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이성호)는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병역법 제88조 제1항, 예비군법 제15조 제9항 위반 사건과 관련, “양심적 병역거부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므로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지난 7월 31일 제출했다”고 8일 밝혔다.

대법원은 오는 8월 30일 양심적 병역거부자 등 형사처벌 사건에 관한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을 앞두고, 병역법과 예비군법 해당 조항의 정당한 사유가 양심이나 종교에 따른 병역거부를 포함하는지 여부에 대한 의견을 인권위에 요청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6월 28일 병역기피자 형사처벌을 내용으로 하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으나, 제5조 제1항은 대체복무를 규정하고 있지 않아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양심의 자유 침해라고 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해당 조항 개정 전까지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 등 위반 혐의로 기소 재판 중인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개별 법원의 판단에 따라 유죄 인정 여부가 달라지게 됐다.

따라서 인권위는 이 사건들의 쟁점과 이번 대법원의 판단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인권 보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출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양심적 예비군훈련 거부자에게 대체복무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고 각 병역법 제88조 제1항, 예비군법 제15조 제9항에 따라 형사 처벌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므로, 양심적 병역거부와 양심적 예비군훈련 거부가 위 각 규정의 ‘정당한 사유’에 포함된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 줄 것을 요청한다”

인권위는 “최근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과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며 “2016년 10월 최초의 항소심 무죄 판결이 선고된 후 1심 무죄 판결 선고가 급증했고, 지난 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72건의 1심 무죄 판결이 선고됐다”고 밝혔다.

또 “현재 20대 국회에는 대체복무제도 도입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 세 건 발의되는 등 형사처벌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국방의 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대체복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유엔 인권위원회(현재 인권이사회)는 지난 1987년 양심적 병역거부 행위가 ‘세계인권선언’,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 의해 보호되는 것임을 최초로 확인했으며, 1989년에는 이를 ‘권리’라고 명명하는 등 그 견해를 점차 확장ㆍ발전시켜 왔다.

특히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2006년 한국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제기한 개인통보사건을 인용, 양심적 병역거부자 처벌은 ‘자유권규약’ 제18조 위반이라며 한국 정부에 이들의 석방과 구제조치를 요구했다.

인권위는 지난 2005년 12월 대체복무제 도입을 권고한 이후 여러 차례 대체복무제 도입을 권고해왔고, 2016년 11월에는 헌법재판소에 양심적 병역거부권 인정에 관한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

한편, 인권위는 현재 대체복무제도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으며, 추후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와 국회에 정책적 대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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