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교회 전도사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퇴직금을 줘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에 전도사에게 임금과 퇴직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교회 담임목사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춘천지방법원에 따르면 B씨는 신학교 및 목회대학을 졸업하고 성직자 정규교육을 받고 2012년 10월부터 2018년 6월까지 A씨가 담임목사를 맡고 있는 교회에서 전도사로 일했다.

B씨는 이 교회에 ‘사역’을 지원하면서 연봉제에 동의한다는 서약서를 A씨에게 제출했다. 서약서에는 구체적인 근로조건, 지급금액 등은 명시돼 있지 않다. B씨는 서약서 외에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바 없으며, 교회에 전도사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도 없다.

B전도사는 A담임목사의 직무지시에 따라 업무를 봤다. 그는 주로 예배 및 기도회 참석, 교인들의 가정방문 활동을 하는 외에도 예배 참석자나 기도회 참석자를 위해 교회 차량 운전, 교구관리를 위한 자료 작성, 신도 관리 등 교회행정 업무도 처리했다.

B전도사는 사례금으로 초기에는 월 110만원을 받았고 이후 점차 증액돼 근래에는 월 140만원을 받았다.

그런데 B전도사가 퇴직하는 과정에서 교회에서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고 A담임목사가 전별금 명목으로 600만원을 건네자 A씨를 고소했다. B전도사는 미지급 임금 7686만원과 퇴직금 1722만원을 지급받지 못했다.

1심인 춘천지방법원 형사3단독 정수영 부장판사는 2020년 11월 근로기준법 위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교회 담임목사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정수영 부장판사는 “B가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고 피고인이 사용자로서 노무수령의 대가로 임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근로관계가 성립되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정수영 부장판사는 “교회의 종교 활동은 본질적으로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신앙의 전파를 목적으로 하며, 교회는 교인들의 자발적인 헌금으로 운영되는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근로기준법이 당연히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수영 부장판사는 “종교 활동을 담당하는 성직자에게 지급되는 금원을 종교 활동이라는 근로의 대가로 보게 되면 종교 활동 자체가 금전적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을 전제로 하게 돼 종교적 신념에 기한 자발성을 본질로 하는 종교 활동의 본질을 해하게 되는 점을 고려할 때, 종교적 신념에 따라 종교기관에서 직분을 맡고 종교 활동으로서 근로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본질적으로 봉사활동으로 봄이 타당하고, 이를 임금을 목적으로 한 근로의 제공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정수영 부장판사는 “이와 같은 봉사직에 대해 일정한 금전을 지급했어도 이는 생계를 지원하기 위해 근로의 대가가 아닌 은전 성격의 사례비로 봄이 타당하다”고 봤다.

이에 검사가 항소했다. 검사는 “B씨는 피고인이 담임목사로 재직하는 교회에서만 전속으로 근무했고, 교회로부터 지급받은 ‘연봉’이 자신의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유일한 수입이었다”며 “또한 피고인은 B씨에게 지급한 급여에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했을 뿐 아니라, B씨를 건강보험공단과 국민연금공단에 ‘직장가입자’로 신고했다”고 밝혔다.

검사는 “이러한 사정 등에 비추어 근로관계 법령에 따라 B를 피고인이 사용자인 교회의 근로자로 인정할 수 있음에도, 단지 종교적 영역에서의 봉사활동을 한 것이라고 인정해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항소심(2심)의 판단은 1심과 달랐다.
쉽게 말해 1심 재판부는 전도사를 근로자로 보지 않았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전도사를 근로자로 봤다.

춘천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진원두 부장판사)는 최근 근로기준법 위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담임목사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유죄를 인정해 벌금 700만원을 선고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B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고, 피고인은 B의 사용자로서 최소한 최저임금에 따라 산정된 시간외 근로수당, 연차유급휴가 미사용 수당과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음에도 일부만 지급하고 나머지를 지급하지 않았으며, 피고인에게는 나머지 금액의 미지급에 관해 근로기준법위반죄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B는 담임목사인 피고인으로부터 직ㆍ간접적으로 업무에 관한 구체적인 지시ㆍ감독을 받았으며, B는 전도사로 재직하는 동안 교회로부터 고정적으로 일정 금원을 사례금 명목으로 지급받았는데, 이는 명목 내지 명칭과 무관하게 전도사로서의 근로의 대가로 지급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서약서에 ‘연봉제’라는 표현이 기재돼 있고, 나아가 B가 교회의 업무를 수행한 시간 및 겸직금지 조항 등에 비춰 이러한 급여는 생계수단인 것으로 보이므로, 이를 단지 사례금이나 생활보조금이라 볼 수는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B에게 지급된 사례금 명목의 금원에 대해 근로소득세 원천징수를 했고, B를 국민연금보험과 건강보험에 교회를 사업장으로 하는 ‘직장가입자’로 가입했다”며 “이처럼 피고인은 B의 근로자성을 전제로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B는 피고인과 사이에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근로조건이나 급여의 수준에 관해 서면을 작성한 바는 없으며,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가입돼 있지도 않았다”며 “그러나 이는 사용자인 피고인이 경제적ㆍ종교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서면을 작성하지 않은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설령 B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종교기관인 교회에서 직분을 맡고 종교활동의 일환으로서 근로를 제공했더라도, B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해 그에 따른 보호를 받는지 여부는 종교적 교리 기타 종교의 자유에 의해 판단이 달라지는 영역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양형과 관련해 재판부는 “피고인이 근로자에게 지급하지 않은 임금 및 퇴직금이 합계 9400만원을 넘고, 피고인은 전별금 명목으로 600만원을 지급한 것 이외에는 근로자에게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이에 근로자가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른 한편으로, 피고인이 확정적 고의로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점, 피고인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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