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부부싸움을 신고하고 남편의 폭행을 피하기 위해 경찰이 있는 곳으로 30미터 운전한 여성에 대해 검찰은 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겼으나, 법원은 긴급피난으로 봐 무죄를 선고했다.

청주지방법원에 따르면 A씨(여)는 2020년 6월 새벽 5시경 혈중알코올농도 0.104%의 술에 취한 상태로 충북 진천군 모 빌라 앞 도로에서 약 30m 구간을 운전한 혐의를 받았다.

A씨와 국선변호인 정해인 변호사는 “당시 남편과 싸웠고, 남편의 폭행을 피하기 위해 차량에 타고 경찰에 신고했다. 그런데 경찰이 신고장소를 찾지 못해 차량을 타고 이동한 것”이라며 “운전 행위는 긴급피난 내지 과잉피난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청주지법 형사4단독 이호동 부장판사는 지난 5월 27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이호동 판사는 “피고인은 음주운전 직전 남편과 다툰 후 자동차로 피신한 점, 남편은 자동차 앞을 막고 계속 내리라고 해 피고인은 경찰에 부부싸움을 신고한 점, 남편은 피고인에게 자신의 전화기를 달라고 요구하며 물건을 들고 위협하는 행동을 보인 점, 신고한 지 10분이 경과해 경찰이 피고인의 주거지 부근에 도착했고, 이에 피고인은 경찰이 있는 곳으로 30m 정도만 운전해 갔던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음주운전은 자기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 있는 행위로서 형법 제22조 제1항의 긴급피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호동 판사는 “설령 피고인의 행위가 정도를 초과한 과잉피난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음주운전을 하게 된 상황은 남편이 야간에 피고인을 폭행할 듯한 상황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행위는 야간 기타 불안스러운 상태 하에서 공포, 당황으로 인한 경우로서 형법 제22조 제3항, 제21조 제3항에 따라 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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