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손해보험사들이 인공수정체 다초점렌즈를 삽입한 백내장 수술 환자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 소비자분쟁이 되고 있는 가운데, 법원이 “백내장 수술에서 삽입한 다초점렌츠가 비급여 대상이거나 고가라는 이유만으로 ‘안경, 콘텍트렌즈 등을 대체하기 위한 시력교정술’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결해 주목된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상당히 불리한 판결인 반면, 보험가입자 입장에서는 반가운 판결이다.

백내장 수술 보험금을 받지 못한 가입자들이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백내장 수술 보험금을 받지 못한 가입자들이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백내장 수술을 할 경우 단초점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다초점렌즈 삽입술을 선택해 시력교정을 통한 삶의 질 개선의 효과를 꾀했다”며 다초점렌즈 삽입 환자들 대부분에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 불만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기관에서 백내장 판정을 받으면 의사의 진단으로 혼탁한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수정체 삽입술을 하게 된다. 인공수정체에는 단초점렌즈와 다초점렌즈가 있다. 비용은 병원마다 차이가 있다. 단초점렌즈는 20~30만원 정도인데, 다초점렌즈는 수백만원에서 달해 양안(양쪽 눈)을 할 경우 1000만원에 달하기도 한다.

이에 손해보험사들은 단초점렌즈는 통원치료로 보험금을 지급하는데, 고비용인 다초점렌즈 삽입술을 받은 환자의 경우 보험금 지급조건을 까다롭게 따지며 대부분 입원치료를 인정하지 않고 수십만 원의 통원치료 일당만을 지급한다.

때문에 이번 판결이 주목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화재
메리츠화재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09년 12월 메리츠화재해상보험(주)이 판매하는 질병보장이 포함된 무배당 상품에 가입했다.

A씨는 노년성 핵백내장(양안) 진단을 받고 치료를 위해 안과의원에서 2022년 3월 26일과 31일 두 번에 걸쳐 백내장 초음파 유화술 및 후방인공수정체 삽입술을 받았다. 진료기록에는 각각 6시간 동안 입원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메리츠화재에서 백내장 수술 보험금을 받지 못한 가입자의 시위
메리츠화재에서 백내장 수술 보험금을 받지 못한 가입자의 시위

이에 A씨는 2022년 4월 메리츠화재해상보험에 백내장 수술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는데, 지급이 이루어지지 않자 법원에 미지급 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메리츠화재해상보험 홈페이지
메리츠화재해상보험 홈페이지

법원은 2022년 5월 이행권고결정을 했다. 이에 A씨는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의 예금채권에 관해 채권압류 등을 하면서 법적 분쟁을 겪다가 보험금 870만원을 받고서야 채권압류를 해제했다.

이후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은 A씨를 상대로 지급한 보험금 870만원을 반환하라며 소송을 냈다.

메리츠화재에서 백내장 수술 보험금을 받지 못한 가입자의 시위
메리츠화재에서 백내장 수술 보험금을 받지 못한 가입자의 시위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은 “A씨가 노년성 핵백내장(양안) 진단의 적정성을 입증하지 못했고, 또한 다초점 인공수정체삽입술은 국민건강보험 비급여 대상인 고가의 다초점 렌즈를 삽입하는 것이어서 백내장으로 인한 치료와는 별개로 추가적인 시력개선의 목적을 위한 것이라고 봐야 하므로 보험약관에서 규정하고 있는 보상하지 않는 비용인 ‘안경, 콘텍트렌즈 등을 대체하기 위한 시력교정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메리츠화재는 또 “A씨가 안과의원에 6시간 이상 체류했더라도 처치나 수술 후 연속해 6시간 이상 의료진에 의해 관찰할 필요성 등이 인정되지 않거나 A씨의 증상, 진단 및 치료내용과 경위 등을 종합해 봤을 때 치료의 실질이 입원치료에 해당하지 않아 종합입원의료비 특별약관에서 보장하는 ‘입원’에 해당하지 않아 보험금 지급책임이 인정되지 않음에도, A씨가 이행권고결정에 기해 보험사의 예금계좌를 압류해 부득이 보험금을 지급했으므로, 법률상 원인 없이 지급된 보험금을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메리츠화재해상보험사의 주장을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
법원

수원지방법원 용인시법원 민사단독 이승영 판사는 1월 11일 메리츠화재해상보험사가 백내장 수술을 받은 A씨를 상대로 지급한 보험금 870만원을 돌려달라며 낸 청구이의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이승영 판사는 먼저 “이 사건은 피고가 원고로부터 지급받은 보험금이 법률상 원인이 없는 것이라는 부당이득 반환 청구이므로 보험금의 지급책임이 없다는 사실을 원고가 입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내장 수술 보험금을 받지 못한 가입자들이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백내장 수술 보험금을 받지 못한 가입자들이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이승영 판사는 특히 “피고가 노년성 핵백내장(양안) 진단을 받고 치료를 위해 백내장 초음파 유화술 및 후방인공수정체 삽입술을 받았음이 인정되는데, 위 진단이 잘못된 것이라거나 위 삽입술이 백내장의 치료에 필요하지 않은 진료라고 인정할 증거가 없고, 그 과정에서 삽입한 다초점렌즈가 비급여 대상이거나 고가라는 이유만으로 ‘안경, 콘텍트렌즈 등을 대체하기 위한 시력교정술’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승영 판사는 또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가 2022년 3월 26일에는 09:00~15:00, 3월 31일에는 11:30~17:30 각각 6시간 동안 수술을 받은 당일 안과의원에 체류했음이 인정되는 반면, 수술 후 연속해 6시간 이상 의료진에 의해 관찰할 필요성 등이 인정되지 않거나 치료의 실질이 입원치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며 메리츠화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승영 판사는 그러면서 “A씨가 지급받은 보험금이 부당이득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패소한 메리츠화재해상보험사에서 항소하지 않아 1월 31일 판결이 확정됐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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