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투표참관인 신분으로 국회의원선거 개표절차를 참관하던 중 투표용지 6장을 절취해 민경욱 전 국민의힘 의원에게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의정부지방법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 4ㆍ15 총선 때 개표참관인으로 참관하던 중 출입금지 표시가 돼 있고, 선거관련 서류들이 보관돼 있는 경기도 구리선거관리위원회가 점유하는 구리체육관 체력단련실에 침입해 서류봉투에서 잔여 투표용지 6장을 훔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A씨는 “체력단련실에 들어가 사진을 찍은 사실이 있으나 봉인된 선거 봉투를 찢어서 잔여 투표용지 6매를 꺼내어 가지 않았고, 체육관 밖에서 어떤 사람으로부터 잔여 투표용지 6매를 건네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또 “기표되지 않은 투표용지가 개표장에서 전달된 자체가 공직선거법 위반 범죄의 증거라고 판단해 보관하다가 국회의원에게 전달해 부정선거의 증거로 언론에 공개하게 된 것”이라며 “부정선거의 증거를 제보한 것으로 ‘선거범죄신고자 등’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A씨가 빼돌린 투표용지를 전달받은 민경욱 국민의힘 의원은 기자회견 등을 통해 21대 총선 투표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의정부지법 제13형사부(재판장 정다주 부장판사)는 12월 18일 공직선거법 위반, 야간방실침입절도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모두 받아주들이지 않았다.

먼저 “찢겨진 잔여투표용지 봉투에 대한 대검찰청의 디엔에이(DNA) 감정 결과에 따르면, 잔여투표용지봉투 상단의 봉인 부분과 상단의 찢겨진 부분에서 피고인의 DNA가 검출됐다”며 “이는 피고인이 봉투 안에 있던 투표용지를 절취하는 과정에서 DNA가 봉투에 묻게 된 결과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은 ‘공익신고’ 내지 ‘선거범죄신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지만,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정치적 ‘견해’ 표명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지, ‘정치적인 이유로 사실을 허위로 작출하는 것’에 대한 자유까지 포함하지 않는다”며 “피고인의 행위는 범행 내용과 수법 등에 비추어 볼 때, 정치적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고, 공익신고 등으로 보호될 수도 없는 행위”라고 일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형법상 야간방실침입절도죄와 공직선거법상 투표용지은닉죄를 저질렀다. 즉 피고인이 침해한 것은, 무게로는 단지 몇 그램, 제작비용으로는 단지 몇 십 원에 불과한 종이 6장의 재산적 가치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며 “피고인이 침해한 것은 선거의 공정성 그리고 그것으로 뒷받침되어야 할 공권력에 대한 신뢰, 자유민주주의 제도 자체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런 범행을 방치할 경우 가짜뉴스나 음모론의 양산, 포퓰리즘 정치인의 득세, 자유민주주의 제도의 붕괴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따라서 엄정한 사법적 대응을 통해 피고인의 죄책을 묻는 동시에, 사회적으로 경종을 울려 일반 예방효과를 꾀해 앞서 지적한 중요한 정치ㆍ사회적 법익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투표용지를 부정선거의 증거라고 주장하면서 당시의 현직 국회의원에게 전달하는 바람에 결국 이 사건 투표용지에 관한 허위의 사실을 전파하는 기자회견이 이루어지기까지 했다”며 “그리고 이를 근거로 한 각종 주장이 동영상 공유 서비스 등을 통해 불특정 다수인에게 무분별하게 전파됐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한편, 피고인은 수사가 개시되자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은닉하는 등 증거를 인멸하기 위한 시도도 했고, 현재까지도 여전히 자신을 공익신고자라고 포장하려고만 할 뿐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게다가 피고인은 동종의 절도, 주거침입 범행으로 수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기도 한 점 등 양형 조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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