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아파트 단지 내에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된 운전면허 취소 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제주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21년 10월 오후 9시 30분경 서귀포시에 있는 아파트 단지 내에서 약 20m 정도 혈중알코올농도 0.095%의 술에 마신 상태에서 차량을 운전하다가 단속 경찰관에게 적발됐다.

제주도경찰청장은 A씨에게 음주운전을 이유로 운전면허를 취소하는 처분을 했다. 이에 A씨가 운전면허취소처분에 불복해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그러자 A씨는 “아파트 단지 내 도로 출입구에 차단기가 설치돼 있고 그 옆에 경비실이 있으며, 기본적으로 아파트 주민 차량으로 등록된 차량만 통행할 수 있고, 차단기에도 등록차량, 방문차량이라고 표시돼 있다”며 “따라서 이 사건 도로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 또는 차량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도록 공개된 장소가 아니고, 아파트 주민 등이 사용할 수 있고 자주적으로 관리되는 장소이므로, 도로교통법상 ‘도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A씨는 “그렇다면 원고의 운전행위는 도로교통법 제93조 제1항 제1호에서 규정한 ‘운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운전면허취소 처분은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않아 위법하다”며 소송을 냈다.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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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김정숙 부장판사)는 11월 22일 A씨가 제주도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자동차운전면허취소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A씨의 청구를 기각하며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음주운전 당시에는 외부차량이 별다른 통제 없이 아파트 단지 내로 진입해 도로를 통행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도로는 현실적으로 불특정의 사람이나 차량의 통행을 위해 공개된 장소로서 교통질서 유지 등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 교통경찰권이 미치는 공공성이 있는 곳이라 할 것이므로, 도로교통법상 도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 아파트 정문에는 차량 차단기가 설치돼 있고, 그 옆에 경비실이 있기는 하나, 경비실 직원 및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은 2022년 1월 담당 경찰관에게 “현재까지 외부차량 통제를 하지 않고 있어 외부차량의 출입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재판부는 “도로교통법 제93조에 따른 운전면허 취소사유인 음주운전은 도로교통법 제2조 제1호의 ‘도로’에서 운전한 경우로 한정되고, 도로 외의 곳에서 운전한 경우는 해당하지 않으나, 이 아파트 단지 내 도로는 외부도로와 직접 연결돼 아파트 단지 내를 관통하는 도로인 점, 외부차량이 별다른 통제 없이 이 아파트 단지 내로 진입해 통행할 수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도로교통법상 도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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