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법원이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안병희 변호사가 대한변호사협회 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결정문 등에 따르면 제52대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안병희 변호사는 지난 12월 5일 대한변협 선거관리위원회에 1차 선거인쇄물 시안을 발송했다.

생변 안병희 공동대표(법무법인 한중 대표변호사)<br>
대한변협회장 후보 안병희 변호사

안병희 후보의 선거공보물에는 “특정단체 출신 변호사들이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 주요 직책을 교차로 맡아 회무를 독점하고 플랫폼, 유사직역 관련 소송 사건을 셀프 수임했고, 임원 수당을 대폭 셀프 인상했다. 협회가 더 이상 돈벌이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또한 ‘제51대 대한변협 집행부 셀프수임 현황’과 ‘제96대 서울지방변호사회 집행부 셀프인상 현황’이라며 적시했다.

변협 선거관리위원회는 12월 8일 안병희 후보의 인쇄물이 변호사단체의 명예와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금지한 ‘협회장 및 대의원 선거 규칙’을 위반했다며 시안 중 일부 문구의 수정 및 삭제를 요구했다.

안병희 후보는 수정안을 제출했다. 그런데 변협 선관위는 12월 9일 안병희 후보가 1차 선거인쇄물 시안으로 제출한 총 12면 중 2면 전체의 삭제 등을 요구하면서 ‘2022. 12. 12. 오전 9시까지 선거관리위원회의 요구가 반영된 수정된 선거인쇄물 시안이 제출되지 않을 경우 채권자의 1차 선거인쇄물은 발송하지 않을 예정이다’라는 취지의 통보를 했다.

결국 안병희 후보의 1차 선거인쇄물은 애초 작성한 시안 총 12면 중 2면(3면과 4면)을 공란으로 제작됐다.

이에 안병희 대한변협회장 후보는 12월 12일 “제52대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인쇄물 사전검열과 업무방해를 강력하게 규탄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며, 서울중앙지법에 ‘선거운동방해금지 등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안병희 후보는 “변협 선관위의 행태는 선거에 개입하는 행위이며, 명백히 선거운동을 방해하는 행위다. 공정해야 할 변협 선관위가 노골적으로 현 집행부의 편을 드는 비정상의 상황”이라며 “변협 선관위의 선거인쇄물 사전검열과 선거운동 방해를 더는 묵과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서울중앙지법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1민사부(재판장 전보성 부장판사)는 20일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안병희 변호사가 대한변호사협회를 상대로 낸 ‘선거운동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채무자(대한변호사협회)는 12월 23일 예정된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 제2차 선거인쇄물 발송시 채권자(안병희)가 제출한 인쇄물을 함께 발송해야 한다”며 안병희 변호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어떠한 단체의 선거와 관련, 선거운동의 자유는 자유롭고 공개적인 정치적 의사형성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므로 그 자유는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며 “선거운동의 주체, 시기, 방법 등을 제한하는 것이 불가피한 면이 있으나, 이러한 규제는 그것이 지나칠 경우 선거운동의 자유에 대한 침해의 위험성이 있으므로 공정하고 자유로운 선거에 필요한 최소한도의 규제로 그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변협은 시안 내용이 ‘대외적으로 변호사 및 변호사단체의 명예와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위’라는 이유로 선거인쇄물의 발송을 거부했다”며 “그런데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현재 집행부가 시행하는 제도를 비판하고 이를 개혁하겠다는 내용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것은, 선거의 본질상 빈번하게 발생하는 일이고, 그러한 비판을 백안시할 것이 아니라 신의칙과 사회 통념에 비추어 상당성이 인정된다면, 허용 가능한 선거운동의 범위 안에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변협회장 선거 과정에서 제작된 인쇄물 시안 내용은, 현 집행부가 유사직역과 관련한 소송사건들을 다수 수임하고 대한변호사협회 소속 서울변호사회 집행부의 추가실비 한도를 대폭적으로 인상했다며 구체적인 내역을 밝히는 것”이라며 “시안 내용이 변협 임원들의 명예 또는 서울변호사회에 관한 것이기는 하지만, 변협의 성격 및 회원 구성에 비추어 볼 때 회원들에게 공통된 관심사이거나 공적 이해관계에 속한 사항이어서 후보자로서 충분히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영역에 속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인쇄물 시안 내용은 신의칙과 사회 통념상 허용 가능한 범위 내의 비판으로서 이를 두고 대외적으로 변호사 및 변호사단체의 명예와 품위를 손상시킬 우려가 있는 표현이라거나 위법한 표현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채무자(변협)는 채권자(안병희)가 제출한 1차 선거인쇄물 시안을 검토한 후 일부 표현의 수정 내지 삭제 등을 요구하다가 최종적으로는 채권자가 제출한 총 12면의 1차 선거인쇄물 시안 중 2면 전체의 삭제를 요청하면서 이에 응하지 아니할 경우 선거인쇄물 발송이 불가하다고 통보했다”며 “결국 채권자는 당초 제작했던 1차 인쇄물 시안 총 12면 중에서 2면 전체를 삭제한 1차 선거인쇄물을 제작했다. 이는 채권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선거운동의 자유 및 회원들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선거관리위원회에게 부여된 선거관리권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 대한변호사협회 선거관리위원회가 후보자에게 선거인쇄물 시안의 수정ㆍ삭제를 요구할 권한이 있는지?

