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류영재 대구지방법원 판사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에 대한 진상규명 과정에서 판사들의 적극적인 집단 움직임에 대해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류영재 판사는 “검찰 수사결과 (사법농단을) 형사범죄화를 시키다보니까 사법농단의 피해자들이 국민이 아니라 부당한 지시를 받은 (사법농단에 연루된) 판사들이 사법농단의 피해자가 되고, 결국은 국가로부터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한 국민들에 대한 피해회복 절차는 여전히 지금도 가동되고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가로부터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당한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회복 절차에 대한 논의를 지속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류영재 대구지방법원 판사

최강욱ㆍ심상정ㆍ이탄희ㆍ서동용ㆍ용혜인 국회의원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민주주의법학연구회(민주법연), 법과사회이론학회, 참여연대가 9월 25일 ‘사법농단 이후의 법원, 법원개혁의 평가와 전망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심포지엄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심포지엄 제1부는 ‘사법농단 진상규명과 책임 묻기 - 어디서 멈춰 섰고, 무엇이 필요한가’를 주제로 진행됐다. 민변 사법센터 소장인 성창익 변호사가 좌장을 맡았고, 류영재 대구지법 판사는 ‘사법농단 진상규명과 책임 묻기-법원 중심 검토’를 주제로 발표했다.

류영재 판사는 “사실관계 위주로 사법농단 과정이 어떻게 진상규명이 되었고, 어디서 멈춰졌으며, 법원 내에서의 책임절차가 어떻게 진행됐는지에 대해서 살펴보겠다”며 “특히 제가 판사이기 때문에 법원에서 판사들이 어떻게 진상규명 과정을 진행했는가를 중심으로 발제하려고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실제로 그는 사법농단이 외부에 알려진 계기, 전국의 판사들이 각급 법원에서 판사회의를 소집하고, 전국법관회의를 개최하며, 법원행정처에 사법농단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한 과정을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했다.

법원행정처

법원행정처는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에 근무하던 이탄희 판사를 법원행정처 제2기획심의관을 발령했다. 그런데 이탄희 심의관은 2017년 2월 16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2017년 3월 6일 경향신문은 “법원행정처가 법관인사제도에 대한 판사들의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될 국제인권법연구회 공동학술대회를 축소하기 위해 이탄희 판사에게 연구회 관련 부당한 지사를 했다. 이에 반발한 이탄희 판사가 항의하자 이탄희 판사를 원법원(안양지원)에 복귀시켰다”는 보도를 했다.

이와 관련 다음날 고영한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해명 공지했다. 하지만 해명을 납득하지 않은 판사들은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글을 법원 내부통신망(코트넷)에 게시했다. 특히 김형연 판사가 2017년 3월 8일 올린 양승태 대법원장에 대한 진상조사 촉구 글에는 200여명의 판사들이 댓글로 동의의사를 표시했다.

2017년 3월 13일 인천지방법원 단독판사회의를 시작으로 3월 29일까지 전국 9개 법원 14개 판사회의가 개최됐다. 판사들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심각성 확인, 민주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갖춘 진상조사기구 발족 요구, 진상규명 및 책임과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을 의결했다.

결국 2017년 3월 22일1차 진상조사위원회가 구성돼 조사가 시작됐다. 진상조사결과보고서가 발표되자, 많은 판사들이 미비점을 지적하며 반발했다.

특히 2017년 4월 26일 서울동부지방법원 판사회의를 시작으로 24개 법원에서 각급 판사회의(배석, 단독, 부장)가 개최돼, 전국법관대표회의 개최를 지지하는 의결을 했다. 이후 각급 법원 판사회의에서 선출된 대표자들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구성되고, 2017년 6월 19일 첫 회의를 개최했다.

