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19일 산민 한승헌 변호사의 1주기에 “한평생 민주주의와 진실의 길을 걸으면서도 유머와 위트를 잊지 않으셨던 변호사님의 부재가 민주주의와 인권이 후퇴하고, 서로 갈등과 대립이 심해지는 오늘날 더 크게 느껴집니다”라는 추모 성명을 발표했다.

민변 추모 성명
민변 추모 성명

<다음은 고(故) 산민 한승헌 변호사 1주기 민변 추모 성명>

다시 돌아온 봄, 변호사님이 무척 그립습니다.

민변의 큰 어른 한승헌 변호사님께서 하늘의 별이 되신 지 어느새 1년이 되었습니다. 작년 봄 갑작스런 부고로 망연자실했던 시간을 지나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변호사님에 대한 그리움은 갈수록 커지기만 합니다. 한평생 민주주의와 진실의 길을 걸으면서도 유머와 위트를 잊지 않으셨던 변호사님의 부재가 민주주의와 인권이 후퇴하고, 서로 갈등과 대립이 심해지는 오늘날 더 크게 느껴집니다.

‘소외받는 사람들에게 가까이 있으라(近在山民)’는 뜻을 가진 ‘산민’(山民)’이라는 이름 그대로 변호사님은 늘 시대의 가장 아픈 곳에 함께 하셨습니다. 시대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 슬퍼했다는 이유로 정권의 폭압에 스스로 피고인이 되어 변호사 자격이 정지되는 시련도 겪으셨지만, 결코 신념을 굽히거나 돌아서지 않으셨습니다. 흔들리지만 늘 제대로 된 방향을 잃지 않는 나침반처럼 평생 하나의 진실을 마련하는 외로운 소명을 다 해오셨습니다.

민변 창립회원으로 변호사님께서는 늘 후배들을 아끼고 사랑해 주셨습니다. 그러면서도 ‘민변 회원이라면 모두 사서 고생하는 사람이 되자’는 서릿발 같은 사자후로 나태해진 스스로를 반성하고 초심을 다잡게 하셨던 엄한 선배님이기도 하셨습니다.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공익소송을 위해 기금을 모으는 후배들을 위해서 ‘시민변론기금’이라는 글씨를 직접 써 보내주시기도 했고, 직접 쓰고 출판하신 40권이 넘는 방대한 시대의 기록과 귀한 법률서적을 선뜻 모임에 기증해 주셨습니다.

“민변의 이름에 빛이 난다면 그 절반은 간판을 쓴 내 덕”이라고 말씀하셨던 것처럼, 누구나 부러워하는 모임의 현판도 변호사님께서 직접 써주신 것입니다. 차분히 돌아보니 모임의 지난 35년 역사 곳곳에 늘 변호사님이 계셨습니다.

한승헌 변호사님께서 써주신 민변이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도록 민변은 초심을 잃지 않고 민주주의를 지키고 소외 받는 사람들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앞으로도 ‘사서 고생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2023. 4. 19.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조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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