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는 2일 “검찰 선진화의 이름으로 방향이 잘못된 검찰청법 개정안의 성급한 국회 본회의 통과와 형사소송법 개정안 본회의 상정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종엽 대한변협회장<br>
이종엽 대한변협회장

검사가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에서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4개 범죄를 제외하고, 수사를 개시한 검사는 해당 사건에 대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하는 검찰청법 개정안(대안)이 지난 4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또 직접 피해자가 아닌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제한하는 것과 이의 신청, 시정조치 미이행, 불법구금 의심 등으로 검찰에 송치된 사건에 대해서는 ‘동일성을 해하지 않는’ 보완 수사만 허용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 관련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본회의에 상정됐다.

대한변협은 “법안이 제안된 경위나 입법 절차에 관해 제기된 많은 문제점은 차치하더라도, 법안의 핵심 내용에 일반 민생 범죄사건에 대한 수사역량 보완을 위한 규정들은 보이지 않고, 대형 권력형 부패사건에 대한 국가의 수사역량을 크게 약화시켜, 힘 있는 정치인과 공직자에게 면죄부를 쥐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변협은 “검찰청법 개정안에서 삭제한 공직자ㆍ선거ㆍ방위사업ㆍ대형참사 등 4개 범죄군(群)은 대부분 고도로 집적된 수사역량과 법리적 전문성을 갖추어야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위 법안들은 적절한 대안 마련도 없이 반세기 이상 축적돼온 검찰의 수사역량을 우선적으로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변협은 “비록 경제범죄와 부패범죄에 대해서는 한시적으로나마 검찰의 수사 개시권을 인정했다고는 하나, 이 또한 대부분의 대형 경제범죄 사건과 권력형 부패사건에서 보듯이 따로 분절돼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일련의 사실관계에 있어 서로 연결선상에서 발생하는 범죄들로 계속 연계 수사를 해야 할 현실적이고 공익적인 필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 개정안과 같은 수사범위 제한 규정을 들어 ‘수사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반발할 경우 수사는 중단되고, 힘 있는 자들에 의한 거악은 암장되고 말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권력유착을 통한 반칙과 부패의 횡행으로 이어져 결국 폐해는 국민 전체에게 귀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협은 “또한 공직자범죄와 선거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 제한은 부패한 공직자와 힘 있는 정치인들에게 면죄부를 쥐어 주는 망국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위 법안이 일정대로 공포돼 발효될 경우, 6개월의 짧은 공소시효 내에 정밀하게 진상을 조사하고 범죄 혐의를 밝혀 기소해야 하는 선거범죄의 상당수가 묻히고, 앞으로 선거는 각종 비리로 혼탁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변협은 “수사 검사의 공소 참여를 금지하는 조항은 정작 해당 사건을 가장 깊이 있게 분석하고 진단한 장본인을 공판에서 배제함으로써 실체적 진실발견을 저해하고, 재판부의 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크다”며 “수사 검사의 예단이 개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기소 대배심제와 같은 시민 참여 장치를 적극 도입해 보완하는 것이 합리적인 대안인데, 그럼에도 국회는 법률가 단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변협은 “부패범죄 및 경제범죄에 대한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부의 직제 및 해당 부에 근무하고 있는 소속 검사와 공무원, 파견 내역 등의 현황을 분기별로 국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조항도 국회의 과도한 수사 개입과 부당한 영향력 행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문제가 많다”고 봤다.

변협은 “본회의에 상정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피해자와 고소인이 아닌 고발인의 경우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해 검찰에 이의를 신청할 수 없도록 못 박았는데, 이는 공익신고자 등 내부 고발자와 공익 소송을 진행하려는 시민단체와 일반 국민의 이의 제기 권한을 정당한 이유 없이 위축ㆍ제약시킬 염려가 있다”고 밝혔다.

변협은 “이의 신청과 시정조치 미이행, 불법구금 의심 등의 사건은 각각 경찰의 부실수사와 위법한 수사, 수사 대상자에 대한 인권 침해가 의심되는 사례여서 더 꼼꼼하고 철두철미한 보완 수사가 필요한 영역임에도, 오히려 검사의 역할을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로 막연하게 축소시켜 인권 보호 기관으로서의 검찰이 본연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도록 만들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대한변협은 “형사사법 체계의 변화는 인권 보호를 증진하고 국민의 권익을 보다 두텁게 보호하기 위한 방향으로 반드시 귀결되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법률전문가와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국민적 논의가 선행되었어야 한다”고 말했다.

변협은 “이번 검찰청법 개정안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국민의 기본권과 권익보호와 밀접한 사안으로 중대한 사안임에도 이러한 과정이 생략된 채 졸속으로 추진, 통과되었다는 점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대한변협은 “검찰 선진화를 위한 개혁이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고, 검찰권에 대한 시민적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에도 오히려 힘 있는 자들의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이번 검찰청법 개정안의 본회의 통과와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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