온라인 심포지엄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설명한 류영재 판사는 “이 당시 정말 판사들이 엄청나게 놀랐던 이유가 뭐냐면, 코트넷 같은 경우 예전에 2011년도 한미FTA 연구모임 발족 글이라든지, 사법행정권 남용 사례에서도 나오겠지만 여러분도 잘 아시는 김모 판사님의 ‘지록위마’ 글에 대해서 징계가 내려진 이후로 코트넷에서 (판사들의) 글들이 달리지 않거나, 판사들의 글이 올라와도 판사들이 댓글을 달면서 토론하며 코트넷이 활성화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류 판사는 “‘지록위마’ 글에 대한 징계 이후로 코트넷이 차갑게 식었었다”며 “몇몇 판사들이 (코트넷에) 어떤 제안을 하거나, 사법행정에 대한 글을 올리더라도 거기에 대해서 댓글이 달리고 토론이 이뤄지는 것이 굉장히 적은 상태였다”고 전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1형사부(재판장 이범균 부장판사)는 2014년 9월 불법 정치관여 및 대선개입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이에 수원지법 성남지원 김동진 부장판사는 코트넷에 ‘법치주의는 죽었다’라는 글을 올리며 원세훈 판결에 대해 “궤변”, “지록위마(指鹿爲馬)의 판결”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변은 2014년 걸림돌 판결로 ‘원세훈 판결’을 선정했다. 그런데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는 그해 12월 법원공무원들(법원노조)의 강한 반대 속에서도 김동진 부장판사에 대해 정직 2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류영재 판사는 또 ‘판사회의’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류 판사는 “예전 신영철 전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방법원장 시절) 광우병 촛불집회 재판에 대한 개입사건으로 인해서 문제가 된 다음에 ‘판사회의’가 구성됐지만, 판사회의들이 그 이후로 (사법농단) 2017년까지 유의미한 판사회의를 열고 거기에서 어떤 의결을 한 다음에 코트넷에 공지해서 많은 판사들이 의결결과를 공유하는 일들이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고 했다.

류영재 판사는 “판사회의도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사법농단이 알려지기 시작한) 2017년 3월부터 5월까지 판사회의가 각급 법원에서 두 차례나 릴레이로 열리고, 그 판사회의에서 진상조사 규명의 필요성, 전국법관대표회의 개최가 필요하다는 의결 등의 유의미한 의결을 계속했다는 것은 그 전에는 찾아볼 수 없는 흐름이었다”고 당시 판사들의 움직임에 의미를 부여했다.

류영재 판사는 “사법농단 진상규명에 있어서 물론 법원 밖에서도 여러 가지 진상규명에 대한 노력이 있었지만, 판사들도 유례없이 코트넷(법원 내부통신망)과 (각급 법원) 판사회의 개최를 통해서 (양승태) 대법원장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거의 2년 가까이 진상규명을 위해서 노력했다”고 말했다.

류 판사는 “이런 판사들의 민주적, 자발적 참여로 인해 진행된 진상규명 절차 그리고 진상규명 절차의 공개와 자료의 공개 보존이 그 전에 비해 비교적 성실히 이루어졌다”고 덧붙였다.

류영재 판사는 “그로 인해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상설화되고, 코트넷 토론이 활성화된 것 그리고 법관 독립 및 재판 독립, 사법행정의 역할과 한계, 사법에 대한 민주적 통제 필요성 등에 대해 법원구성원들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인식이 제고된 점을 들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류영재 판사는 “다만, ‘한계’를 들자면, (진상조사위원회) 자체조사가 미진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조사의지도 부족했던 것으로 보이고, 그리고 강제조사 권한도 없었다”는 점 등을 들었다.

류 판사는 “강제조사권에 대한 한계와 함께, 정말로 법원이 사법행정권의 위헌적인 위법한 행사를 전부 밝혀서 드러내겠다는 의지가 있었느냐 라고 했을 때, 그것이 부족했다고 평가된다”고 말했다

그는 3차 조사에서는 재판과정 및 판사들에 대한 조사가 미진해(강제조사 불가) ‘강제동원 재판협의, 재판개입, 물의야기법관 분류 및 불이익 인사조치, 청와대 및 국회의원에 대한 법률자문, 헌법재판소 대응’ 등 현재 사법농단에서 가장 위헌적이고 위법하다고 평가되는 부분들을 밝혀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류영재 판사는 “그것보다도 제가 더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은, 사법농단 사태에 대해서 본질에 맞는 문제해결 절차 자체가 우리나리에 없었던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예컨대 사법농단의 핵심은 법관이 (위헌적이고 위법한) 사법행정권을 남용하고, 사실은 재판권한도 남용해서 결국은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우리사회의 삼권분립과 재판독립의 가치를 정면으로 버렸다는 것이 사법농단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류영재 판사는 “(사법농단) 이것에 대해서 형사범죄가 될 것인가 여부는 형사범죄로 이 사건을 포섭하는 법률이 있는가, 입법적인 문제일 뿐이고, 사실은 사법농단의 본질은 헌법적인 여러 가지 위헌적인 사법행정권의 남용이 있었고, 그로 인해서 국민의 헌법상 권리인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었다는 것인데, 이런 본질에 맞는 문제해결 절차가 과연 우리나라에 있었는가”라고 지적했다.

