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공인노무사가 의뢰인에게 노동 관계 법령에 관한 내용을 넘어서 수사절차에 적용되는 형사소송법 등에 관한 내용까지 상담하는 것은 변호사법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또 노무사가 검사 및 변호사 프로필을 기초로 담당검사와 특정 변호사의 관계 등에 관해 상담을 했다면 이런 상담은 노동 관계 법령에 관한 상담으로 볼 수 없어 노무사의 직무의 범위 내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청사

대법원에 따르면 A씨는 자신이 대표 공인노무사로 있는 노무법인 소속 노무사들과 2007년 2월∼2013년 3월까지 건설현장 산업재해, 근로자 사망, 임금체불 등 75건의 사건을 의뢰받았다.

그런데 A노무사는 ‘참고인 진술조서 예상문답’, ‘산업안전보건법 형사사건처리절차’, ‘피의자별 적용법령’ 등의 문서를 기초로 법률상담을 하거나 법률관계 문서인 산업안전보건법 의견서를 작성하고, 그 대가로 21억 9605만원을 받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1심과 2심은 “피고인 등은 공인노무사 자격을 가진 사람이므로 공인노무사법에서 정한 범위 내에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며 쟁점 공소사실인 변호사법위반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등 노무사들의 행위는 공인노무사법이 정한 직무인 노동관계 법령에 따른 법률상담 또는 법률관계 문서의 작성에 해당하므로, 외견상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에서 정한 법률상담 또는 법률관계 문서 작성에 해당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더라도 이를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공인노무사법 제2조 제1항 제2호는 ‘노동 관계 법령에 따른 모든 서류의 작성과 확인’, 같은 항 제3호는 ‘노동 관계 법령과 노무관리에 관한 상담ㆍ지도’를 공인노무사가 수행할 수 있는 직무로 규정하고 있다.

하급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공인노무사법 시행령에서 정한 노동 관계 법령인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했는지 여부가 문제되는 건설현장에서의 사망 사고 등 산업재해에 관한 업무를 처리하면서 법률상담 및 법률 관계 문서 작성을 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최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공인노무사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낸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근로감독관이 특별사법경찰관으로서 중대재해와 관련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내지 근로기준법위반을 수사하는 경우에는 산업안전보건법, 근로기준법 등에 특별한 근거가 없는 이상, 그 수사절차는 형사소송법, 사법경찰직무법, 구 ‘특별사법경찰관리 집무규칙’(형사소송법 등)에 따른 절차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구 공인노무사법은 공인노무사가 의뢰인에게 노동 관계 법령에 관한 상담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여기서 노동 관계 법령이란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등 구 공인노무사법 시행령에 열거된 법률과 그 법률에 근거한 하위법령을 의미하므로, 그에 규정되지 않은 형사소송법 등은 노동 관계 법령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따라서 공인노무사가 의뢰인에게 노동 관계 법령에 관한 내용을 넘어서 수사절차에 적용되는 형사소송법 등에 관한 내용까지 상담을 하는 것은 노동 관계 법령에 관한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이루어졌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 공인노무사법에서 정한 직무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사는 ‘피고인이 형사사건 처리절차, 적용법령, 산업안전보건법 주요판례, 참고인진술조서 예시문, 특별사법경찰관 작성의 수사결과보고서, 피의자신문조서, 검사 및 변호사 프로필, 노동청 참고인 진술 내용 등을 기초로 의뢰인에게

법률상담 했다’는 취지로 기소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피고인 등이 검사 및 변호사 프로필을 기초로 담당 검사와 특정 변호사의 관계 등에 관해 상담을 했다면 이러한 상담은 그 자체로 노동 관계 법령에 관한 상담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참고인진술조서 예시문, 특별사법경찰관 작성의 수사결과보고서, 피의자신문조서, 노동청 참고인 진술 내용 등을 기초로 수사의 실제 진행과정을 알아내어 의뢰인에게 알려주거나, 수사과정에서 진술할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등 산업안전보건법 내지 근로기준법에 관한 내용을 벗어난 부분에 대해서까지 상담을 한 것이라면 이에 관한 상담까지 구 공인노무사법 에서 정한 직무의 범위 내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이 의뢰인과 산업안전보건법위반 사건에 대해 상담한 이상 노동 관계 법령에 관한 상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피고인 등이 상담의 기초자료로 삼은 참고인진술조서 예시문 등의 내용이 무엇인지, 위 문건들을 기초로 어떠한 내용의 상담을 했는지, 상담 중 노동 관계 법령에 관한 내용을 벗어난 부분이 있는지 여부 등에 관해 심리ㆍ판단하지 않은 채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를 인정했다”며 “원심의 판단에는 공인노무사의 직무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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