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국정농단 재판에서 징역 24년을 선고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를 상납 받은 혐의와 옛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 개입한 혐의에 대해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1심 형량을 합치면 총 징역 32년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2형사부(재판장 성창호 부장판사)는 2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옛 새누리당 국회의원 공천과정에 개입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또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뇌물로 상납 받고 국고를 손실한 혐의에 대해 징역 6년과 추징금 33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정원 특활비 상납과 관련해 뇌물죄 수수 혐의는 증거 부족을 이유로 전부 무죄로 판단했다. 국고손실 혐의는 2016년 9월 교부받은 2억원을 제외한 33억원에 대해서 유죄로 인정했다.

이날 재판은 국정농단 1심과 마찬가지로 TV로 생중계됐으며, 박 전 대통령은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중앙지방법원

◆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

피고인(박근혜)은 법원에 제출한 자필 진술서에서 국정원 특활비와 관련해 청와대 3인(이재만, 안봉근, 정호성)의 비서관 중 1인으로부터 청와대가 국정원으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는 예산이 있으며, 이를 전 정부에서도 관행적으로 받아 사용했다라는 보고를 받았고, 비서관에게 ‘법적으로 문제없다면 지원을 받아서 업무에 필요한 경비로 사용하라’고 지시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진술에다가 국정원장인 남재준, 이병기, 이병호의 진술과 또 특별사업비의 전달에 관여했던 비서관 안봉근, 이재만, 국정원 기조실장 이헌수 등의 진술을 종합해 보면 국정원장들은 피고인의 지시 요구에 따라서 특별사업비를 전달하게 됐다는 점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어 피고인의 공모관계는 모두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정원의 예산은 전액이 특수활동비로 돼 있는데 그중에서도 국정원장에게 편성된 특별사업비는 특별히 보안 유지가 필요한 사업에 대해서 국정원장이 사용하도록 돼 있고 사업 내역이나 집행 대상이 전혀 기재되지 않고 구체적인 증빙도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운용되고 있다”며 “그러나 국정원장 특별사업비는 특수활동의 하나로써 그 사용 목적이 국정원의 직무인 국내외 보안정보의 수집 및 작성, 국가 기밀에 대한 보안 업무와 같은 업무 목적에 한정되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장들은 특별사업비의 지급이 사용 목적에 부합하는지에 관해 전혀 확인하지 않고 법에 정해진 절차도 따르지 않은 채 단순히 피고인이 요구 내지 지시한다는 사정만으로 특별사업비를 지급해 온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도 이를 별도로 확인하거나 검토해 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이러한 특별사업비의 전달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결국 피고인이 국정원장들로부터 특별사업비를 교부받아서 국고손실의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은 유죄로 판단한다”고 판시했다.

