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국회는 ‘양심적 병역거부’(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를 이유로 유죄판결을 받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을 구제하기 위한 법률을 제정할 입법의무가 없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6일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 국회를 상대로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견해에 따른 구제조치 이행법률을 제정하지 않아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며 낸 헌법소원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각하 결정했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견해에 따른 전과기록 말소 및 충분한 보상 등 구제조치를 이행하는 법률을 제정할 입법의무가 대한민국 국회에게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어 그런 법률을 제정하지 않은 입법부작위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는 것이다.

청구인들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로서 현역입영통지서 또는 공익근무요원소집통지서 등을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거나 소집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병역법 위반죄로 기소돼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다.

그 후 청구인들은 자유권규약위원회(Human Rights Committee)에 대한민국을 상대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자유권규약) 제18조 등 위반을 이유로 개인통보를 제기했고, 자유권규약위원회로부터 대한민국이 자유권규약 제18조 제1항을 위반했으며 대한민국은 청구인들에게 전과기록을 말소하고 충분한 보상을 하는 등의 효과적인 구제조치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는 견해(Views)를 받았다.

이에 청구인들은 ‘대한민국 국회가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견해(Views)에 따른 구제조치 이행법률을 제정하지 않은 입법부작위’로 인해 청구인들의 기본권이 침해된다고 주장하면서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 사건 심판대상은, ‘자유권규약위원회가 청구인들의 개인통보에 대해 2006년 11월 3일, 2011년 3월 24일 및 2012년 10월 25일에 각각 채택한 견해(Views)에 따른, 전과기록 말소 및 충분한 보상을 포함한 청구인들에 대한 효과적인 구제조치를 이행하는 법률을 피청구인이 제정하지 않은 입법부작위’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다.

헌재는 “우리나라는 자유권규약을 비준함과 동시에,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개인통보 접수ㆍ심리 권한을 인정하는 내용의 선택의정서에 가입했으므로, 대한민국 국민이 제기한 개인통보에 대한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견해(Views)를 존중하고, 그 이행을 위해 가능한 범위에서 충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도 “다만, 개인통보에 대한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견해(Views)에 사법적인 판결이나 결정과 같은 법적 구속력이 인정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견해가 규약 당사국의 국내법 질서와 충돌할 수 있고, 그 이행을 위해 각 당사국의 사회적, 정치적 상황 등이 고려될 필요가 있으므로, 우리 입법자가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견해(Views)의 구체적인 내용에 구속돼 그 모든 내용을 그대로 따라야만 하는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헌재는 “기존에 유죄판결을 받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전과기록 말소 등의 구제조치를 할 것인지에 대하여는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입법재량이 부여돼 있다고 봐야 한다”며 “따라서 우리나라가 자유권규약의 당사국으로서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견해를 존중하고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피청구인에게 이 사건 견해에 언급된 구제조치를 그대로 이행하는 법률을 제정할 구체적인 입법의무가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입법부작위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지난 6월 28일 선고한 2011헌바379등 사건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라는 취지로 병역법 제5조 제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

이 사건 청구인들이 다투는 입법부작위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를 입법하지 않은 입법부작위가 아니라, 양심적 병역거부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에 대한 전과기록 말소 및 충분한 배상 등의 구제조치(자유권규약위원회의 이 사건 견해에 따른 구제조치)를 이행하는 법률을 제정하지 않은 입법부작위로서, 위 병역법 사건과는 쟁점이 상당 부분 다르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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