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br>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br>

<삼성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이 갖는 의는?>

법무법의 가석방 결정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 농단 공모’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아 형 집행을 위해 재수감된 지 207일 만에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법무부 8월 9일 가석방심사위원회(가석방심사위)를 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법무부의 결정에 대하여 진보세력 일부는 공정의 가치에 반하는 것이라면서 문재인 정권을 성토하고 나섰다. 차라리 특별사면(특사)을 하고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하는데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 자신의 책임을 피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을 쏟아낸다.

법무부가 코로나 사태와 경제적인 상황을 고려해서 가석방 여부를 결정했다고 발표한 이유는 상당한 비판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정부여당과 국민의힘 등은 비교적 호의적인 태도로 법무부의 결정을 받아들인다. 이재용 부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아 구속될 당시 보였던 태도와는 사뭇 다른 태도다.

​갈라진 민심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사실 이 부회장의 구속 직후부터 경제계와 그 하수인으로 자처(?)하는 일부 언론들, 그리고 경제계는 특별사면을 꾸준히 요청해 왔다. 언론에 영향력이 큰 자본이다 보니 삼성그룹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을 수 없었던 언론의 태도다. 그러나 정부여당에서 특별사면에 대한 대통령의 부담이 흘러나오자 이번에는 가석방이라는 카드를 들이대면서 계속적인 압박을 거듭해 왔다. 특별사면은 오로지 대통령의 권한으로 그 결과에 대하 모든 책임은 대통령이 고스란히 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론까지 겹치면서 사실상 특별사면의 논의는 물 건너가는 상황이었다. 가석방은 법무부가 주도해서 결정하는 것으로 대통령의 책임에서 비켜갈 수 있는 카드다. 그러나 가석방 또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법에서 정하고 있는 형식적인 가석방 요건이 아니라 실무에서 허용하고 있는 가석방 요건에 비춰보면 이 부회장의 가석방은 쉽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법무부는 가석방 요건을 완화하는 실무적인 내부 지침을 변경하면서까지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추진해 왔던 것으로 보인다.

​가석방의 제도적 취지는
가석방의 법규정과 실무관행을 알아보자. 가석방(parole, 假釋放)은 징역 또는 금고형을 받고 형집행을 위해 구속수감 중에 있는 사람이 그 행장(行狀)이 양호하고 개전의 정이 뚜렷하여 나머지 형벌의 집행이 불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일정한 조건 하에 임시로 석방하는 제도를 말한다. 형집행기간을 줄임으로써 수형자의 사회복귀를 용이하게 하고, 이를 위한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을 촉진한다는데 제도적 취지가 있다. 형의 목적이 단순히 응보에 있지 않고 수형자를 재사회화(건전한 시민으로 복귀) 한다는 목적을 살리기 위한 것이다.

가석방의 실체적 요건
가석방의 실체적 요건은 형법과 소년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형법에서는 무기에 있어서는 20년, 유기에 있어서는 형기의 3분의 1을 경과한 후에 행정처분에 의하여 미리 석방하는 제도(제72조 1항)로 규정하고 있다. 소년에 있어서는 무기형에는 5년, 15년의 유기형에는 3년, 부정기형(不定期刑)에는 단기의 3분의 1이다(소년법 제58조). 가석방의 처분을 받은 후 처분의 실효 또는 취소됨이 없이 잔형기(殘刑期)를 경과한 때에는(무기형에 있어서는 10년) 형의 집행을 종료한 것으로 본다(형법 제76조 제l항). 소년에 있어서는 가석방 전에 집행을 받은 기간과 같은 기간을 경과하면 된다(소년법 제59조). 가석방의 처분은 가석방 중에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아 그 판결이 확정된 때에는 그 효력을 잃게 되며(과실범 경우는 예외다. 형법 제74조), 감시에 관한 규칙에 위배한 때에는 취소될 수 있다(형법제 75조), 이와 같이 실효 또는 취소된 경우에는 가석방 중의 일수(日數)는 형기(刑期)에 산입하지 않는다(형법 제76조 제2항).

