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법조일원화에 따라 판사로 지원하기 위한 최소 법조경력 기준으로 ‘10년’은 과도해 지원자가 매우 저조해, ‘5년’이 적정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판사 임용을 위한 법조 재직 연수는 국민들이 실력뿐만 아니라 성품까지 훌륭한 것으로 인정하는 법관들로부터 좋은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안전장치입니다”

대법원 산하 독립연구기관인 사법정책연구원(원장 홍기태)은 ‘판사 임용을 위한 적정 법조재직연수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17일 밝혔다.

이 보고서는 김신유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펴냈다. 김신유 연구위원은 제45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35기를 수료했다. 춘천지방법원 영월지원 부장판사다.

모든 판사를 변호사 자격자 중에서만 선발해야 한다는 의미의 ‘법조일원화’ 제도가 지난 2013년부터 시행된 이후 법원의 법관 임용방식은 근본적으로 변화됐다.

일정한 법조경력을 갖춘 기성 법조인 중에서만 판사를 선발한다는 취지의 따라 2013년부터는 3년, 2018년부터는 5년, 2022년부터는 7년, 2026년부터는 10년의 최소 법조재직연수(年數), 즉 최소 법조경력을 보유해야 판사로 임용될 수 있게 됐다.

사법정책연구원 김신유 판사

보고서 책임연구위원 김신유 부장판사는 “법조일원화 제도가 시행된 2013년 이후 법원은 판사 신규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실제로 2006년부터 2012년까지는 매년 149명~175명의 판사가 임용됐으나, 2013년 이후에는 2017년 161명과 2020년 155명을 제외하고는 매년 39명~111명의 판사만 임용됐다”고 밝혔다.

이는 기본적으로 법조일원화 제도 시행 이후 충분한 수의 법관직 지원자를 확보하지 못한 점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단했다.

사법시험 및 사법연수원 성적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판사를 선발하던 과거와 달리, 법조일원화 제도 하에서는 우수한 실무능력, 훌륭한 성품, 판사로서의 소명의식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 검증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수의 지원자가 판사직에 지원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주요 법조일원화 국가인 미국과 영국에 비해 판사직 지원율, 즉 경쟁률이 현저히 낮은 편이라고 한다.

김신유 판사는 “법조일원화 이후 충분한 수의 판사가 임용되지 못하고 있는 현상의 주된 원인은 낮은 지원율에 있다”며 “특히 10년 이상 장기 법조경력자들의 지원율은 매우 저조한 편인데, 2026년부터는 10년 이상의 법조경력자만이 판사로 임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상황은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법조일원화 제도 시행 이후 최종적으로 법관으로 임용된 일반(5년 이상) 법조경력자 중 10년 이상 경력자의 비율, 즉 임용비율도 평균 10%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김신유 부장판사는 “본 연구보고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법조일원화로 인해 요구되는 판사의 자격 요건, 그 중에서도 10년의 최소 법조재직연수가 적절한 것인지를 객관적, 실증적으로 검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며 “판사 임용의 자격 요건으로서 최소 법조재직연수를 실증적으로 검토한 것은 본 연구가 국내에서 최초”라고 밝혔다.

김 판사는 “장기 법조경력자들의 지원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여러 제도적 개선방안들(제1심의 원칙적 단독심화, 보수 및 연금의 인상을 비롯한 각종 법관처우의 개선, 전보 인사의 최소화 등)은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이를 2026년까지 현실적으로 구현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이러한 제도적 개선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관 임용절차를 구성하는 개별 전형들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장기 법조경력자들의 지원율을 제고하는 데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짚었다.

김신유 판사는 “법조일원화 제도의 도입 시 판사 임용을 위한 법조재직연수의 원칙을 최소 10년으로 규정하면서 그와 같은 장기의 경력을 갖춘 법조인들이 과연 법관직에 충분히 지원을 할 것인지, 그리고 10년 이상의 경력을 갖춘 법조인들로만 법관이 충원된다면 법원의 인사 및 재판 시스템에 어떠한 변화가 초래될 것인지 등에 관해 면밀한 검토가 이루어졌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해외사례를 살폈다. 미국의 경우 주 법원 판사의 임용자격으로 요구하는 최소 법조재직연수 중 가장 높은 비율은 5년 또는 그 이하라고 한다. 영국의 경우에도 1심을 담당하는 구역 판사 등의 경우에는 5년, 고위 법관의 경우에도 7년의 법조경력만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독일에서는 종신법관이 되기 위해 3년 내지 5년 동안의 예비법관 경력이 필요하지만, 대체로 30대 중반에 종신법관으로 임명되어 67세 정년까지 근무한다. 네덜란드의 경우 법관 임용을 위해 요구되는 최소 법조경력을 종전 6년에서 2년으로 단축했다.

