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지난 26일 사망한 고(故) 노태우 씨에 대해 ‘국가장’을 치르기로 한 정부의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규탄한다”는 성명을 내놓았다.

민변(회장 김도형)은 “망인은 전두환 씨와 함께 12ㆍ12 군사반란을 일으켜 정권을 무단으로 탈취했으며, 5ㆍ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 무장병력을 동원해 시위대와 민간인을 학살하는 반인륜적 내란죄를 범했다”고 하면서다.

민변은 “그뿐만 아니라 대통령 임기 동안 수많은 시국사건을 양산하며 시민의 정치적 기본권, 노동기본권 등을 억압했으며, 천문학적 규모의 뇌물을 기업으로부터 받은 자”라고 지목했다.

민변은 “망인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내란죄, 뇌물수수 등에 유죄를 선고한 1997년 대법원 판결을 통해 마무리됐다”며 “이에 망인을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과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직 대통령으로서 예우하거나, 국립묘지에 안장할 수 없다는 것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민변은 “비록 ‘국가장법’에는 망인을 전직 대통령으로 간주할 수 있는 법률 해석의 여지가 있다고 하나, 여타 법률 및 망인에 대한 대법원 판결, 일반적 사회통념에 비추어 볼 때 결코 국가장의 대상은 될 수 없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민변은 “법률적 해석을 뒤로하더라도, 망인에게 일부 공적이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정부의 정무적 판단 역시 동의하기 어렵다”며 “5ㆍ18민주화운동을 헌법전문에 넣고자 했고, 5ㆍ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한 현 정부의 선택이라고 믿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망인의 대통령 직선제 수용과 북방정책의 공헌, 형 선고 이후 추징금을 납부한 노력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민변은 “그러나 범죄사실에 따른 추징금 납부는 당연한 법적 의무를 이행한 것에 불과하며, 망인이 대통령으로 재직하던 시절에 있었던 일부 공적도 87년 이후 우리 사회의 변화에 대한 뜨거운 열망을 정부가 수동적으로 반영할 수밖에 없었던 맥락에서 파악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무엇보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우리 사회 민주주의와 인권의 디딤돌이 되어온 5ㆍ18민주화운동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계승을 무력화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며 “5ㆍ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은 여전히 미완의 상태이며, 유공자와 유족에 대한 모욕과 차별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데, 과연 정부가 이러한 상황을 직시하고 있는지 우리는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민변은 또한 “이번 결정은 중대한 인권침해에 있어 관련 책임자에 대한 공적 미화를 금지할 것을 요청하는 국제인권기준에도 현저히 위배된다”며 “망인에 대한 국가장 결정은 결국 망인을 ‘공훈을 남겨 국민의 추앙을 받는 사람’으로 인정하는 것이고, 이는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자를 공적으로 미화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성토했다.

민변은 “결국, 정부의 이번 결정은 5ㆍ18민주화운동 유공자와 유족 등이 피해자로서 가지는 권리를 재차 침해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민변은 그러면서 “이번 정부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전두환 씨 등 5ㆍ18 책임자들의 진정한 반성과 사죄를 이끌어내고 법적ㆍ역사적 심판을 완수하기 위해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책무를 다할 것을 다짐한다‘고 강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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