이크 처리함.
가맹점주들의 신원 노출을 우려해 사진 모자이크 처리함.

행사에는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김진우 공동의장, 정종열 자문위원장, 박승미 정책위원장을 비롯한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임원들과 이차돌ㆍ떡참ㆍ던킨도넛ㆍ투썸플레이스ㆍ할리스커피ㆍ본죽ㆍ버거킹ㆍ반올림피자ㆍ맘스터치 가맹점주 50여명이 참석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했다.

이 자리에서 피해사례를 발표한 던킨도너츠 A가맹점주는 “(4년 전) 오픈할 때 필수물품으로 오븐을 구입했는데, 미국산으로 780만원”이라며 “비슷한 시기에 오픈한 OO점은 세컨오븐(170만원)까지 구매해 1000만원 가까운 비용을 지불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던킨도너츠는 본부로부터 완제품 도넛을 공급받아 판매한다.

던킨도너츠 홈페이지
던킨도너츠 홈페이지

A가맹점주는 “오븐을 사용해 판매하는 제품은 보통 카페에서 핫밀이라고 부르는 베이글 등 냉동 완제품으로, 단순히 데워서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으며, 사용 시간은 최대 2분 정도”라며 “판매 품목은 4~6가지 정도이고, 판매비율은 저희 매장의 경우 하루 5개 미만”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처럼 전기요금이 비쌀 때는, 오븐을 하루 종일 켜 놓을 수가 없어서 꺼 놓고 아예 품목을 취급하지 않는 매장도 많다”고 전했다.

A가맹점주는 “단순히 데우는 용도의 오븐 가격이 너무 고가라 알아봤더니, 비슷한 성능의 국산 오븐이 80만원대이며, 실제 카페에서 사용 중임을 알게 됐다”며 “매출과도 큰 관련이 없고, 기능상으로 국산과 차이가 없는 수입 오븐을 10배까지 비싸게 구입해야 하는 이유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답답해했다.

또한 A가맹점주는 “RTD(Ready to Drink, 병음료 등 완제품) 음료 냉장고는 400만원”이라며 “△△점 같은 경우, 지인이 음료 냉장고를 무상으로 준다고 해 (던킨 본사) 개발팀에 이야기했으나 거절했다”고 말했다.

A가맹점주는 “이 냉장고의 경우 문이 롤스크린으로 돼 있어 내부 온도 유지가 어렵다”며 “그러다 보니 유제품 취급 온도인 10도를 유지하지 못해, 위생 점수에서 감점이 되기도 하고, 아예 유제품을 취급하지 말라는 권고도 받았는데, 결국 유제품을 취급하려면 주방냉장고에 보관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쿨라타 음료 제조기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A가맹점주는 “▲▲점의 경우 오픈 당시 쿨라타 머신을 강요받아 680만원 주고 구매했다”며 “얼마 안 가서, 본부 정책 변경으로 단종돼 본사에서 겨우 20만원 보상 받았다”고 어이없는 사례를 전했다.

이와 함께 A가맹점주는 “던킨은 매달 신제품이 나오고, 그에 따른 포장재 및 도넛 장식 악세서리가 많은데, 이는 필수물품으로 발주시 100개씩 주문해야 한다”며 “신제품은 소비자에게 판매가 저조한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면 남는 것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새제품이라 아까운 마음도 들고 환경오염도 걱정돼 따로 보관하거나, 다른 도넛에 재활용이라도 하려면 담당 본사직원이 못하게 해 결국 버리게 된다”고 전했다.

A가맹점주는 “사실 모든 문제는 비용에 있다”며 “가맹점 입장에서는 본사의 구매파워를 고려했을 때, 시장가 보다 저렴해야 하는데 왜 그렇지 못한지, 최소한 시장가와 비슷하기라도 하면 좋겠는데, 왜 시장가보다 2배~3배 비싸야 하는지 답답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가맹점주들의 신원 노출을 우려해 사진 모자이크 처리함.
가맹점주들의 신원 노출을 우려해 사진 모자이크 처리함.

◆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던킨 고가의 장비 강제품목 규정

한편,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정종열 자문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각 프랜차이즈의 문제점들을 짚었다.

정종열 자문위원장은 “오븐의 경우 동일한 SPC 계열에 제과점으로 일부 빵을 직접 구워서 판매하는 파리바게뜨도 ‘권유품목’으로 설정하고 있는데, 간단히 패스트푸드 제품 몇 개를 데우는 정도밖에 필요성이 없는 던킨도너츠의 경우 ‘필수품목’으로 지정했다”며 “오븐 가격도 파리바게뜨가 사용하는 500만원 정도 제품보다 고가의 제품을 구입강제한다”고 A가맹점주의 사례와 같았다.

정종열 위원장은 “커피머신도 시중에서 구입가능한 품목이고, 파리바게뜨의 경우 권유품목으로 설정된데 반해, 던킨도너츠는 강제품목으로 설정해 구입을 강제한다”고 전했다.

◆ 공정위 “가맹점주들 억울해하는 문제들 해결 위해 노력”

이 자리에 참석한 권순국 공정거래위원회 가맹거래정책과장은 “공정위가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가맹점주들이 억울해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김한규 “공정위가 부당하게 필수물품 선정되지 않도록 가맹본부 감독 중요”

프랜차이즈 필수물품 피해사례 발표 자리를 마련한 김한규 국회의원은 “공정위가 부당하게 필수물품이 선정되지 않도록 가맹본부를 감독하는 게 중요하다”며 공정위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한규 의원은 “필수물품으로 고통받는 가맹점주들을 위해 제가 발의한 필수물품 법안이 하루빨리 통과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2022년 12월 김한규 의원은 가맹본사의 갑질을 막기 위해 ▲필수물품에 대한 정의ㆍ처벌 규정을 신설하고 ▲가맹점주의 계약갱신요구권을 10년으로 제한한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은 ‘필수물품 강매 금지법’을 발의했다.

변호사 출신인 김한규 의원은 “현행 가맹사업법상 필수물품의 범위와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고, 관련 공정위 고시가 불분명해 가맹본사와 가맹점주 간 분쟁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며 “또한 가맹점주의 계약갱신요구권이 10년까지만 보장돼, 가맹본부가 그 이후 일방적으로 갱신 거절을 통보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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