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먼저 달려드는 피해자에게 대항하려다 전치 10주의 상해를 입힌 피고인이 ‘정당방위’를 주장했으나, 법원은 유형력의 범위가 정도를 초과했다며 ‘과잉방위’로 판단했다.

청주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2020년 9월 청주시의 한 주차장에서, A씨(20대)의 자동차 배기음이 시끄럽다는 이유로 B씨(40대)와 말다툼이 생겼다. B씨가 A씨의 목 부위를 밀치자, 격분한 A씨가 B씨의 멱살을 잡고 2회 엎어치기로 넘어뜨린 후 가슴 위에 올라 타 손바닥으로 얼굴을 여러 차례 때려 B씨에게 전치 10주의 치료가 필요한 골절 등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와 변호인은 “피해자(B)에게 상해를 가한 이유가 피해자로부터 목 부위를 밀치는 폭행을 당한데 따라 추가적인 피해를 방지하기 위함이었으므로,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청주지법 형사5단독 박종원 판사는 최근 상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벌금 350만원을 선고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정당방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종원 판사는 “피고인이 자신에게 먼저 달려드는 피해자를 엎어친 다음, 가슴 위에 올라타 손바닥으로 얼굴을 때린 사실, 피고인이 바닥에서 일어나 주먹을 휘두르며 달려드는 피해자를 다시 다리를 걸면서 넘어뜨린 다음, 손바닥으로 얼굴을 때린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판사는 “이러한 피고인 폭행의 경위와 내용을 고려해 보면, 피고인은 자신의 신체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고자 했던 것뿐, 피해자에게 맞서 싸우려는 불법적인 공격의사를 가졌던 것은 아니라고 보이기는 한다”고 봤다.

하지만 박종원 판사는 “피고인은 피해자를 바닥에 넘어뜨려 폭행을 제압한 뒤에도 계속 피해자의 가슴 위에 올라타 얼굴을 때렸을 뿐만 아니라, 폭행의 결과 피해자가 무려 10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행사한 유형력의 강도와 범위는 피고인 자신의 신체에 대한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는데 필요한 정도를 초과했다”고 판단했다.

박종원 판사는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는 정당방위에 해당하지 않아,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과잉방위로 본 것이다.

박 판사는 다만 “여전히 피고인의 행위는 형법 제21조 제2항에 따라 형을 감경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이를 적용하고, 피고인에게 형을 정하면서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한다”고 밝혔다.

박종원 판사는 “피고인은 먼저 달려드는 피해자에게 대항하려다 범행에 이른 것으로 경위에 참작할 만한 점이 있다”며 유리한 정상으로 봤다.

박 판사는 또 “피해자가 입은 상해의 정도가 대단히 무거워 일상생활에서 상당한 곤란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이를 배상하고자 노력하지 않고, 이에 따라 피해자는 여전히 피고인의 처벌을 바라고 있다”는 불리한 정상도 양형에 참작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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