재판부는 “선거인쇄물은 후보자의 학력, 경력, 소신 등을 기재해 제작된 것으로, 대한변호사협회 회원 전원에게 발송된다. ‘선거인쇄물’의 배포는 유권자인 회원들에게 후보자 자신의 정책과 정견, 정치적 신념, 도덕성 등을 드러내어 그들로 하여금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을 가늠하게 하는 가장 효율적이고 핵심적인 선거운동의 방법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특히 선거인쇄물을 발송하는 형태의 선거운동은 후보자가 사적으로 행하는 것이 금지돼 (대한변협) 선거관리위원회가 독점하고 있고, 이는 선거에서 채권자(안병희)에게 허용된 선거운동 방법 중 가장 중요한 선거방법으로 보이며 선거결과에 미치는 영향력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인쇄물이 선거에서 갖는 파급력 등에 비추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명백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대한변협)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인쇄물 시안을 심사해 후보자에게 문제가 되는 표현의 수정이나 삭제를 요청하는 것도 선거관리권의 내용으로 볼 여지는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런데 선거운동과 관련한 대한변호사협회의 내부규정상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인쇄물의 수정, 보완을 요구할 수 있다는 명시적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단지 후보자가 선거사무소를 개설할 경우 그 내용이 선거규칙 제12조의 금지사항에 해당하는 등의 사유가 있는 경우라야, 선거관리위원회가 그 수정과 보완을 명할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처럼 선거인쇄물이 선거에 미치는 중요성과 영향력, (대한변협)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인쇄물의 표현 내용에 대해 수정, 보완을 요구할 수 있는 명시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라면, 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인쇄물의 내용에 관한 개입은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 내에 그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런데 (대한변협) 선거관리위원회가 대외적으로 변호사 및 변호사단체의 명예와 품위를 손상시킬 우려가 있는 표현이라는 추상적인 금지사항 위반 사유를 들어, 그리고 위반 여부가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채권자(안병희)에게 1차 선거인쇄물 총 12면 중 2면 전체를 삭제하도록 한 것은 선거관리위원회가 할 수 있는 심사의 한계를 벗어난 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채권자(안병희)의 1차 선거인쇄물은 당초 채권자가 제출한 총 12면 중 2면이 삭제된 상태로 제작되었으므로, 향후 1차 선거인쇄물을 이용한 별도의 선거운동에 있어서도 삭제된 면에 기재된 것을 내용으로 한 글이나 동영상의 게시 및 그러한 내용을 포함한 전자우편, 문자메시지도 전송도 할 수 없는 부당한 제약까지 받게 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 [안병희 변협회장 후보 선거공보물 관련 서울중앙지방법원 가처분 결정에 대한 서울지방변호사회 입장]

이번 법원 결정에 대해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정욱)는 21일 본지에 입장을 전달해 왔다.

서울변호사회는 “법원 판단을 존중하지만, 해당 공보물에 담긴 허위사실을 고려하지 않고 선관위의 권한범위에만 매몰되어 기술적인 판단에 그친 것 같아 아쉽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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