​가석방의 절차적 요건은
가석방 결정은 행정처분이므로 법원의 판단을 거치지 않고 법무부에서 주관한다. 가석방의 적격 여부를 심사하기 위하여 법무부장관 소속으로 가석방심사위원회를 두고 있다(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119조). 가석방을 위해서는 교정시설의 장이 형법 제72조 제1항의 가석방요건 기간이 지난 수형자에 대하여 가석방심사위원회에 가석방 적격심사를 신청하여야 한다. 가석방심사위원회는 수형자의 나이, 범죄동기, 죄명, 형기, 교정성적, 건강상태, 가석방 후의 생계능력, 생활환경, 재범의 위험성, 그 밖에 필요한 사정을 고려하여 가석방 적격 여부를 결정한다. 가석방심사위원회가 가석방 적격결정을 한 경우 5일 이내에 법무부장관에게 가석방 허가를 신청하여야 하며, 법무부장관은 가석방 허가신청이 적정하다고 인정하면 가석방을 허가할 수 있다. 가석방된 자는 가석방기간 중 보호관찰을 받는다. 다만, 가석방을 허가한 행정관청이 필요가 없다고 인정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가석방의 처분을 받은 자가 「감시에 관한 규칙」을 위반하거나 보호관찰의 준수사항을 위반하고 그 정도가 무거운 때에는 가석방처분을 취소할 수 있다.

가석방의 실무례는
가석방의 실무례는 어떨까? 우선 징역형의 경우 형기의 3분의 1을 경과하면 가석방 요건이 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형기의 92% 내지는 93% 가량을 마쳐야 비로소 가석방 대상으로 분류한다. 거기에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 범죄단체조직 관련 범죄의 경우, 마약사범의 경우, 추징금 등을 납입하지 않은 경우, 추가 건으로 수사를 받거나 재판을 받고 있는 경우 등은 처음부터 가석방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만큼 가석방의 요건이 까다롭다는 것이다.

지난번 모 재벌그룹의 부회장이 구속되었을 당시 가석방을 부탁하는 의뢰를 받은 적이 있다. 당시 가석방의 실무요건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면서 지금은 형기의 70%도 마치지 않은 상태기 때문에 처음부터 검토대상이 아니라고 얘기해 주면서 누구를 찾아가더라도 불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해주었다. 그러나 의뢰인은 법무부 차관 출신을 찾아가 막대한 돈을 주면서 가석방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가석방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내가 설명했던 대로 92%의 형기를 채우고 가석방으로 풀려났었다. 왜냐하면 위와 같은 실무규정은 내부 지침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이재용 가석방이 갖는 의미는
가석방제도는 18세기 말 영국의 유형지(流刑地: 죄인이 유형살이를 하던 곳)였던 호주의 노포크 섬(Norfolk island)에서 과잉구금의 해소와 수형자의 통제 등의 현실적인 필요성으로 유형을 받던 죄수에게 섬 안에 있을 것을 조건으로 허가장(ticket to leave)을 주어 석방하던 관행에서 유래하였다고 전해진다. 가석방 제도는 19세기 중엽 영국 본토에서도 시행된 후 미국과 유럽 각국에 전파되어 현재는 대다수의 국가에서 이를 채택하고 있다. 국가에 따라서는 행정기관이 아닌 사법부에서 가석방을 관장하는 나라도 있다. 어떻든 대부분의 나라가 가석방 제도를 도입하였고, 우리나라의 경우도 광복 후 의용형법은 물론 1953년 제정된 형법에서부터 가석방 제도를 받아들였다. 그만큼 가석방 제도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제도로 법치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사법제도 아래서는 필수적인 제도로 평가를 받는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가석방의 요건을 지나치게 완화시키면 형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없고, 형벌이 갖는 위하력을 몰각시킬 우려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가석방의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해 왔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 결정은 그동안의 관례에 비춰보면 지나치게 완화된 것으로 앞으로 다른 수형자들에게도 같은 기준에 따라서 가석방 결정을 하여야 하는지, 그리고 형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가석방 제도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심각한 고민거리를 던진 셈이다. 분명하게 집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이재용 혼자만을 위한 가석방이어서는 결코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형평성 유지와 형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충돌을 어떻게 해소해 나갈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위 글은 법률가의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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