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2회 이상 음주운전으로 적발될 경우 징역형, 벌금형으로 가중 처벌하는 도로교통법 조항, 이른바 ‘윤창호법’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에 대해 위헌심판제청을 했던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모성준 부장판사는 “과도한 엄벌주의 경향에 대한 헌법적 통제의 필요성”을 지적하며 국회의 입법 행태를 꼬집어 눈길을 끈다.

◆ A씨 2008년 음주운전 벌금 150만원 약식명령…2019년 음주운전 적발

A씨는 2008년 11월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에서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으로 벌금 15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이후 A씨는 2019년 11월 18일 군산에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됐다.

그런데 2018년 9월 대학생이던 윤창호씨가 부산에서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보도에 서 있다가 만취운전자가 운전하던 차량에 치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른바 ‘윤창호 사건’은 우리 사회에 음주운전 교통사고에 대한 경각심과 함께 공분을 일으켰고, ‘도로 위 살인행위’인 음주운전을 강력하게 처벌하는 법을 만들어 달라는 청원이 나왔다.

이에 따라 음주운전 사망사고에 대한 형벌을 강화하기 위해 위험운전치사상죄의 법정형을 상향조정하는 특정범죄가중법 개정 이른바 ‘윤창호법’이 2018년 12월 18일 시행됐다.

또한 2018년 12월 24일 도로교통법도 개정됐다. 개정 제148조의2 제1항은 “제44조 제1항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은 2년 이상 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처벌을 강화했다.

제44조(술에 취한 상태에서의 운전 금지) 1항은 “누구든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 등, 노면전차 또는 자전거를 운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돼 있다.

검사는 “A씨가 음주운전 금지 규정을 2회 이상 위반했다”고 기소하며 공소사실에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 등을 적용해 줄 것을 법원에 구했다.

주제발표하는 모성준 부장판사
모성준 군산지원 부장판사

◆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모성준 부장판사, 국회 입법 행태 비판

A씨 사건은 맡은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모성준 부장판사는 2020년 10월 19일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했다.

그런데 모성준 부장판사는 현재 국회가 그때그때의 사회적 이슈마다 원포인트 입법으로 개정하는 바람에 형사법이 파편화돼 가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에 그의 주장을 살펴봤다.

모성준 부장판사는 17세기 영국에서는 의회가 가장 적은 노력을 들이면서도 적절히 대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엄벌주의를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현재 우리의 형사법을 살펴보면 사회적 이슈가 발생하면 국회가 별다른 체계적 고려 없이 해당 범죄에 관해 원포인트로 법률을 개정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당초 형법 등이 정한 법정형을 가중하는 엄벌주의 경향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고 국회의 입법 형태를 지적했다.

모성준 부장판사는 “특히 이러한 엄벌주의 경향은 각종 형사특별법의 단일 조항에 대한 원포인트 개정이 상대적으로 간편한 최소한의 의견청취와 검토만으로 진행돼 버리는 작금의 입법경향과 결합해, 형법 또는 형사소송법 체계 내에서 종합적이고도 체계적인 검토를 거치기는커녕 헌법, 형법이나 형사소송법의 대원칙들을 우회하거나 무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비판했다.

모 부장판사는 그러면서 “원포인트로 형사처벌을 가중하는 입법이 거듭해 진행됨에 따라 형사사법체계는 갈수록 파편화돼 가고 있는 실정”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모성준 부장판사는 “국회가 특정 이슈에 대한 유권자의 인상(impression)이나 언론의 비판에 그때그때 대응하는 방식으로 개별 형사법 조항만을 원포인트로 개정하거나, 두서없이 각종 특별법을 제정함으로써 임기응변으로 대응하게 되면, 형사법은 각종 원포인트 개정 조항과 무질서한 형사특별법으로 점철되게 돼 그 체계성이나 정합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운영이나 재판결과도 설득력을 갖기 어려워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모성준 부장판사는 “판사나 검사 또한 파편화된 형사법을 이해하고 바람직하게 적용하는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고, 특히 형사법의 파편화가 상당한 정도로 진행되었다면, 수범자가 형사법규범의 내용을 명확하게 인식할 것을 기대하기도 어렵고, 법원이 피고인이나 피해자를 모두 납득케 하는 결론을 도출한다거나 수긍할 수 있는 양형을 한다는 것을 기대할 수도 없음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말했다.

