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성인 남성이 15세 아동과의 성관계 행위는, 비록 피해자의 동의가 있었고 피해자가 성관계 후 고통을 호소하지 않았더라도, 아동복지법의 ‘성적 학대행위’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구고등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A씨(20대 초반)는 2021년 9월 트위터를 통해 알게 된 B(15, 여)양과 모텔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중 B양이 2006년생임을 알게 됐다.

가출한 B양은 모텔에 머물면서 SNS를 통해 성관계 상대방을 모텔로 오게 했다. 이날 A씨가 객실에서 대화를 나누다가 성관계를 하지 않고 귀가하려 했는데, B양이 “자고 가라”고 하자, 둘은 성관계를 가졌다.

당시 성관계를 시도하던 A씨는 성관계를 중단하고 B양에게 ‘미안하다’며 사과했고, B양은 ‘괜찮다’고 했다고 한다.

검찰은 A씨에 대해 “피해자를 간음함과 동시에 아동인 피해자에 대해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행위를 했다”며 재판에 넘겼다.

1심인 대구지방법원은 지난 1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에 대한 음행강요ㆍ매개ㆍ성희롱 등), 미성년자의제강간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혐의 일부만 유죄를 인정해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간음함으로써 아동인 피해자에 대해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행위를 한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이에 검사는 아동복지법위반에 관해 “피해자가 가출한 15세 아동으로 범행 당시 술에 취해 구토까지 했음에도 간음까지 했던 점에 비추어 피고인의 행위는 성적 학대행위에 해당함에도, 원심은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했으므로, 원심판결에는 성적 학대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며 항소했다.

A씨는 “1심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대구지방법원
대구지방법원, 대구고법

항소심인 대구고법 제1형사부는 지난 5월 26일 원심(1심) 판결을 파기하고, A씨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또 A씨에게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을 명했다. 그리고 아동ㆍ청소년 관련기관 등과 장애인 관련 기관에 각 3년간 취업제한을 명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피고인과 성관계 후 별다른 육체적ㆍ정신적 고통을 호소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해 성적 학대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며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B양은 당시 가출해 모텔에서 있었는데, B양의 어머니는 실종신고를 하고 찾으러 다니고 있었다고 한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당시 15세의 어린 나이로서 성적 가치관과 판단능력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아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거나 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상당히 부족했다”며 “피해자는 피고인의 권유로 술을 마시게 되었는데, 이후 술에 취해 구토까지 했으며, 당시 상황을 잘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취한 상태에서 피고인과 성관계를 했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15세의 나이에 술에 취해 판단능력이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피고인과의 성관계에 동의했으므로, 이러한 피해자의 동의가 자발적이고 진지한 동의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양형과 관련 재판부는 “미성년자는 정신적ㆍ육체적으로 미성숙하고 성에 대한 인식과 가치관이 아직 정립되지 않아 사회의 보호가 필요하다”며 “따라서 피고인의 간음행위에 관해 피해자의 동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에 관한 피고인의 죄책은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한편, 피고인은 범행을 인정하고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피고인은 범행 후 피해자 어머니에게 피해자를 인도하고 수사기관에 자수했으며, 피고인은 원심에서 피해자 어머니와 원만히 합의한 점, 피고인은 아무런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피고인은 범행 당시 만 21세의 비교적 어린 나이였으며, 피해자에 대한 범행은 두 시간 반 동안 저질러진 것으로 지속시간이 길지 않은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라며 “양형조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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