한편 특수활동비가 뇌물 수수라는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국정원장들이 피고인에게 지급한 특별사업비가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한 대가로서 지급된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충분히 입증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며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국정원 자금 수수 관련한 국고손실 범행 양형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은 국정을 총괄하는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으로서 법과 절차에 따라서 국정을 수행하고 특히 국가의 예산을 용도와 목적에 맞추어 엄정하게 집행하고 이를 감독해야 할 지위에 있었다”며 “그러한 피고인이 단지 청와대 비서관으로부터 국정원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는 것만으로 그것이 적법한지에 대한 최소한의 확인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권한을 남용해서 자금 지급을 요구함으로써 지속적으로 국고를 손실했다는 점에서 비난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박근혜)은 국정원장들로부터 약 3년의 기간에 걸쳐서 30여억 원에 이르는 특별사업비를 교부받았다”며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해서 국가가 입은 손실 규모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또한 “피고인은 국정원장들로부터 교부받은 특별사업비 중 일부를 사저 관리비 또는 본인 의상을 위한 의상실 유지 비용 등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기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국고손실의 범행으로 인해서 무엇보다 엄정해야 할 국가 예산 집행의 근간이 흔들리게 되었을 뿐만이 아니라 국정원의 예산이 국정원 본연의 직무인 국가안전보장에 제대로 사용되지 못하게 됨으로써 국가와 국민의 안전에도 위험이 초래될 우려마저 있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피고인에 대해서는 그 책임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더욱이 피고인의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의 국정원장 3명 모두가 국정원장 특별사업비를 피고인에게 전달하게 된 것은 국정원장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가지고 있는 피고인의 지시에 의한 점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이러한 장기간의 대규모 국고손실 범행에 대한 궁극적인 책임은 피고인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하면서 오랜 기간 자신을 보좌한 비서관들에게 책임을 미루고 있고, 수사기관의 조사뿐만 아니라 재판을 위한 법정 출석까지도 전혀 응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이 처음부터 국정원 자금을 사적으로 사용할 의도나 어떤 부정한 목적을 가지고 국정원 자금을 교부해 줄 것을 요구했다고 보이지는 않고, 다른 한편으로는 범행 당시 피고인이 위법성을 크게 인식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으며, 또한 국정원장들로부터 교부받은 특별사업비 중 일부를 공적인 용도로 사용하기도 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 새누리당 공천개입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검찰의 범죄사실의 요지는 피고인(박근혜)이 2016년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내 이른바 비박계 후보들을 배제하고 자신을 지지하는 소위 친박 인물들을 국회의원으로 대거 당선시키고자 대량의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공무원 지위를 이용해서 선거 전략을 마련하는 등 선거운동 기획에 관여하고 새누리당 경선 운동에 관여했다는 여론조사 실시, 선거운동 기획 관여, 당내 경선운동 관여 등 세 가지 공직선거법 위반에 관한 것이다.

반면 피고인(박근혜)은 공소사실에 대해서 이를 보고받거나 지시, 승인한 바 없다라든지 사실관계나 법리적인 문제에 대해서 이유를 들어서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2018고합119)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은 국민에 의해서 선출된 국가 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으로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헌법과 법률에 따라서 오로지 국민 전체를 위해 행사함으로써 사회 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헌법적 책무를 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선거는 국민주권주의와 대의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핵심으로서 국민이 직접 대표자를 선출해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절차이기 때문에 선거에서의 공정성은 민주국가에서 그 무엇보다 중요하고도 필수적인 것”이라며 “선거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가장 우선적인 책임은 헌법의 수호자이자 국정의 총책임자인 대통령에게 있다”고 짚었다.

또한 “우리 헌법과 법률은 대의제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해서 정당의 자유를 보장하고 정당에 대한 국가의 보호를 규정하고 있다”며 “따라서 대통령은 정당제 민주주의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이를 보장할 책임 또한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피고인은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내에서 자신과 견해를 달리한다는 이유로 특정한 세력을 배척하고 자신을 지지하는 인물들을 국회의원으로 다수 당선시키고자 대통령의 지위를 이용해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거나 선거 및 경선전략을 수립했으며,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의 구성에 개입하고 자신을 지지할 세력에게 유리한 공천 방식을 공천관리위원회에 전달해 반영되도록 하는 등의 일련의 선거법 위반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는 대통령으로서의 헌법적 책무를 방기해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함부로 남용한 것으로써 우리 헌법의 근본적 가치인 대의제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정당의 자율성을 무력화시키는 행위라는 점에서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로 20대 총선에서 유권자의 의사가 왜곡되고 선거의 자유와 공정이 심각하게 훼손될 위험이 초래됐음에도 피고인은 범행을 지시, 승인한 바 없다고 부인하거나 단순히 선거 판세를 분석하는 정도의 목적이었다는 수긍하기 어려운 변호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러한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인에게 범죄사실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다른 한편으로 피고인이 대통령으로서 당시의 정치적 상황에 따른 국정운영의 곤란을 타개하고 새누리당의 협조와 지원을 받아서 자신이 추구하는 정책을 실현함으로써 국정을 원만히 이끌고자 하는 목적에서 범행에 이른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이고, 다른 한편 이 사건 범행은 새누리당의 공천 단계에서 친박 후보자가 당의 후보로 공천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이 있었던 것이고 이를 넘어서 실제 20대 총선의 선거운동 단계에서 유권자의 투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선거운동에까지는 나아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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