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학계 대가 윤진수, ‘구하라법’ 개정안…“목욕물 버리려다 아이까지”
민법학계 대가 윤진수, ‘구하라법’ 개정안…“목욕물 버리려다 아이까지”
  • 신종철 기자
  • 승인 2021.06.17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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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더] 민법학계의 대가인 윤진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16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일명 ‘구하라법’을 담은 민법 개정안에 대해 두 가지를 지적하면서 국회에서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목욕물 버리려다 아이까지 버리는 결과”라고 우려하면서다.

발제하는 윤진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발제하는 윤진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구하라법’은 양육의무를 저버린 비정한 부모가 자녀의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상속권상실제도 도입이 핵심이다. 법무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민법 개정안을 오는 18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개정안은 민법 제1004조의2 상속권상실제도를 신설한다.

상속권상실제도는 상속인이 될 사람이 피상속인에 대하여 중대한 부양의무의 위반, 중대한 범죄행위, 학대 그 밖의 심히 부당한 대우 등을 한 경우 피상속인이나 법정상속인의 청구에 따라 가정법원이 상속권상실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다.

법무부는 “상속관계의 중요성에 비추어 가정법원으로 하여금 상속인 및 이해관계인의 입장 등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하도록 하고 피상속인의 의사가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윤진수 서울대 로스쿨 명예교수
윤진수 서울대 로스쿨 명예교수

이와 관련 윤진수 서울대 로스쿨 명예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민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재산을 상속받을 사람이 재산을 물려줄 피상속인에 대해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거나, 그 밖에 범죄행위나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에 피상속인이나 다른 상속인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법원에 상속권 상실 청구를 할 수 있다는 이른바 ‘구하라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했군요”라며 말문을 열었다.

윤 교수는 “저는 약 10년 전부터 이러한 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고, 이 법안 작성 과정에도 관여했다”며 “그러므로 이러한 법 제정에 대해서는 적극 찬성한다”고 밝혔다.

윤진수 서울대 법과대학 교수는 2009년 2월부터 2010년 2월까지 법무부 민법개정위원회 제5분과 위원장과 2010년 2월부터는 법무부 민법개정위원회 실무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윤진수 교수는 “그러나 현재 나온 (민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다”고 했다.

윤진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윤진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윤 교수는 “첫째는 상속결격을 대습상속 사유에서 빼 버린 것”이라고 짚었다.

대습상속(代襲相續)은 상속인이 될 자가 사망 또는 상속결격으로 상속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에 그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이 대신 상속을 하는 제도다.

윤진수 교수는 “원래대로라면 상속권상실도 상속결격과 마찬가지로 대습상속 사유가 되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상속권을 상실하는 사람의 배우자가 대습상속을 받게 돼 이상하다는 지적이 있었고, 그리하여 개정안을 마련한 위원회에서는 배우자의 대습상속 자체를 인정하지 말 것을 제안했다”며 “배우자의 대습상속을 인정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윤진수 교수는 “그런데 이번 (민법) 개정안에서는 아예 상속결격의 경우에 대습상속을 인정하지 않기로 했는데, 이는 목욕물을 버리려다 아이까지 버리는 결과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다른 나라에서도 상속결격인 경우에는 대습상속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대습상속제도 정비에 대해 법무부는 “상속인에게 상속권을 상실시키면서도 그 배우자나 자녀에게 대습상속을 인정할 경우 상속권상실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고, 피상속인의 의사에 반할 수 있어 상속권상실의 경우 대습상속사유로 추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같은 취지에서 민법 제1004조의 상속결격도 대습상속사유에서 제외했다.

윤진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윤진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윤진수 교수는 “둘째는, 후순위 상속인에게도 상속권 상실 청구를 인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위원회에서는 상속권 상실 청구의 상대방 외에 다른 공동상속인이 없을 때에 한해서 후순위 상속인에게 청구권을 인정하기로 했는데, 개정안은 이런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며 “그 결과 상속권 상실이 인정되더라도 상속을 받지 못하는 후순위 상속인도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는 분쟁을 조장하는 것이 아닐까 우려된다”고 짚었다.

윤진수 교수는 그러면서 “국회에서의 심의 과정에서 이러한 문제점이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법무부는 “이번 민법 개정안이 국회 심의를 통과해 시행되면 가정 내 학대 등 부당한 대우를 방지하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상속에 있어서 피상속인의 의사를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윤진수 교수는 제18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서울가정법원 판사, 헌법연구관, 대법원 재판연구관, 부장판사 등을 지낸 법관 출신이다.

1997년부터 서울대 법과대학에서 교수로 활동했으며, 2020년 3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서 정년퇴임해 현재 명예교수로 위촉됐다.

그동안 법무부 민법개정위원회 위원, 법무부 가족법개정 특별위원회 위원, 법무부 민법개정 특별위원회 위원, 민사실무연구회 부회장, 한국비교사법학회 회장, 한국가족법학회 회장, 민사판례연구회 회장, 서울대 법학연구소장, 한국민사법학회 수석부회장, 법무부 민법개정위원회 실무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2019년 8월에는 법조윤리위원회 위원장에 선출됐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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