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예비군대원 본인이 없을 때 예비군 훈련소집 통지서를 수령한 가족이 정당한 사유 없이 전달하지 않으면 처벌하는 예비군법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A씨는 예비군 B씨의 아내다. A씨는 두 차례에 걸쳐 남편이 없을 때 ‘예비군 훈련소집 통지서’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남편에게 전달하지 않았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사건을 담당한 울산지방법원은 2019년 4월 직권으로 A씨에게 적용된 예비군법 제15조 제10항 전문이 책임과 형벌의 비례성원칙 등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예비군법 제15조(벌칙) 제10항은 “제6조의2 제2항에 따라 소집통지서를 전달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전달하지 않거나, 지연 또는 파기하였을 때에는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예비군법 제6조2(소집통지서의 전달 등) 제2항은 “예비군대원 본인이 없을 때에는 같은 세대 내의 세대주나 가족 중 성년자 등에게 소집통지서를 전달해야 하고, 세대주 등은 이를 지체 없이 본인에게 전달해야 한다. 이 경우 소집통지서는 세대주 등에게 전달된 때에 예비군대원 본인에게 전달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한다.

헌법재판소(헌재)

헌법재판소는 지난 5월 26일 재판관 6대 3의 의견으로 이 사건 예비군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위헌 결정을 선고했다.

예비군법 제15조 제10항 전문 중 ‘제6조의2 제2항에 따라 소집통지서를 전달할 의무가 있는 사람 가운데 예비군대원 본인과 같은 세대 내의 가족 중 성년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전달하지 아니하였을 때’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헌재는 먼저 “국가의 존립과 국민의 안전을 위해 예비군 조직을 편성하고 예비군훈련을 실시하고 동원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국가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대한민국 정부가 수행해야 하는 공적 업무”라고 짚었다.

헌재는 “예비군훈련을 위한 소집통지서 전달 업무는 정부가 수행해야 하는 공적 사무로서, 정부는 직접 전달방식 외에도 우편법령에 따른 송달이나 전자문서의 방식을 사용해 예비군대원 본인에게 소집통지서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판대상조항은 예비군대원 본인이 부재중이기만 하면 세대를 같이한다는 이유만으로 가족 중 성년자에게 소집통지서를 전달할 의무를 위반하면 형사처벌까지 하고 있는데, 이러한 태도는 예비군훈련을 위한 소집통지서의 전달이라는 정부의 공적 의무와 책임을 단지 행정사무의 편의를 위해 개인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은 국가안보의 변화, 사회문화의 변화, 국방의무에 관한 인식의 변화 등과 같은 현실의 변화를 외면한 채 여전히 예비군대원 본인과 세대를 같이 하는 가족 중 성년자에 대해 단지 소집통지서를 본인에게 전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하고 있는데, 그 필요성과 타당성에 깊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헌재는 “예비군대원 본인과 세대를 같이 하는 가족 중 성년자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집통지서를 본인에게 전달함으로써 훈련불참으로 인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쓸 것임이 충분히 예상되고, 설령 그들이 소집통지서를 전달하지 않아여 행정절차적 협력의무를 위반한다고 해도 과태료 등의 행정적 제재를 부과하는 것만으로도 목적 달성이 충분히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심판대상조항은 훨씬 더 중한 형사처벌을 하고 있어 책임에 비해 처벌이 지나치게 과도해 비례원칙에도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돼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 이선애, 이은애, 이영진 재판관 반대 합헌의견

이들 재판관들은 “심판대상조항은 예비군대원 본인의 부재 시 같은 세대 내의 가족 중 성년자에게 소집통지서를 예비군대원 본인에게 전달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위반하면 형사처벌까지 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예비군대원의 부재 시에도 소집통지서의 전달을 확실하게 보장해 예비군대원이 훈련에 참여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하고, 이를 통해 원활하게 예비군훈련이 진행되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정당성과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이들 재판관들은 “예비군대원 본인이 자리를 비워 정부에 의한 소집통지서의 전달이 어려운 경우, 정부를 대신해 그와 세대를 같이 하는 가족 중 성년자에게 소집통지서의 본인 전달 의무를 부여함으로써 소집통지서 전달의 효력을 확보하고 본인이 훈련에 참가하도록 하는 유도하는 것은 국가의 안보 및 국방의 의무 측면에서 매우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전자우편 등을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할 수 없는 예비군대원이 있으므로 예비군훈련 이행의 전제가 되는 소집통지서 전달의 정확성과 확실성을 담보하기 위해 예비군대원 본인에게 직접 소집통지서를 전달해야 하는 경우가 있고, 그 과정에서 예비군대원이 부재중인 경우 같은 세대 내의 가족 중 성년자로 하여금 대신 소집통지서를 본인에게 전달하도록 하는 의무를 부여할 필요성 역시 충분히 인정된다”고 말했다.

이들 재판관들은 “가족 중 성년자가 소집통지서를 받고도 이를 본인에게 전달하지 않으면 그 결과 예비군훈련의 정상적 실시를 저해해 예비군전력 유지를 통한 국가 안전보장이라는 중대한 공익의 침해를 가져올 수 있다”며 “따라서 과태료 등의 행정질서벌이 아닌 행정형벌을 부과한 입법자의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관들은 “아울러 예비군대원 본인과 주거 및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 중 성년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전달하지 않은 행위는 사실상 예비군대원 본인이 훈련에 불응하는데 조력이나 방조를 한 것으로도 볼 수 있어 비난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판관들은 “나아가 심판대상조항은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면 처벌받지 않을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고, 법정형도 비교적 경미하고, 법관이 법률상 감경이나 작량감경을 하지 않아도 집행유예나 선고유예가 가능해 죄질이 경미하고 비난가능성이 적은 경우 법관이 양형단계에서 피고인의 책임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할 수 있다”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합헌 의견을 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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