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ㆍ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한인섭)는 21일 ‘공안 기능의 재조정’, ‘법무부 검찰국의 탈검찰화’, ‘젠더폭력 관련법 재정비’를 권고했다.

법무검찰위원회 발족(사진=법무부)
법무검찰위원회 발족(사진=법무부)

원래 공안이란 ‘공공의 안전’을 의미하고, 형법상 ‘공안을 해하는 범죄’에는 범죄단체 등의 조직죄, 소요죄, 다중불해산죄 등이 규정돼 있다. 그러나 그동안 검찰은 사회단체, 종교단체, 노동, 학원 등에 관한 사건까지 포함해 공안사건을 폭넓게 분류해 처리해 왔다.

과거 공안부는 사회단체, 종교단체, 노동, 학원 등에 관한 사건을 정치권력이 바라는 대로 처리하는 데에 치중하고 인권옹호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현재 공안부ㆍ공안전담 검사는 전국 59개 청에 199명(공안부가 있는 검찰청은 서울중앙지검, 서울남부지검, 의정부지검, 인천지검, 수원지검, 대전지검, 대구지검, 부산지검, 창원지검, 울산지검, 광주지검 등 11곳 소속 검사는 67명)이고, 법무부 검찰국 공안기획과 검사는 4명이며, 대검찰청 공안부 검사는 12명인바, 공안사건 수가 전체 사건 수의 3.35%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그 인원이 형사부에 비해 과다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공안사건’의 89.22%(2017년 기준)가 근로기준법 위반 사건으로, 임금체불 사건이 노동사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노동사건을 무조건 공안사건으로 분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는 면이 있다.

더욱이 노동사건의 경우 그동안 파업 등에 대해 업무방해죄를 과도하게 적용하고 부당노동행위와 부당해고 등에 대해 사용자에게 미온적으로 대응해 불공정한 법집행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는 노동사건을 공안사건으로 분류하고 공안의 시각으로 처리한 이른바 ‘노동사건의 공안형법화’의 영향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따라서 법집행시 노사 간의 실질적 형평성을 도모하기 위해서라도 노동사건 처리의 원칙과 방향을 새로이 정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에 법무ㆍ검찰개혁위원회는 공안기능의 재조정을 위해 권안을 제시했다.

법무ㆍ검찰개혁위원회는 권고사항으로 “검찰은 공안사건 처리에 있어서도 인권옹호기관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며 “공안사건을 처리함에 있어 사건관계인의 인권이 부당하게 침해된 과거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며, 공안사건이란 이유로 과도한 검찰권 행사로 표현의 자유, 집회ㆍ시위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이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한다”고 밝혔다.

또 지나치게 포괄적인 ‘공안’ 개념을 재정립하고 전문분야를 중심으로 개편할 것을 주문했다.

‘공안’ 개념을 국가안보와 공공질서를 직접적으로 위태롭게 하는 분야에 한정해, 공안 분야를 정예화 하도록 한다. 노동ㆍ선거 분야는 공안영역에서 분리해 각 전문분야에 따른 전담ㆍ전문검사 체제로 개편하며, 사건 수에 맞는 적정 인원을 배치한다. ‘학원’과 ‘사회ㆍ종교 등 단체’는 범죄 분류가 아니라 행위의 주체 또는 소재지에 관한 개념에 불과하므로, 공안사건 분류 자체에서 제외함이 상당하다.

이를 위해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을 개정한다.

위원회는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공안 기획’ 기능을 재점검한다.

법무부ㆍ대검찰청에서 범죄수사와 무관한 ‘공안’ 관련 동향정보 수집 활동과 기획 기능을 축소ㆍ재구성한다.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이른바 ‘공안 기획’ 관련 인원과 조직을 적정 규모로 조정한다.

헌법상 노동3권 보장을 위한 검찰권 행사의 기반을 마련한다.