김 판사에 따르면 법조일원화 제도 도입 이후 전체 법관의 평균 연령은 꾸준히 상승해 2019년 기준 42.9세. 2018년 이후 신규 임용 법관들의 평균 연령은 35세 전후, 평균 법조경력은 6년 이상의 범위에서 유지되고 있다.

김신유 부장판사는 “대부분의 법원에서 신임 법관들이 의무적으로 4년 이상 배석판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신임 법관들은 평균적으로 40세가량이 되어야 비로소 단독재판장이 될 수 있다”며 “결국 판사 임용을 위한 법조재직연수를 현재와 같이 5년으로 유지하더라도 과거와 같이 20대 후반 또는 30대 초반에 단독재판장이 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신유 판사는 “법관에 대한 보수가 이미 법관경력이 아닌 법조경력을 바탕으로 설계돼 있기 때문에 법조경력별 보수의 차이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그러나 법조일원화에 따른 법관 재직기간의 단축은 퇴직 후 받게 되는 연금액에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2020년 신임법관 전원(155명) 및 전국법관대표회의 법관대표 전원(125명)을 상대로 법조경력 10년 기준의 적절성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다. (2020년 11월 18일~27일)

판사 임용을 위한 10년의 법조재직연수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답변이 ‘적절하다’는 답변보다 많았다. 신임법관의 경우 ‘부적절하다’는 취지의 답변의 합계가 83%였고, ‘적절하다’는 취지의 답변의 합계는 17%에 불과했다.

법관대표의 경우에도 ‘부적절하다’는 취지의 답변의 합계가 73.7%였고, ‘적절하다’는 취지의 답변의 합계는 26.3%에 불과했다.

10년 기준이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답변한 응답자들만을 대상으로 그 이유에 대해 질문한 결과, 신임법관과 법관대표 모두 ‘10년 이상의 법조경력자들은 각자의 직역에서 자리를 잡았으므로 법관으로 전직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법관으로 전직 필요성 낮음)’이 80%가 넘는 압도적 1위였다.

이어 ‘타 직역에서 10년 이상 근무할 경우 최소 30대 후반부터 40대 중반의 연령대에 속하게 되는데, 법관으로 임용되어 새롭게 판결 작성 등의 업무를 시작하기에는 해당 연령대가 너무 높다(높은 연령대 우려)’가 2위에 해당했다.

위 응답자들만을 대상으로 본인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법조재직연수에 대해 질문한 결과, 신임법관 중 67.7%, 법관대표 중 61.1%가 ‘5년’을 가장 적절하다고 선택했다.

김신유 판사는 “종합하면 법원조직법이 정하고 있는 10년 기준은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에 비추어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판사는 “비교법적으로도 우리와 같이 최소 법조경력을 10년이나 요구하는 경우는 없거나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10년 기준은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는 측면이 있고, 신임법관 및 전국법관대표회의 법관대표들 중 압도적인 다수도 10년 기준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답변을 했다”고 덧붙였다.

김신유 부장판사는 “정년이 65세로 유지되는 상황에서 최소 법조재직연수만 10년으로 상향될 경우 법관 재직기간이 단축되고, 이는 필연적으로 매년 선발해야 하는 신임법관의 수를 증가시켜 법관 신규임용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나아가 10년 기준은 연령 측면에서 법관 구성의 다양성을 저해해 법원 내에서 20대와 30대가 과소 대표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짚었다.

사법정책연구원 김신유 판사

김신유 판사는 “국민들은 여전히 법원과 법관에 대해 가능하면 모든 사건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판결문도 상세히 작성하며, 가급적 합의부에서 재판을 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며 “그런데 10년 이상의 경력자들로만 법원이 구성될 경우 이러한 기대를 모두 충족시키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봤다.

김 판사는 “물론 그렇다고 10년 기준보다 완화된 5년 또는 7년의 기준에는 아무런 문제점이 없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현시점에서 법원의 인사 및 재판 등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가장 적은 것이 5년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설문조사 결과 신임법관 및 전국법관대표회의 법관대표들도 5년이 가장 바람직한 법조재직연수라고 응답했으나, 5년 기준 역시 잠정적인 결론일 뿐이며, 향후 1심의 단독심화가 강화되고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법원 및 법관상이 변화할 경우 위 기준은 얼마든지 상향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신유 판사는 “결론적으로 10년 기준보다 더 적정한 법조재직연수를 설정하기 위해서는 법원의 인사정책에 관한 국민의 신뢰 확보가 선행되어야 할 것인데, 현재 우리 법원이 그러한 신뢰를 확보하고 있는지에 대해 법원은 스스로 반성하며 판사 임용을 위한 법조재직연수를 둘러싼 논의가 왜 필요한지를 처음부터 다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판사 부장판사는 “판사 임용을 위한 법조재직연수는 국민들이 실력뿐만 아니라 성품까지 훌륭한 것으로 인정하는 법관들로부터 좋은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안전장치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그 안전장치가 너무 과도해 오히려 좋은 재판이라는 목적에 역행하는 것이 아닌지 법원은 항상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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