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여성공직자만 배우자 직계존속ㆍ비속 재산공개 공직자윤리법 위헌
헌재, 여성공직자만 배우자 직계존속ㆍ비속 재산공개 공직자윤리법 위헌
  • 신종철 기자
  • 승인 2021.09.3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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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더] 여성공직자에게만 배우자의 직계 존속ㆍ비속 가족의 재산을 공개하도록 규정한 공직자윤리법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2004년 법관으로 임용된 A씨는 배우자 직계존속의 재산을 등록해 온 혼인한 여성 등록의무자다. 그런데 2009년 2월 혼인한 등록의무자 모두 배우자가 아닌 본인의 직계존속ㆍ비속의 재산을 등록하도록 공직자윤리법이 개정됐다.

이에 법관 A씨는 2017년 2월 재산 변동사항을 신고하면서 배우자 직계존속의 재산을 등록대상재산 목록에서 삭제하고, 본인의 직계존속의 재산을 등록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그런데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2017년 12월 “A씨의 경우에는 공직자윤리법 부칙 제2조에 따라 여전히 배우자의 직계존속의 재산이 등록대상재산임에도 이에 대한 재산등록을 누락했다”는 이유로 주의촉구(경고) 처분을 했다.

공직자윤리법 부칙 제2조(경과조치)는 “법 시행 당시 종전의 규정에 따라 재산등록을 한 혼인한 여성 등록의무자는 제4조 제1항 제3호의 개정 규정에도 불구하고 종전의 규정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어서다. 즉 등록의무자 여성은 본인과 남편의 직계 존ㆍ비속 재산도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법관 A씨는 경고처분의 취소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하고, 소송 계속 중 공직자윤리법 부칙 제2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2019년 1월 부칙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했다.

제청법원은 “2009년 2월 개정된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혼인한 남성 등록의무자와 여성 등록의무자 모두 배우자가 아닌 본인의 직계존ㆍ비속의 재산을 등록하게 됐음에도, 부칙조항은 종전 규정에 따라 재산등록을 한 혼인한 여성 등록의무자에게 여전히 배우자의 직계존ㆍ비속의 재산을 등록하도록 정하고 있다”며 “이는 공직을 이용한 재산취득 및 부정한 재산증식을 방지해 공무집행의 공정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공직자 재산등록제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제청법원(서울행정법원)은 “또한 등록의무자의 부담이나 행정비용의 증가 등은 양성평등에 반하는 제도 개선의 적용을 배제하는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며 “따라서 부칙조항은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소는 30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개정 전의 공직자윤리법 조항에 따라 이미 배우자의 직계존비속의 재산을 등록한 혼인한 여성 등록의무자의 경우에만 종전과 동일하게 계속해서 배우자의 직계존비속의 재산을 등록하도록 규정한 공직자윤리법 부칙 제2조가 평등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했다.

헌재는 “부칙조항은 개정 전 공직자윤리법 조항이 혼인관계에서 남성과 여성에 대한 차별적 인식에 기인한 것이라는 반성적 고려에 따라 개정 공직자윤리법 조항이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혼인한 여성 등록의무자에게 이미 개정 전 공직자윤리법 조항에 따라 재산등록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남녀차별적인 인식에 기인했던 종전의 규정을 따를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그런데 혼인한 남성 등록의무자와 달리 혼인한 여성 등록의무자의 경우에만 본인이 아닌 배우자의 직계존ㆍ비속의 재산을 등록하도록 하는 것은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양산하고, 가족관계에 있어 시가와 친정이라는 이분법적 차별구조를 정착시킬 수 있으며, 이것이 사회적 관계로 확장될 경우에는 남성우위ㆍ여성비하의 사회적 풍토를 조성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헌재는 “이는 성별에 의한 차별금지 및 혼인과 가족생활에서의 양성의 평등을 천명하고 있는 헌법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으로, 그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따라서 이 사건 부칙조항은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 헌재 관계자는 “절차상 편의의 도모, 행정비용의 최소화 등의 이유만으로 성별에 의한 차별금지, 혼인과 가족생활에서의 양성의 평등을 천명하고 있는 헌법에 반하는 제도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함으로써, 성별에 의한 차별취급이 엄격히 금지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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