노동사건에 대해 업무방해죄를 과도하게 적용하고 부당노동행위와 부당해고 등에 대해 사용자에게 미온적으로 대응해 온 과거의 잘못된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고, 균형된 시각으로 노동사건을 처리할 것을 권고했다.

위원회는 “노동사건을 처리함에 있어 노동자의 헌법상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는 방향으로 검찰권을 행사하도록 유의한다”고 권고했다.

◆ 법무부 검찰국의 탈검찰화

법무ㆍ검찰개혁위원회는 법무부의 탈검찰화를 최우선적 과제로 선정 2017년 8월 24일 관련 권고안을 발표한 바 있다.

법무부의 탈검찰화는 법무ㆍ검찰 개혁의 핵심과제 중 하나로서 검찰 중심으로 운영돼온 법무부가 본연의 기능을 되찾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전문적인 법치행정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다.

법무ㆍ검찰개혁위원회는 법무부 탈검찰화의 추진을 위해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의 직제와 시행규칙을 개정하고, 법무부의 실국장과 과장 및 평검사 등 과거 검사로만 보임하던 직위에 비검사를 임명하도록 권고했다.

법무부 탈검찰화 권고안 발표 당시, 법무ㆍ검찰개혁위원회는 검찰국 탈검찰화 방안에 대해서는 별도로 논의하기로 했는데, 이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권고했다.

▲ 검찰국 탈검찰화 관련 방안 검토

검찰국의 개혁방안으로 인사, 조직, 예산 업무의 전문화 등을 위해 검찰국을 탈검찰화하는 방안과 형사법제과를 법무실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검토됐다.

검찰 수사와 법무부 행정을 분리하고 전문화를 위해 검찰국에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형사법제과는 법무부에서 형사 관련 법령의 입안, 제정, 개정 및 연구, 검토를 담당하는 핵심 법령 부서이고 현재 검찰국 소속이다.

법무실은 법무부를 대표해 법령안의 기초 및 심사, 민사ㆍ상사ㆍ형사(다른 법령의 벌칙조항을 포함) 법령의 해석, 법무에 관한 정보ㆍ자료 관리 등을 담당하는 법무부 법령 총괄 부서이다.

형사 관련 법률 입안, 제정, 개정, 연구, 검토의 전문성을 높이고 법무부 차원의 형사 관련 법령 정책 수립을 위해서도 검찰국이 아닌 법무부 대표 법령 총괄 부서인 법무실에서 형사법제를 담당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법무ㆍ검찰개혁위원회는 권고 사항으로 “검찰국의 문호 개방”을 제시했다. 검찰국의 전문화를 위해, 향후 검찰국에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는 것이다.

형사법제과의 법무실 이관도 포함됐다. 형사 관련 법률 입안, 제정, 개정, 연구, 검토의 전문성을 높이고 법무부 차원의 형사 관련 법령 정책 수립을 위해 법무실에서 형사법제를 담당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는 것이다.

형사법제과를 법무실로 이관하는 경우 탈검찰화 차원에서 검사로만 임명하던 직위에 비검사도 임명될 수 있도록 한다.

아울러 권고내용이 실현될 수 있도록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및 그 시행규칙을 조속히 개정한다.

◆ 젠더폭력 관련 재정비 권고

성폭력, 가정폭력 등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많은 여성들이 인권을 침해당하고 일상의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 그동안 관련법들이 마련됐지만 아직도 낮은 신고율과 기소율을 보이고 있고, 피해자들은 수사ㆍ재판과정에서도 2차 피해를 겪고 있다.

법무부는 가해자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나아가 범죄 예방을 위한 법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지난 3월 우리 정부에 현행 성폭력, 가정폭력 등 젠더폭력 관련 범죄의 구성요건을 개선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형법 297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행 강간죄의 구성요건은 상대방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과 협박을 요하는 ‘최협의설’의 영향 아래 있다.

