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삼성화재보험사가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1년 4개월 뒤에 암 판정을 받은 가입자에게 ‘알릴 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면서 보험계약 해지를 통보했으나, 법원은 보험계약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삼성화재는 가입자가 보험계약 체결 당시 암이 의심되고 이로 인해 추가검사가 필요하는 의사의 소견을 알리지 않은 것은 보험설계사와 삼성화재를 기망해 보험계약을 체결한 것이므로 사기에 의한 보험계약의 취소를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삼성화재에 대해 가입자에게 암 진단 보험금 3000만원과 이를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삼성화재보험사는 이번 판결에 불복해 항소해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보험사와 가입자 간의 보험금 지급에 관한 분쟁이 빈번하고, 특히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을 두고 논란이 많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최대 보험사와 가입자 간의 소송이어서 자세히 보도한다.

울산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A씨(50대 여성)는 2018년 12월 보험설계사 B씨를 통해 삼성화재보험사와 ‘건강보험 무병장수’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A씨는 2020년 3월 대학병원에 입원해 폐쐐기 절제술을 받았는데, 다음날 폐암 진단을 받았다.

이에 A씨는 폐암 진단을 이유로 삼성화재에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다. 그런데 삼성화재는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면서 보험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이 담긴 서면을 발송했다.

삼성화재는 “A씨는 2018년 11월 16일 흉부 CT검사 후 의사로부터 2개월 후에 폐기능검사 등 CT검사를 추가로 시행하자는 소견을 들었음에도, 보험계약 체결 당시 삼성화재에 알리지 않았는바, 이는 고지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삼성화재는 “위 사실은 계약 체결 당시 청약서의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을 통해 질의했던 내용으로, 당시 알았다면 체결 여부나 조건을 달리했을 중요한 사항에 해당한다”며 “A씨는 고의로 중요한 사항을 고지하지 않았으므로, 삼성화재는 상법 제651조에 따라 보험계약을 해지했으므로,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A씨는 “보험계약 체결 당시 보험설계사를 통해 삼성화재에 고혈압, 호흡곤란 등 흉통, 방광염 등 병원에서 치료받은 사실을 모두 고지했으며, 진료기록 등 서류를 발급받아 삼성화재에 제출했으므로, ‘계약 전 알릴의무’를 위반한 바 없다”고 맞섰다.

A씨는 “따라서 삼성화재는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고, 보험계약은 유효하므로, 삼성화재는 보험금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며 소송을 냈다.

법원
법원

울산지법 제11민사부(재판장 정재우 부장판사)는 지난 6월 A씨가 삼성화재보험사를 상대로 제기한 ‘보험에 관한 소송’에서 “A씨와 삼성화재 사이에 체결된 보험계약은 유효하게 존재함을 확인한다”며 “삼성화재는 A씨에게 3000만 원의 보험금과 다 갚는 날까지 12%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먼저 A씨는 보험계약 체결 당시 삼성화재에 자신의 암 가능성에 대한 평가 등 추적관찰을 위해 CT 등 ‘추가검사(재검사) 필요소견’을 불고지 또는 부실고지 한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가 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2개월 뒤 추가검사를 한다는 것이 보험계약에 있어 고지를 요하는 중요한 사항에 해당한다는 점 및 이를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을 통해 삼성화재에 고재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했다거나, 중대한 과실로 인식하지 못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결국 삼성화재는 A씨의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삼성화재 보험설계사(B)가 A씨에게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 및 위반의 효과에 관해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봤다

보험설계사가 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런 내용에 대해서 A씨에게 고지할 의무가 있다고 하면서 설명한 사실이 있는가요’라는 질문에 ‘서류를 넣었기 때문에 저는 안 물어본 것 같습니다’라는 등의 답변을 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계약 전 알릴의무 사항에 포함된 질문사항을 보면 내용이 복잡해 곧바로 답변하기 어렵거나 기억을 되살려 봐야만 알 수 있는 것이므로, 원고로서는 보험설계사로부터 불충분한 설명을 들은 것만으로는 질문사항의 요지와 답변이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삼성화재에 알려야 할 사항이 무엇인지 등을 판단하기 곤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A씨가 2020년 3월 폐암 최종 진단을 받기 전까지는 암이 아닐 가능성 역시 충분히 존재했고, 담당의사 역시 폐암인지 여부에 대해 판단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삼성화재는 “A씨가 2020년 3월 담당의사로부터 CT상 폐암 가능성 및 그에 대한 확인을 위해 추적관찰이 필요하다는 설명을 들었기 때문에, 이 보험계약 체결 당시 이미 보험사고인 폐암이 발생한 것이고, 이런 내용을 A씨가 알았으므로 보험계약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2020년 3월 최종 진단을 받기 전까지는 암이거나 일시적 염증일 가능성이 병존했다”며 “이 보험계약 체결 당시 보험사고가 이미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없어, 삼성화재의 주장은 이유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삼성화재는 “A씨가 보험계약 체결 당시 폐암이 의심되고 이로 인해 추가검사 내지 재검사가 필요하다는 의사의 소견을 알면서도 이를 보험설계사(B) 및 삼성화재에 알리지 않았는바, 이는 보험설계사 및 삼성화재를 기망해 보험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사기에 의한 보험계약의 취소”를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보험계약 체결 당시 작성된 청약서의 계약 전 알릴의무 사항에 대한 답변으로 ‘아니오’란에 A씨가 체크한 것이 아니고, 보험설계사가 A씨로부터 대략적인 설명을 듣고 체크한 점, 설계사는 당시 A씨에게 보험사에 알리지 않을 경우 보험계약이 해지되는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을 충실하게 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A씨가 삼성화재를 기망해 보험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며 삼성화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따라서 이 보험계약은 삼성화재가 주장하는 해지사유가 없으므로 해지통보는 무효이고, 이 보험계약은 무효 또는 취소 사유 역시 존재하지 않는바, 보험계약은 유효하게 존재한다”며 “삼성화재는 보험계약에 따라 암 진단비 2000만원, 10대 주요암 진단비 1000만원을 합해 3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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