류영재 판사는 “만약 본질에 맞는 문제해결 절차라면 사실 국회 탄핵절차와 탄핵을 위한 국정조사 정도일 것인데, 그것이 정말 제대로 작동할 수 있었는가에 대해 저는 2년 간의 사법농단 진상규명 절차를 지켜보면서 이런 부분에 대해 굉장히 부족하다고 느꼈다”고 평가했다.

그는 발제 자료에서도 “국회의 국정조사나 법관 탄핵절차의 작동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국회가) 헌법 위반 사유가 아닌 정쟁 소재로 취급하므로 철저한 국정조사 기대 자체가 어려웠고, 법관탄핵도 시기가 너무 늦어져 대부분의 (사법농단) 관여 법관들이 사직했다”고 지적했다.

발제자 류영재 대구지방법원 판사

특히 류영재 판사는 “결국은 검찰수사로 통해서 (사법농단의) 많은 부분이 밝혀내긴 했지만, 검찰 수사결과 형사범죄화를 시키다보니까 사법농단의 피해자들이 국민이 아니라, 부당한 지시를 받은 (사법농단에 연루된) 판사들이 사법농단의 피해자가 되고, 결국은 정말 피해자인 국민들, 국가로부터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한 국민들에 대한 피해회복 절차는 여전히 지금도 전혀 가동되고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류영재 판사는 “사법농단에 대한 피해자가 지금 누구로 인식되고 있으며, 사법농단이 어느 정도 위헌적이라고 정리가 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전혀 본질에 맞는 문제해결 절차가 나오지도 않았고, 피해회복에 대한 프로세스도 작동하고 있지 않다”며 “저는 사실 이 부분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물론 (사법농단 연루 법관들에 대한) 법원 징계절차에 있어서도 문제점이 있었지만, 결국은 이런 문제점이 가장 큰 것 같다”고 말했다.

류영재 판사는 그러면서 보완점을 제시했다.

류 판사는 “법원 내부에서도 법원행정처의 판사들에 대한 사찰이나, 인사상 불이익 조치가 이뤄진 것, 판사 관료화에 의해서 이런 재판개입까지 가능한 사법행정권 남용이 이뤄진 것에 대한 보완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영재 판사는 나아가 “사실은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는 사법과 청와대 행정이 서로 권력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고 권한을 남용해서 결국은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고, 그로 인해서 피해를 발생시켰을 때 그리고 우리 헌법이 예정하는 삼권분립과 재판독립의 가치를 침해하는 행위를 했을 때, 우리가 이것을 형사재판의 틀에서만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제대로 된 위헌적인 영역에서부터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조사를 실시하고 그로 인해 국가로부터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당한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회복 절차를 어떻게 밟을 것인가에 대해서 논의를 하는 이런 체계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류영재 판사는 끝으로 “지금까지는 (사법농단) 이런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해서 이런 체계를 마련하지 못 했지만, 이미 한 번 발생했기 때문에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며 “그러니까 이런 부분에 대해서 계속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특히 피해자의 피해회복 절차에 대해서 우리사회가 계속 논의해야 된다”고 제시했다.

류영재 판사는 발제 자료에서 법원, 대한변호사협회, 국회 등에서 해야 할 보완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법원의 경우 법관독립ㆍ재판독립을 위한 상설기구 설립이 필요하다고 했다. 물적ㆍ인적 조사 권한이 부여된 기구다. 또 법관징계대상자에 대한 직무정지 규정 및 징계시효 정지 규정의 입법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법관징계절차의 공개 내지는 철저한 기록화 및 기록 보존 조치도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법관 책임 강화 조치(징계사유 구체화, 양정 기준 등) 마련도 필요하다고 봤다.

대한변협에는 비위 법관 퇴직 후 변호 활동에 대한 제재 기준 정립이 필요하고, 위헌적이고 부당한 변론 활동에 대한 제재 기준 정립도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국회에는 “법관의 위헌적 직무수행은 탄핵 사유인 만큼 법관 탄핵 사유 발생을 대비한 탄핵조사기구 및 조사 절차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발제하는 류영재 대구지법 판사 

제1부 발제자로는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이 나왔고, 토론자로는 김정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황지태 한국형사ㆍ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참여했다.

제2부 ‘사법농단이 제기한 법원개혁 과제, 진행과 평가’의 좌장은 문병효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맡았다.

발제자는 공두현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서선영 변호사가 주제 발표했다. 토론자로는 차성안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선 조선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참여했다.

제3부 <‘사법행정개혁’ 입법의 방향>의 좌장은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인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맡았다.

발제자는 김도현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최유경 한국법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이 주제 발표했다.

토론자로는 판사 재직 시절 사법농단이 외부에 알려지게 기여한 이탄희 국회의원, 박경열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판사가 참여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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