이러한 강간죄 규정은 불평등한 권력관계 안에서 발생하고 있는 피해상황과 맥락을 간과하고 있어 피해자 권리보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따라서 피해자들은 형사사법체계에 대한 불신으로 신고를 꺼리고 성폭력 재범의 악순환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불법촬영과 관련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제14조)의 ‘성적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 규정도 남성/가해자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피해자가 스스로 찍거나 동의하에 찍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소지한 상대방이 삭제하지 않는 문제, 어떤 신체 부위가 성적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인가에 대한 판단의 문제가 있다.

한편 주로 여성에 대한 심각한 폭력인 ‘스토킹방지법’은 1999년부터 반복적으로 법안 상정만 될 뿐 진전이 없는 상태이다.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대한 특례법’ 전반을 관통하는 패러다임은 ‘가정 보호 및 유지’이다. 인권보호 보다 가정 유지ㆍ보호가 중점인 특례법의 잘못된 목적 조항은 가정폭력을 ‘심각한 폭력 범죄’가 아니라 여전히 ‘가정 내의 경미한 일’로 여기는 법 관점으로 작동하고 실효성 있는 조항의 도입을 가로막고 있다.

1997년 현행 가정폭력방지법이 제정될 당시에는 가정폭력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가정에 대해 가급적 가정이 해체되지 않도록 하면서 가해자의 개선과 피해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목적이었으나, 21년이 지난 현재 그 시행결과를 보면 가정폭력 범죄자의 개선뿐만 아니라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에도 미흡하다.

가해자의 성행교정은 가정폭력 뿐만 아니라 모든 범죄자에게 필요하다. 일반적인 범죄에서 교정행정은 명시적인 처벌 이후에 이루어진다. 그런데 가정폭력만 예외적으로 처벌 없이 상담을 조건으로 기소유예하는 것은 형평성에서도 어긋날 뿐 아니라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또 다른 고통을 안겨 준다.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검찰단계의 ‘상담조건부 기소유예’는 가정폭력범죄를 저지른 가해자에게 처벌로서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고 오히려 면죄부를 주고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대한 특례법’을 무력화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법무ㆍ검찰개혁위원회는 다음과 같이 젠더폭력 관련 법제를 재정비할 것을 권고했다.

먼저 성폭력 관련 법령체계의 체계적인 정비다.

현재 형법 및 각 성폭력 관련 특별법으로 퍼져 있는 처벌규정을 통합ㆍ재정비한다. 불법촬영물 등 사이버성폭력 규제의 현실화, 스토킹방지법 제정 등도 추진한다.

형법 제32장의 제목을 현행 ‘강간과 추행의 죄’에서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나 ‘성적 존엄성 또는 온전성(integrity) 침해’ 등으로 재개념화하여 보호법익을 명확화 한다. 강간죄의 구성요건을 폭행과 협박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거부의사’에도 불구하고 성적 강요를 한 경우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

또한 가정폭력 등 젠더 폭력 법령 체계의 재정비다.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가꾸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현행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의 목적조항을 가정구성원의 안전과 인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정한다.

가정폭력이 인권을 침해하는 범죄행위임을 분명히 하고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 및 재발방지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

상담을 조건으로 가정폭력 가해자에 대한 기소를 유예하는 가정폭력사건 상담조건부 기소유예의 실효성을 재고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가정폭력에 대한 국가 법질서를 구축할 수 있는 법체계 및 집행을 재정비한다.

나아가 젠더에 기반한 폭력 피해자가 사건 발생 초기단계부터 법률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체계적인 피해자 권리보장과 지원체계를 마련한다.

한편, 법무부(장관 박상기)는 2017년 8월 9일 법무ㆍ검찰 개혁방안 마련을 위한 법무ㆍ검찰 개혁위원회를 발족하고, 한인섭 위원장(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민간위원 17명에게 위촉장을 수여했다.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한 번 반짝이고 사라져버리는 일회성 개혁방안이 아닌, 꾸준히 지속될 수 있는 제도화된 개혁방안을 국민의 눈높이에서 마련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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