모성준 부장판사는 “▲각종 형사특별법과 원포인트 입법으로 점철돼 제대로 작동할 수 없는 파편화된 형사법체계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형사법으로 인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설득력 없는 재판결과와 그에 대한 비판 ▲비판에 대한 대응으로서의 간편한 엄벌주의의 원포인트 입법 ▲그리고 그로 인한 형사법체계의 추가적인 파편화가 영원히 순환하면서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며 원포인트 입법의 악순환을 꼬집었다.

◆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대한 모성준 부장판사의 판단

모성준 부장판사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가중처벌의 근거로 평가되는 위반전력의 시간적 범위가 무제한적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게 된다”며 “현재에도 15년 전의 범행전력이 있으면, 그 범행전력상의 음주운전이 아무리 경미한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가중처벌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모성준 부장판사는 “도로교통법 제44조에서 음주운전의 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한 앞으로 시간적 범위가 계속 확대돼, 앞으로 5년 또는 10년이 경과한 시점에서는 무려 20년 또는 25년 전의 범죄전력으로도 가중처벌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기본권의 과도한 침해가 불가피하게 된다”고 봤다.

그는 “이 법률조항은 법원의 양형재량을 대폭 줄이면서 음주운전에 대한 습벽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라도 최근 15년간 두 차례 이상의 음주운전 적발 전력만 있으면, 법규위반 사이의 시간적 간격이 얼마나 되는지, 음주운전의 대상이 원동기장치자전거인지 이륜자동차로 분류되는 전기자전거인지, 혈중알코올 농도가 높은지 낮은지와 관계없이 모조리 상습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의제해 가중처벌을 규정하고 있고, 법원으로 하여금 피고인의 상황과 여러 양형요소 등을 성실하고도 면밀하게 살펴보고 신중하게 상습성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여지를 전면적으로 봉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과잉금지의 원칙 위반, 죄형법정주의 명확성원칙 위반

모성준 부장판사는 과잉금지의 원칙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모성준 판사는 “반복적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비난가능성 및 음주운전을 금지해야 할 공익상 필요성이 인정돼 해당 형사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어느 정도 가중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 법률조항은 가중처벌의 대상이 되는 형사피고인의 범위와 가중처벌을 통해 해당 형사피고인에게 부과되는 불이익을 책임에 상응해 제한하지 않고, 1회 이상 음주운전 전력이 있기만 하면 가중된 처벌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모성준 부장판사는 “이 법률규정이 음주운전 또는 음주측정거부의 무죄판결을 받은 경우나, 형의 실효나 일반사면 등이 이루어진 경우에 있어서까지도 적용되는 것인지 여부에 대해 수범자가 예견할 수 없고, 범죄의 성립 여부에 대해 법률전문가에게조차 법해석상 혼란을 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불명확한 상태라고 할 것이므로, 이 법률조항의 구성요건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됨이 자명하다”고 밝혔다.

법률전문가인 법관이나 검사들 사이에서도 기존에 음주운전 또는 음주측정거부의 무죄판결을 받은 전력이 있는 사람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으로 기소하거나 유죄판결을 하는 것에 대해서 의견이 나뉘고 있다고 한다.

모성준 부장판사는 “이 법률조항은 단지 15년 전에 음주운전 위반 전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합리적 이유 없이 음주운전 전력자에게 과도한 형을 부과함으로써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고,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명확성의 원칙을 충족하고 있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2회 위반전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상습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사람들을 상습성이 있는 사람들과 동일하게 처벌하고, 중한 결과를 초래한 사람보다 무겁게 처벌함으로써 평등원칙에도 위배된다”고 밝혔다.

