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돈사에 설치한 쥐약을 돼지가 섭취해 폐사한 사건에서 법원은 쥐약 설치 업자에 80%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의뢰인 양돈업자에게도 20%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구지방법원에 따르면 B씨는 양돈업자 A씨의 의뢰에 따라 2017년 1월 A씨가 운영하는 양돈농장에 쥐 구제를 위한 쥐약을 설치하면서 돈사 바닥으로부터 1m 정도 높이에 쥐약을 설치했다.

그런데 양돈농장의 돼지들이 1미터 높이에 설치돼 있던 쥐약을 먹고 62마라가 소화기 출혈을 일으키고 설사한 후 집단 폐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A씨는 “B씨가 농장에 쥐약을 설치하면서 돼지들이 섭취할 수 없는 곳에 쥐약을 설치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돼지가 앞발을 들고 머리를 내밀면 쥐약을 섭취할 수 있는 위치에 설치함으로써 돼지들이 쥐약을 섭취한 후 폐사하거나 성장이 지연되는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대구지법 민사20단독 신종화 판사는 양돈업자 A씨가 쥐약을 설치한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A씨의 책임을 20% 인정하고, B씨의 책임을 80% 인정하는 판결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신종화 판사는 “축사에 독성물질인 쥐약을 설치해 쥐를 박멸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피고로서는 쥐약을 설치함에 있어 돼지가 쥐약을 섭취할 수 없는 안전한 장소에 쥐약을 설치하는 등 쥐약 취급상의 엄격한 주의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신 판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성체돼지들이 쥐약을 섭취할 수도 있는 바닥으로부터 1미터 가량의 높이의 장소에 쥐약시료를 설치하는 등 쥐약 설치나 취급과정에서 업무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한편 신종화 판사는 “피고에게 쥐약설치를 통한 쥐의 박멸을 의뢰한 원고도 쥐약이 독성물질로서 가축 등에게 유해한 결과를 야기할 수 있는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피고가 쥐약을 설치함에 있어 설치 방법, 설치 위치 등이나 취급방법 등에 대해 안전을 강구하도록 요구하고, 돼지들의 닿을 수 있는 위치에 설치하지 못하도록 요구하거나 안전조치를 강구하도록 요구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 판사는 “성체돼지가 쥐약을 설치한 부분의 단열재 등을 뜯고 섭취한 흔적을 발견한 즉시 쥐약을 제거하는 등의 관리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며 “따라서 이러한 사정과 피고의 잘못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폐사와 관련한 원고의 과실을 20% 상계함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신종화 판사는 “원고에게 쥐약 섭취로 인한 재산상의 손해 이외에 특별히 배상받아야 할 정신적 손해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사정과 피고도 쥐약을 섭취한 성체돼지들의 해독을 위해 노력한 사정 등을 고려해 원고의 위자료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신종화 판사는 쥐약 섭취로 인해 폐사한 돼지를 제외한 다른 돼지들의 출하가 감소됐다는 원고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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