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법무부(장관 박범계)는 ‘범죄혐의로 수사를 받게 된 국민’(피의자) 중 사회적ㆍ경제적 약자들이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형사공공변호인 제도’를 도입하고자 한다고 26일 밝혔다.

지금까지, 피의자의 경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절차와 ▲체포ㆍ구속적부심을 청구한 경우에만 국선변호인이 선정되었고, 그 이전 초동 수사단계에서는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에 대해서는 법원에서 국선변호인을 선정해 주고 있다.

법무부는 이에 수사초기인 ‘수사기관으로부터 출석요구를 받은 때’부터 국선변호인을 선정해 주는 ‘형사공공변호인 제도’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형사공공변호인은 피의자 중 ‘사회적ㆍ경제적 약자’들을 위해 선정되고, 수사 초기부터 수사가 종결될 때까지, ‘피의자와의 상담’, ‘피의자 신문절차 참여’, ‘변호인 의견서 제출’ 등 변호 활동을 하게 된다.

법무부는 “형사공공변호인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고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5년간 재판 단계에서 변호인이 선임된 비율이 약 54%에 이르지만, 경찰 피의자신문 절차에서 변호인 참여 비율은 약 1% 정도로 추산되고 있어, 수사단계에서의 변호인 조력은 매우 미흡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에 1차적 수사종결권이 부여되고,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됨에 따라 경찰 수사절차에서의 인권침해 방지와 적법절차 준수에 대한 감시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보고 있다.

2019년 1월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지적장애인들이 수사기관의 강요로 허위자백을 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가, 재심을 통해 무죄가 확정된 ‘삼례나라슈퍼’ 사건을 근거로 형사공공변호인 도입을 적극 권고했다.

법무부는 “미국, 영국 등 OECD에 속한 35개 국가 중 29개국(85.9%)이 형사공공변호인 제도를 도입하는 등 피의자에 대한 국선변호 제공은 이미 국제기준이 됐다”고 전했다.

법무부는 2017년부터 형사공공변호인 제도의 도입을 추진했다. 2019년 11월 법무부 산하 대한법률구조공단에 ‘피의자 국선변호운영위원회’를 두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및 법률구조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개정안은 변호 대상자 및 운영주체에 관한 이견 등으로 20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 형사공공변호인 제도의 도입이 지연되고 있다.

법무부는 2020년 10월 법원, 대한변호사협회, 학계 등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외부위원들이 참여하는 T/F를 구성했고, 이를 통해 형사공공변호인 제도 도입 방안에 대해 논의해 왔다.

형사공공변호인 제도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다.

◆ 구체적 내용

주요내용을 보면 ▲사회적ㆍ경제적 약자 등 법에서 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피의자가 ▲수사기관으로부터 출석요구 통지를 받은 경우 국선변호인이 선정되며 ▲선정된 국선변호인은 수사 초기부터 수사 종결 시까지 ▲피의자와의 상담, 피의자 신문절차 참여, 변호인 의견서 제출 등의 방법으로 변호인 조력을 제공한다.

종결사유는 ▲검사로부터 기소 또는 불기소 처분을 받은 때 ▲사법경찰관의 불송치 결정이 확정되는 때 ▲피의자의 의사에 따라 다른 변호인이 선임되는 때다.

대상자는 연간 총 약 2만명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미성년자, 70세 이상인 자, 농아자, 심신장애자 등 사회적 약자와 기초생활수급권자, 차상위계층 등 경제적 약자가 단기 3년 이상 법정형에 해당하는 범죄에 대한 혐의로 출석요구를 받는 경우, 필요적으로 국선변호인이 선정된다.

또 이에 해당하지 않는 피의자라도 법령에서 정하는 요건에 따라 경제적 자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피의자의 신청에 따른 심사를 거쳐 국선변호인이 선정되도록 계획하고 있다.

변호사 운영 형태는 현행 법원 운영 국선변호제도와 유사하게, 피의자 국선변호만 담당하는 전담변호사와 사건별로 계약을 체결하는 비전담 변호사로 구별해 운영할 계획이다.

◆ 기대효과

형사공공변호인 제도의 도입으로, 적법절차 준수 여부에 대한 감시가 강화돼 수사과정에서의 인권 침해가 예방되고, 사회적ㆍ경제적 약자들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보장될 것으로 법무부는 기대하고 있다.

또 국선변호인이 수사과정에 참여해 수사기관에 의한 적법절차 위반 및 인권침해 여부를 확인ㆍ점검할 수 있게 됨으로써, 수사단계의 피의자 인권보호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법무부는 “수사기관 출석 시 심리적으로 위축돼 자신의 입장을 제대로 변소하지 못하는 사회적ㆍ경제적 약자에게 국가가 국선변호인을 선정해 줌으로써, 피의자에게 심리적 안정을 제공하고 수사단계에서의 변론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 줄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형사공공변호인 제도가 도입되면 변호사들의 법률서비스 제공 영역이 확대될 것”이라고 봤다.

그 동안 수사 단계에서는 자력이 있는 일부 피의자만 변호인의 조력을 받았으나, 형사공공변호인 제도의 도입으로 약 2만명의 사회적ㆍ경제적 약자들 또한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게 된다.

중대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연간 약 4만 9000명 중 사회적ㆍ경제적 약자인 약 2만명이 대상자다.

국가 주도 하의 국선변호 제공이 기존 개업 변호사들의 법률서비스 영역을 잠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법무부는 “하지만 외부 개업 변호사를 위촉해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의 형사공공변호인 제도가 도입되면 연간 약 2만 건의 사건에서 변호인이 추가로 선정되므로, 기존 변호사들이 진입하지 못하고 있던 법률시장으로 법률서비스 제공 영역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형사공공변호인 제도의 대상이 되는 국민들의 경우 사회적ㆍ경제적 약자들이므로 제도 도입 전에는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았던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분석했다.

◆ 해결과제

형사공공변호인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변호활동의 독립성 보장도 필요하지만, 국가적 차원의 예산이 투입된다는 점에서 정부의 관리ㆍ감독을 통해 공공성과 책임성을 확보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법무부는 보고 있다.

법무부는 “‘사회적ㆍ경제적 약자에 대해 수사 단계부터 변호인의 조력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면서도 “다만, 형사공공변호인 제도를 누가 운영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사업 운영에 대한 공공성과 책임성을 확보하면서도 개별 변호활동의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운영주체를 구상하고 있다.

법무부는 “법원과 변협 등 유관기관과 국민들이 형사공공변호인 제도 운영에 함께 참여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유관기관과 계속해 의견을 조율하고 공청회 등을 통해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후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연내에 신속히 도입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연내 신속 도입 후 내년에 운영기관을 설립해 국민들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형사공공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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