평등원칙 위배 여부에 대해 모성준 부장판사는 “이 법률조항이 2회 이상 위반전력자를 가중 처벌하는 것은 위반전력자라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한 차별적 대우를 하고 있음은 문언상 명백하다”고 봤다.

◆ 15년 전의 경미한 음주운전 전력이 있을 뿐인 경우

모성준 부장판사에 따르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음주운전으로 1회의 위반행위만 있으면, 그 행위에 대한 유죄판결을 받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그리고 그 행위가 언제 있었는지도 상관없이 그 후 1회라도 음주운전 사실이 적발될 경우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가중처벌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모성준 부장판사는 “문제는 최근 15년간 단 1회의 음주전력이 존재하지만 음주운전의 습벽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충분히 존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복적 행동이 결여돼 있는 사람에 대해서까지 15년 전의 단순 위반전력에 터잡아 중한 형사책임을 부과하는 것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는 점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음주운전자의 반사회성이 저감되었다고 볼 수 있는 정도의 시간이 경과한 이후의 범행이 직전 범행과 15년의 시차가 있고 정황상 반복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라면 예외 없이 가중처벌을 하도록 한 것은 15년 전의 경미한 음주운전 전력이 있을 뿐 습벽이 없는 사람에게는 불합리한 차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모성준 부장판사는 “이 법률조항은 20년, 25년 등 앞으로도 계속 범죄전력 기산기간이 증가해 도저히 상습성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는 시점의 위반전력이 있는 사람까지도 가중처벌을 하게 될 것임은 너무나 명백한 상황”이라며 “이와 같은 불합리함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이고, 차별취급이 정당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하고도 적정한 것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고, 이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를 찾을 수도 없다”고 국회를 비판했다.

모성준 부장판사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음주운전 또는 음주측정거부로 공소가 제기되었다가 위법성조각사유 등이 인정돼 무죄판결을 받은 사람과 음주운전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 ▲화물자동차 또는 승용자동차를 운전한 사람과 원동기장치자전거 또는 전기자전거를 운전한 사람 ▲음주운전을 반복헤 그 습벽이 있는 사람과 15년 전에 경미한 음주운전전력이 있을 뿐 음주운전의 습벽은 없는 사람과 습벽이 있는 사람을 별다른 합리적 이유 없이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성준 부장판사는 “입법목적과 제도의 취지를 아무리 선해하더라도, 무죄판결을 받은 사람이나 전기자전거(이륜자동차)를 운전한 사람, 그리고 음주운전의 습벽이 없는 사람에 대해서까지 합리적 이유 없이 가중처벌을 규정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정당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하고도 적정한 것이라거나 차별취급의 적절성을 갖추고 있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모성준 부장판사는 “이 법률조항의 경우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위험을 야기한 사람에 대한 처벌의 정도가 실제 그 위험이 현실화되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발생시킨 사람에 대한 처벌의 정도보다 중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합당한 이유를 결여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군산지원 모성준 부장판사는 “그렇다면 이 법률조항은 단지 15년 전에 음주운전 위반전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합리적 이유 없이 음주운전 전력자에게 과도한 형을 부과함으로써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고,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고 있는 명확성의 원칙을 충족하고 있지도 아니할 뿐만 아니라, 2회 위반전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상습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사람들을 상습성이 있는 사람들과 동일하게 처벌하고, 중한 결과를 초래한 사람보다 무겁게 처벌함으로써 평등원칙에도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11월 25일 재판관 7(위헌) 대 2(합헌) 의견으로 2회 이상 음주운전 금지규정을 위반한 사람을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 중 ‘제44조 제1항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위헌 결정을 했다.

헌재는 “도로교통법 제44조 제1항을 2회 이상 위반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죄질을 일률적으로 평가할 수 없고 과거 위반 전력, 혈중알코올농도 수준, 운전한 차량의 종류에 비추어, 교통안전 등 보호법익에 미치는 위험 정도가 비교적 낮은 유형의 재범 음주운전행위가 있다”며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은 법정형의 하한을 징역 2년, 벌금 1천만 원으로 정해 그와 같이 비난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죄질이 비교적 가벼운 행위까지 지나치게 엄히 처벌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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