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자신을 협박한 사람의 현장 이탈을 막을 의도로 막아서며 그의 몸에 손을 댄 사건에서,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B씨는 2019년 9월 헬스장 락커룸에서 A씨가 헤어드라이기로 몸을 말리고 있어 불쾌하다는 이유로 A씨에게 다가가 욕설하며 다른 헤어드라이기를 집어 들고 머리위로 올렸다 내리며 A씨를 때릴 듯이 협박했다.

이에 112 신고를 한 A씨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경찰을 기다리고 있던 중 B씨가 현장을 벗어나려고 하자 엘리베이터 출입구를 막으며 양손으로 B씨의 가슴을 밀쳐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형사2단독 이재원 판사는 2020년 7월 폭행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재원 판사는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해 경찰이 오기 전 현장을 이탈하려는 B씨를 막으려고 했을 뿐 B씨를 폭행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진술하고 있고, 실제 CCTV 영상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의 행위는 B씨의 현장 이탈을 막으려는 행위로 보이고, 피고인이 행사한 유형력의 정도 역시 매우 경미해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재원 판사는 “사건의 경위 및 당시 상황, 피고인이 행사한 유형력의 정도 및 목적, 수단과 방법 및 그에 따른 법익침해 정도 등을 모두 고려해 보면, 피고인의 행동은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는 것으로서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에 검사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검사는 “피고인은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는 피해자(B)의 모습을 휴대전화로 찍어두기도 했고, 피고인에게는 피해자의 현장 이탈을 강제로 막을 권한이 없었다”며 “당시의 상황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가슴을 밀쳐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하게 한 것은 정당행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검사는 “그럼에도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항소심인 춘천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김청미 부장판사)는 최근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며, A씨에게 무죄 판결한 원심을 유지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사건이 발생하기 직전 탈의실 내에서 피고인과 B씨 사이에 헤어드라이어 사용 문제로 실랑이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B씨가 협박해 피고인은 112 신고를 한 상황이었다”며 “B씨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가려고 하자 피고인은 B씨의 모습을 사진 촬영하기는 했으나, B씨로부터 협박 피해를 당한 피고인으로서는 경찰관들이 도착하기 전에 B씨가 현장을 이탈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조치는 취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실제 피고인은 양손을 들어 앞을 막는 자세로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B씨의 앞에 서서 B씨의 몸에 가볍게 손을 대는 정도의 유형력을 행사한 것에 불과하며, 이러한 행동은 당시의 상황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상당성을 갖춘 것으로 판단된다”며 정당행위를 인정했다.

한편, B씨는 A씨에게 협박한 혐의에 대해 약식명령이 발령돼 확정됐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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